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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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종교와 초월성 지난 10월27일 광화문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대규모의 개신교 집회가 있었다. 거창한 이름을 내건 조직위원회의 공동대표·공동대회장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형교회 목사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오정현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회장은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회장이 맡았고 고문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주류 세력인 개신교의 대표적인 집단이 주최했다. 교회에 ‘연합예배’ 참여 동원령이 내려진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주최 측은 11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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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실태조사 최근 행정복지센터가 편지를 보내왔다. 1인 가구 등 위기·취약 계층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 안내였다. 조사근거(법률과 조례), 조사내용(고독사 위험군 및 취약계층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 조사기간(2024년 7~11월), 조사대상(중년 1인 가구)이 적혀 있었다. 특히 조사 참여 방법이 세 가지로 자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첫째, QR 코드 스캔을 통한 온라인 참여. 둘째, 방문조사원을 통한 참여. 셋째, 행정복지센터 방문 및 유선 연락을 통한 참여. 실태조사표에선 성명, 생년월일, 성별, 주소, 거주지, 1인 가구 사유, 근로 사유 등 실태조사의 독립변수로 활용할 항목을 묻는다. 질문 내용은 10개며, 답은 1(예)과 0(아니요)의 2점 척도다. 예를 들어 “지난 1주 동안 평균 하루 한 끼 식사도 하지 않았다”에 ‘예’ 아니면 ‘아니요’로 답하게 되어 있다. 10개 질문에서 10점 이상이면 고위험군, 8~9점이면 중위험군, 6~7점이면 저위험군, 0~5점이면 해당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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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양방 물신주의 얼마 전 정부가 발주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11% 갓 넘은 터무니없는 선정률에 어쩔 수 없다고 위안 삼으면서도 탈락 이유를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자료 수집을 질적 접근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정책제안서의 부합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사료됩니다.” 기존 연구는 양적 실태조사에만 기대고 있어 질적 실태조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안서에서 이 점을 강조했더니, 오히려 양적 연구를 무시하고 질적 연구만 수행한다는 억측으로 탈락시켰다. ‘사료됩니다’라는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제 문장에 기분이 상하는 건 덤. 이쯤 되면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 양적 방법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은 의구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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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예언적 신탁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광복절 기념사.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며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한다고 비난한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입니다.” ‘을지 자유의 방패’ 첫날인 올해 8월19일 국무회의 발언.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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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지네의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으로 계량경제학자를 임명했다. 경제기획원을 모델로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더니, 인구를 주로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냈다. 인구 관련해서 수행한 연구를 살펴보니 계량경제학자답게 실증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원리에 해당하는 함수를 채택하고 특정 변수를 통제할 경우 그 함수의 누진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패널 자료를 통해 추정한다. 정부 출연 연구소도 대부분 계량 연구에 치중한다. 이를테면, 인구수와 인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인구균형방정식으로 모형화하고 이를 통해 인구수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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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결혼 로망스의 파탄 지난 1일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 저출산 및 고령사회 대응을 국가 의제로 설정한 이후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왔지만, 인구 증가에 별반 효과가 없자 아예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책 심의 권한만 가졌지 독자적인 집행·예산권이 없어 정책을 의결하고 강제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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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낭만적 사랑의 파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재정포럼’에서 제안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글을 직접 읽어보면 귀담아들을 내용이 있다. 저자는 선행연구를 검토한 끝에 “인구밀도가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밀도가 감소할수록 출산율이 증가하는 인구 자가 조절 메커니즘의 존재를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밀도가 삶의 쾌적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삶의 쾌적도가 제일 낮기에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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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감정 규칙 어도어 대표이사 민희진의 기자회견이 연일 화제다. 성공한 여성이 격에 맞지 않게 ‘격앙, 눈물, 욕설’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며 비판한다.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라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평정 유지는 대면적 상호작용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감정 덕목이다. 함께 있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평정을 잃으면 당사자는 물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들조차도 당혹감에 빠진다. 민희진은 평정을 잃고 감정을 날것 그대로 공중에 드러냈다. 옆에 있던 변호사 두 명이 어쩔 줄 몰라하며 상황 수습에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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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검사와 의사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국가의 비시민적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선거를 통해 여론이 국가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극한의 ‘상징적 대결’을 벌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 전체와 공감하는 ‘상징적 소통’을 이루려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정당도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시민사회의 조절제도다. 정당은 공약을 내걸고 표를 얻고자 하기에 되도록 이를 지키려 노력한다. 선거는 또 올 것이며, 유권자의 시민적 권력은 여전할 것이고, 상대 당의 비판도 항상 매서울 것이기 때문이다. 선출 공직이란 걸 망각한 대통령이 국가 관료제를 동원해 절대권력을 휘두를 때 정당이 나서 이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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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K민주주의 2024년 봄, 풍경 하나. “선생님에게 여러분을 알려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된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을 보내온다.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니 안심하고 솔직하게 적어달라고 한다. 여러 정보를 적게 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래 희망. 학생과 학부모가 따로 적게 되어 있다.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모여 자녀의 장래 희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애는 강시예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아시죠? 거기 나오는 귀신 캐릭터 때문인 거 같아요.” “공룡이 되고 싶대요. <고고다이노> 로봇 공룡을 보고 그런 거 같아요.” 학부모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근데 한 학부모가 적은 아이의 장래 희망을 보고 모두 웃음을 멈춘다. ‘검사!’ “대통령이 되려면 먼저 검사가 되어야죠.” 장난기가 반쯤 섞인 말이지만, 모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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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이자스민과 이민사회 이주민으로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던 이자스민이 8년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류호정의 탈당과 이은주의 사퇴로 공백이 생긴 비례대표직을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이어받았다. 남은 기간은 단 4개월이지만 벌써 ‘이민사회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2016년 이미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폐기되고 말았다. 얼마 전 법무부가 이민청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철저하게 국가주의 시각을 드러낼 뿐 이민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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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테러와 정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무참히 쓰러졌다. 전국에 날것 그대로 방영된 섬찟한 폭력에 모두 소스라쳤다. 바로 그 순간 ‘속된 일상의 시간’이 멈췄다. 갈가리 찢겼던 정치 진영이 한목소리로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테러라고 하는 건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 범죄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모두의 적,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모든 폭력을 강력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진영과 상관없이 피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