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
세상 읽기 뉴라이트의 메타정치 지난 6일 독일 공영방송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려다 취소했다. <인사이드 코리아: 중국과 북한 그늘 아래의 국가 위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25일 방송사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된 바 있다. 계엄을 옹호하는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과도하게 담고 있다. 한국의 국가 위기에 미국·중국·북한 간의 권력 투쟁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윤석열 지지가 51%, 반대가 47%라고 알렸다. 외교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방적 주장에 대한 교민과 시민단체의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방영을 취소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다큐멘터리도 삭제했다. 우발적 에피소드로 보기엔 찜찜하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뉴라이트 세력의 ‘초국적 연결망’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
세상 읽기 부름과 응답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벌써 두 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 그런데도 여전히 친위 쿠데타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란을 기획, 실행, 동조했던 전문직종 출신 관료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3일 시민의 헌신으로 친위 쿠데타를 꺾었을 때만 해도 가만히 숨을 죽였다. 제법 반성하는 흉내를 내더니 내란 수괴의 선동이 어느 정도 통하는 것처럼 보이자 ‘영구 없~다 전략’으로 갈아탔다. 국회 청문회 현장, 비상계엄 선포문을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답한다. “나중에 보니까 양복 뒷주머니에 들어 있더라고요.” 경호처에서 제공한 비화폰을 갖고 있냐고 묻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끔뻑거린다. “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더라고요.”
-
세상 읽기 전문직종의 비민주성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전문직종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지배 엘리트 집단이 일상을 포획하고 있어서다. 내란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동조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일류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버지니아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세상 읽기 일상 - 계엄 처음엔 지독한 농인 줄 알았다. 몇번이나 눈 비비고서야 현실임을 알아챘다. 세 번째 밀레니엄을 시작하고도 24년이 지난, 그것도 해가 저무는 12월3일 아닌 밤중에 1979년 군사 반란과 1980년 비상계엄으로 순식간에 되돌아갔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괴기한 일이? 탄식도 잠깐, 곧 모두 박차고 일어나 추락하는 역사를 끌어올리려 자발적인 투쟁에 나섰다. 무장한 계엄군이 무너뜨리는 국회를 맨몸의 시민이 일으켜 세웠다. 또 다른 계엄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국회 앞에 모여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일상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사회적 경계가 흐려지고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모두 하나 되는 연대의 공간이 활짝 열렸다. 마침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
세상 읽기 종교와 초월성 지난 10월27일 광화문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대규모의 개신교 집회가 있었다. 거창한 이름을 내건 조직위원회의 공동대표·공동대회장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형교회 목사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오정현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회장은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회장이 맡았고 고문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주류 세력인 개신교의 대표적인 집단이 주최했다. 교회에 ‘연합예배’ 참여 동원령이 내려진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주최 측은 11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
세상 읽기 실태조사 최근 행정복지센터가 편지를 보내왔다. 1인 가구 등 위기·취약 계층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 안내였다. 조사근거(법률과 조례), 조사내용(고독사 위험군 및 취약계층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 조사기간(2024년 7~11월), 조사대상(중년 1인 가구)이 적혀 있었다. 특히 조사 참여 방법이 세 가지로 자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첫째, QR 코드 스캔을 통한 온라인 참여. 둘째, 방문조사원을 통한 참여. 셋째, 행정복지센터 방문 및 유선 연락을 통한 참여. 실태조사표에선 성명, 생년월일, 성별, 주소, 거주지, 1인 가구 사유, 근로 사유 등 실태조사의 독립변수로 활용할 항목을 묻는다. 질문 내용은 10개며, 답은 1(예)과 0(아니요)의 2점 척도다. 예를 들어 “지난 1주 동안 평균 하루 한 끼 식사도 하지 않았다”에 ‘예’ 아니면 ‘아니요’로 답하게 되어 있다. 10개 질문에서 10점 이상이면 고위험군, 8~9점이면 중위험군, 6~7점이면 저위험군, 0~5점이면 해당 없음이다.
-
세상 읽기 양방 물신주의 얼마 전 정부가 발주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11% 갓 넘은 터무니없는 선정률에 어쩔 수 없다고 위안 삼으면서도 탈락 이유를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자료 수집을 질적 접근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정책제안서의 부합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사료됩니다.” 기존 연구는 양적 실태조사에만 기대고 있어 질적 실태조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안서에서 이 점을 강조했더니, 오히려 양적 연구를 무시하고 질적 연구만 수행한다는 억측으로 탈락시켰다. ‘사료됩니다’라는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제 문장에 기분이 상하는 건 덤. 이쯤 되면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 양적 방법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은 의구심이 생긴다.
-
세상 읽기 예언적 신탁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광복절 기념사.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며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한다고 비난한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입니다.” ‘을지 자유의 방패’ 첫날인 올해 8월19일 국무회의 발언.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
세상 읽기 지네의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으로 계량경제학자를 임명했다. 경제기획원을 모델로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더니, 인구를 주로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냈다. 인구 관련해서 수행한 연구를 살펴보니 계량경제학자답게 실증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원리에 해당하는 함수를 채택하고 특정 변수를 통제할 경우 그 함수의 누진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패널 자료를 통해 추정한다. 정부 출연 연구소도 대부분 계량 연구에 치중한다. 이를테면, 인구수와 인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인구균형방정식으로 모형화하고 이를 통해 인구수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설명한다.
-
세상 읽기 결혼 로망스의 파탄 지난 1일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 저출산 및 고령사회 대응을 국가 의제로 설정한 이후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왔지만, 인구 증가에 별반 효과가 없자 아예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책 심의 권한만 가졌지 독자적인 집행·예산권이 없어 정책을 의결하고 강제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
세상 읽기 낭만적 사랑의 파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재정포럼’에서 제안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글을 직접 읽어보면 귀담아들을 내용이 있다. 저자는 선행연구를 검토한 끝에 “인구밀도가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밀도가 감소할수록 출산율이 증가하는 인구 자가 조절 메커니즘의 존재를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밀도가 삶의 쾌적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삶의 쾌적도가 제일 낮기에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한다.
-
세상 읽기 감정 규칙 어도어 대표이사 민희진의 기자회견이 연일 화제다. 성공한 여성이 격에 맞지 않게 ‘격앙, 눈물, 욕설’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며 비판한다.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라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평정 유지는 대면적 상호작용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감정 덕목이다. 함께 있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평정을 잃으면 당사자는 물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들조차도 당혹감에 빠진다. 민희진은 평정을 잃고 감정을 날것 그대로 공중에 드러냈다. 옆에 있던 변호사 두 명이 어쩔 줄 몰라하며 상황 수습에 급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