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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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예언적 신탁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광복절 기념사.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며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한다고 비난한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입니다.” ‘을지 자유의 방패’ 첫날인 올해 8월19일 국무회의 발언.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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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지네의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으로 계량경제학자를 임명했다. 경제기획원을 모델로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더니, 인구를 주로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냈다. 인구 관련해서 수행한 연구를 살펴보니 계량경제학자답게 실증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원리에 해당하는 함수를 채택하고 특정 변수를 통제할 경우 그 함수의 누진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패널 자료를 통해 추정한다. 정부 출연 연구소도 대부분 계량 연구에 치중한다. 이를테면, 인구수와 인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인구균형방정식으로 모형화하고 이를 통해 인구수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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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결혼 로망스의 파탄 지난 1일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 저출산 및 고령사회 대응을 국가 의제로 설정한 이후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왔지만, 인구 증가에 별반 효과가 없자 아예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책 심의 권한만 가졌지 독자적인 집행·예산권이 없어 정책을 의결하고 강제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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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낭만적 사랑의 파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재정포럼’에서 제안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글을 직접 읽어보면 귀담아들을 내용이 있다. 저자는 선행연구를 검토한 끝에 “인구밀도가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밀도가 감소할수록 출산율이 증가하는 인구 자가 조절 메커니즘의 존재를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밀도가 삶의 쾌적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은 삶의 쾌적도가 제일 낮기에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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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감정 규칙 어도어 대표이사 민희진의 기자회견이 연일 화제다. 성공한 여성이 격에 맞지 않게 ‘격앙, 눈물, 욕설’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며 비판한다.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라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평정 유지는 대면적 상호작용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감정 덕목이다. 함께 있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평정을 잃으면 당사자는 물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들조차도 당혹감에 빠진다. 민희진은 평정을 잃고 감정을 날것 그대로 공중에 드러냈다. 옆에 있던 변호사 두 명이 어쩔 줄 몰라하며 상황 수습에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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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검사와 의사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국가의 비시민적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선거를 통해 여론이 국가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극한의 ‘상징적 대결’을 벌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 전체와 공감하는 ‘상징적 소통’을 이루려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정당도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시민사회의 조절제도다. 정당은 공약을 내걸고 표를 얻고자 하기에 되도록 이를 지키려 노력한다. 선거는 또 올 것이며, 유권자의 시민적 권력은 여전할 것이고, 상대 당의 비판도 항상 매서울 것이기 때문이다. 선출 공직이란 걸 망각한 대통령이 국가 관료제를 동원해 절대권력을 휘두를 때 정당이 나서 이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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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K민주주의 2024년 봄, 풍경 하나. “선생님에게 여러분을 알려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된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을 보내온다.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니 안심하고 솔직하게 적어달라고 한다. 여러 정보를 적게 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래 희망. 학생과 학부모가 따로 적게 되어 있다.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모여 자녀의 장래 희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애는 강시예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아시죠? 거기 나오는 귀신 캐릭터 때문인 거 같아요.” “공룡이 되고 싶대요. <고고다이노> 로봇 공룡을 보고 그런 거 같아요.” 학부모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근데 한 학부모가 적은 아이의 장래 희망을 보고 모두 웃음을 멈춘다. ‘검사!’ “대통령이 되려면 먼저 검사가 되어야죠.” 장난기가 반쯤 섞인 말이지만, 모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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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이자스민과 이민사회 이주민으로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던 이자스민이 8년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류호정의 탈당과 이은주의 사퇴로 공백이 생긴 비례대표직을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이어받았다. 남은 기간은 단 4개월이지만 벌써 ‘이민사회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2016년 이미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폐기되고 말았다. 얼마 전 법무부가 이민청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철저하게 국가주의 시각을 드러낼 뿐 이민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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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테러와 정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무참히 쓰러졌다. 전국에 날것 그대로 방영된 섬찟한 폭력에 모두 소스라쳤다. 바로 그 순간 ‘속된 일상의 시간’이 멈췄다. 갈가리 찢겼던 정치 진영이 한목소리로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테러라고 하는 건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 범죄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모두의 적,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모든 폭력을 강력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진영과 상관없이 피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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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계약의 비계약적 요소 강사 퇴직금 문제로 대학가가 시끌벅적하다. 2019년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이후 3년 고용 기간이 끝나면서 퇴직금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강사의 교원 자격을 인정한 강사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임용하고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해야 한다. 강의담당 시수는 6시간 이하로 제한하며, 특별한 경우 학칙으로 정할 때만 9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지급 규정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6시간 강의하는 강사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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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에스닉 노동 2022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 육아 도우미는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며 저출생 해결을 위해 저임금 가사노동자를 외국에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3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면 월 100만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가능하다”며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을 위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두 달 만에 공청회가 열렸고,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르면 연말쯤 강남구에 70명, 성동구에 30명이 들어온다. 1평(3.3㎡) 남짓 고시원에 거주하는데 숙소비는 노동자 본인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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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가주의의 빈곤 지난 23일 육군본부 국감 현장. 한 국회의원이 묻는다. “6·25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 침입에 맞서 싸운 전당(육사)에 공산주의 참여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놓는 것이 정당하냐?”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답한다. “정당하지 않다.” 다른 국회의원이 묻는다. “육군총장이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독립영웅을 부정하며, 일제에 항거한 역사를 지우는 것이 옳은가?” 박 총장이 다시 답한다. “육사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 육사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육사의 목적. “국가방위에 헌신할 수 있는 육군의 정예장교 육성.” 교육의 제일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기초한 국가관 확립”이다. <학교역사>를 살펴봤다. 1946년 5월1일 국방경비대 사관학교 개교. 같은 해 6월15일 조선경비대 사관학교로 개칭. 1948년 9월5일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로 개칭. 육사의 ‘정신적 뿌리’를 물었더니 뜬금없이 ‘제도의 뿌리’로 답한 국방부 대변인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