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의사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국가의 비시민적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선거를 통해 여론이 국가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극한의 ‘상징적 대결’을 벌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 전체와 공감하는 ‘상징적 소통’을 이루려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정당도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시민사회의 조절제도다. 정당은 공약을 내걸고 표를 얻고자 하기에 되도록 이를 지키려 노력한다. 선거는 또 올 것이며, 유권자의 시민적 권력은 여전할 것이고, 상대 당의 비판도 항상 매서울 것이기 때문이다. 선출 공직이란 걸 망각한 대통령이 국가 관료제를 동원해 절대권력을 휘두를 때 정당이 나서 이를 조절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제 정당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요번 선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두 가지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검사.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를 독점한다.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1인이 전국 단일 조직으로 구성된 검찰을 지배한다. 수사, 기소, 공소 유지, 형 집행이 엄연히 서로 다른 분야인데도 검사가 모두 다 한다. 정치 검사가 마음대로 수사하고, 기소하고, 공소 유지하고, 형 집행한다. 대통령은 약속과 달리 검찰을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는다. 정치를 검사와 피의자의 관계로 본다. 사람이 밉다고 제1 야당의 대표를 만나지도 않는다. 피의사실을 함부로 유출해서 피의자 국민의 자아를 완전히 까발려 사회적 죽음으로 내몬다. 우리에게 그렇게나 큰 감동을 안겨준 배우가 무참히 떠났어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의사. 병원과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에서 재택 의료, 방문 간호, 1차 의료, 방문 건강 관리 등 지역 사회와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고령화와 팬데믹으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강해졌다. 실제로 의료 환경의 변화로 간호사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의사가 수행하던 업무까지 PA 간호사가 맡아 한다. 간호조무사도 업무가 확대되면서 간호사가 수행하던 일까지 대신한다. 하지만 모조리 다 불법이다. 청년 사이에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예술성을 인정받은 K타투가 불법 의료 행위라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초등학생이 의대에 가기 위해 미적분을 공부한다.

사회학자 파슨스는 사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배분’과 ‘통합’의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배분은 사람들에게 희소한 보상을 분배하는 것과 특정한 지위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보상의 분배와 인력의 배치는 긴장을 낳는다. 통합은 바로 이러한 긴장을 관리한다. 긴장의 잠재적 요소를 처리하고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역할이 이러한 통합 업무를 주로 맡는다. 정당한 행위 유형을 규정하고, 특정한 가치 유형을 구현한다. 이렇게 볼 때 검사와 의사는 한국 사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배분과 통합의 문제를 제기한다. 보상의 불평등과 인력의 위계적 배치가 지나치게 강고해서 사회 전체에 긴장이 극심하다.

기능은 갈수록 분화하는데 이에 맞는 전문화된 역할 체계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검사의 경우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통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하나로 묶인 ‘수사-기소-공소 유지-형 집행’ 과정을 분화시켜 새로운 역할 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의사의 경우 의사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검사-진단-치료-예방’ 과정을 하나로 묶어 몸에 대한 지식을 의사가 독점하는 현 역할 체계를 새롭게 짜야 한다. 이러한 새판 짜기는 물론 각 역할의 전문성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각 역할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고유하게 이바지하는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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