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고려대 연구소·정치학 박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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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무엇이 모순된 사고를 가능하게 했을까 종교계를 비롯해 대학 민주동문회 등의 ‘검찰개혁’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예사로 넘기기 어렵다. 지난해 ‘조국 사태’ 과정에서 작가 1276명과 대학교수 4090명 등이 유사한 내용의 지지선언을 했고 서초동 촛불집회에 수만명이 참여했지만 무게감은 이번이 더욱 크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본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9년의 지지선언이나 집회는 친민주 성향 지식인들의 ‘자가당착’이나 열혈 민주당 지지자들의 ‘팬심’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뒤집어 얘기하면 최근의 지지선언이야말로 지난해 조국 사태부터 시작한 친정부 성향 집단행동의 정신적 배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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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훈장 수여, 전태일정신의 박제화 11월13일,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자살한 이날 정부가 그에게 국민훈장 1등급인 무궁화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산업민주화와 노동권익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정부가 ‘공식 인정’한다는 취지다. 어리석은 발상이다. 1980년대 변혁운동은 1970년 분신자살한 전태일을 ‘사후적으로’ 열사로 소환하면서 시작됐고 1987년 민주화는 그 결실에 해당한다. 정부로서는 그에게 훈장을 줌으로써 민주적 정통성과 노동 친화 정당임을 강변하고 싶겠지만 과욕일 뿐 아니라 무지의 소치다. 우선,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다. 불과 얼마 전 30대 택배노동자가 “한숨도 못 자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과로사했다. 각성제를 먹으며 졸음을 참던 평화시장 봉제공장 여공과 무엇이 다른가. 2003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이 전태일과 똑같은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맸고 2013년과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과 염호석이 전태일과 같은 꿈을 꾸며 목숨을 끊었다. 2018년 김용균이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달 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했고 2016년 구의역 김군이 전동차에 끼여 사망했지만 2019년 한 해만 해도 202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과연 훈장 수여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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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당직병사를 보호하라 당직병사 현씨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장관이 현씨의 말을 거짓말로 치부했기 때문인데 사과하면 취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돌멩이 하나밖에 쥐지 못한 현씨가 혼자 힘으로 실세 장관에 맞서고 있다는 얘기다. 현씨는 추 장관을 공격하려고 혹은 집권 정치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고소한 게 아니다. 그가 지키려는 것은 거창한 대의나 명분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추 장관을 비롯한 위정자와 현 정부의 열혈 지지자들에 의해 난도질당한 자신의 명예를 지켜내려는 것이다. 친구에게 우연히 털어놓은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 말은 친구의 지인을 통해 기자에게 전해졌고 지난해 12월 말 한 주간지에 보도된 뒤 정국을 뒤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현씨는 다윗으로 불리기도 했고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는 철부지’ 또는 ‘허위창작물을 쓴 거짓말쟁이’에 ‘국정농간세력’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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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두 여인과 의료서비스 민주화 한 여인이 있다. 여든셋의 여인은 3년 전부터 혼자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웠고 지난해 여름 폐렴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병원을 감옥처럼 싫어하는 여인의 마음과 모친의 여생을 병원에서 보내게 하지 않겠다는 자식들의 의지가 합쳐져 여인은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수소문 끝에 장애인주치의제도가 시범서비스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퇴원 1주일째 되던 날 의료진이 집을 방문했고 가족들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여인의 집에는 지금 작은 병동이 차려져 있고 비록 휠체어에 의지해서나마 가족과 함께 종종 산책길에 나서고 있다. 왕복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이동 시간을 기꺼이 감수해준 의료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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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법관 후보와 국가보안법 최근 이흥구 판사가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되면서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보안법)으로 구속된 전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안법은 과연 어떤 법일까? 한마디로 ‘애국자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상호적인 동시에 자발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법으로 강제하고 있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음은 2018년 초 국내에서도 개봉된 미국 영화 <당신은 나라를 사랑하는가(The Oath)>의 줄거리로 강요된 애국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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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디지털교도소’ 자초한 사법부 고려의 5대 왕 경종은 복수법을 제정했다. 조상의 원한을 갚으려는 호족들의 청을 받아들여서다. 하나, 복수는 복수를 낳았고 복수를 빙자한 살인도 흔해졌다. 급기야 재상 왕선이 복수를 빙자해 태조의 아들이자 경종의 삼촌인 천안부원군을 살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뒤늦게 후회한 경종은 복수법을 폐지했고 이후 역사에서 같은 법이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 복수법에서처럼 개인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적으로 단죄하거나 처벌하는 것을 ‘사적 제재(私的 制裁)’라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개인적 복수는 물론이고 공공의 적을 정의의 이름으로 사적 처벌하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1991년과 1992년에 연이어 일어나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영향을 미친 ‘김부남 사건’과 ‘김보은·김진관 사건’이 개인적 복수에 해당한다면 1996년 발생한 ‘안두희 처단 사건’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살인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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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한 것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섰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돼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개의 차별금지조항이 담겼으나 입법 과정에서 7개 항목이 삭제됐다. 삭제된 조항 중 ‘병력’ ‘학력’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의 경우 한국경영자총연합회를 비롯한 재계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성적 지향’에 대해서는 특히 종교계의 반대가 심했다. 삭제되지 않은 13개 영역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등이다. 차별금지법은 19대 때에도 발의됐으나 입법 절차에 오르지 못했고, 20대 때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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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재용 판결, 재판부가 직접 하라 서울 강남역 인근 삼성타운에는 다른 재벌그룹 사옥 주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발견된다. 바로 여러 이유로 장기농성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나의 사안으로 일시적인 농성을 하는 일은 제법 있지만 이 같은 경우는 삼성을 빼고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해고노동자 김용희의 고공농성은 여러 보도를 통해 이미 유명해졌다. 그밖에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보암모)과 과천철거민대책위원회(과천철대위)도 있다. 김용희의 고공농성은 5월20일로 346일이 됐고, 2018년 초 첫 집회를 한 보암모는 암환자 6명이 삼성생명 2층에서 128일째 점거농성 중이다. 또 16년 전 결성된 과천철대위는 2009년 삼성물산 앞에서 시작한 농성만 쳐도 11년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오랜 기간 끈질기게 싸우는 것일까? 심지어 병원에 있어야 할 암환자조차 말이다. 답은 이들의 고집과 인내보다 삼성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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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지난주 초 강남역사거리 25m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를 구하기 위해 외신기자회견이 열렸다. 거기서 어느 외신기자가 물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왜 고공농성 같은 ‘기이한’ 투쟁을 하느냐고. 왜일까? 노동 3권이 법대로 보장된다면 사측과 교섭해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노조와해공작이 들어오고 파업하면 업무방해죄로 구속되기 일쑤다. 심지어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 재산은 물론 노조원의 급여까지 압류한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는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과 국가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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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코로나19보다 더한 역병 아픈 어머니가 집에 계신다. 얼마 전 산소공급기에 문제가 생겼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출장 수리가 안된다고 한다. 또 큰 병원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하필이면 추천받은 병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전국 요양병원이 전수조사 중인 가운데 집에 모셔 다행이다 싶었지만 우리집도 이 역병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멀리 있던 공포가 점차 내 집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다. 역병의 위험을 비켜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질병도 위험하지만 더 큰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실내체육시설과 유흥업소 등에 운영 중단 권고가 내려졌고 장사가 안돼 자진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10만명의 학교 비정규직은 개학 연기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고, 여행이나 관광운수업 등에서는 무급휴직에 이어 정리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해외 공장이 멈추기 시작했고 세계 경제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버티는 것도 문제겠지만 생계를 해결하는 게 더 큰 어려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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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더 많은 정치를 위하여 지난여름의 일이다. 오후 5시 우체국에 갔다. 한참이 지나도 대기 번호가 바뀌지 않았다. 중앙전산시스템이 마비됐다 한다. 이미 한 차례 안내를 했다며 기다리든가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오란다. 이럴 때 대비한 매뉴얼이 없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에도 아무 얘기가 없다. 사고도 막아야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이 더욱 절실해 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나라가 온통 비상사태다. 시장과 공연장에 사람이 없고 자영업자는 울상이 됐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예외가 없지만 없이 사는 사람들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힘들어진다. 방역마스크를 사려고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그 줄에도 설 수 없다. 병마도 무섭지만 하루 일을 쉬는 게 더 무섭기 때문이다. 2주 전 일반열람실의 휴관을 시작한 동네 도서관이 이번주부터는 전면 휴관이다. 자기 공부방 없고 독서실 갈 돈 없는 학생들만 더욱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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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당만 빼고 신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야당은 그런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대검 선임연구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소를 막은 직속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지시를 수차례 거부했다. 여당은 공수처법에 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마저 통과시켰고 야당은 다가오는 총선 공약으로 공수처법 폐지를 걸었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올해도 열렸고 3·1절에는 보수교회를 중심으로 광화문집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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