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방역이 필요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가 418명을 기록했던 지난 11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이 주최한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 상황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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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거리 두기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고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면서 유행이 종식될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확진자가 매일 10만명이 넘고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고통이 큰 사람들이 위중증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유가족일 것이다. 이에 시민인권단체들은 7일 격리 해제 후 강제 전원조치, 개인에게 가해지는 치료비 부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장에서 느껴지는 방역대책은 근본적으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며 ‘과학방역’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7일간의 격리의무는 유지하면서 확진자에 대한 지원은 축소되어 개인의 책임만 가중되었다. ‘위험도가 높은 집단에 자원과 대응을 집중한다’며 표적방역을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고위험군 모니터링도 중단된 상태다.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개인이 떠맡는 각자도생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외침에도 여전히 통계로만 개개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정기석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은 브리핑에서 “확진자가 자꾸 늘어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전 정부 포함해서 보면 확진자 숫자가 그렇게 사회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얼핏 통계만 놓고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과 죽음은 존엄의 문제이고 걱정해도 되지 않을 수치에 지나지 않는 죽음이라는 것은 없다는 점에서, 이는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라 할 것이다.

국가가 제대로 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 속에서 더 큰 피해와 고통을 겪는 것은 고령자, 장애인, 이주민, 홈리스 등 사회적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고 격리장소를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민간 의료기관에 갈 수 없거나 자체적으로 격리장소를 마련할 수 없는 이들은 더 많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 소수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미치는 문제와 이에 대한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는 차별하지 않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유엔이 코로나19 확진 초기부터 지적했던 이야기를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과학이라면, 격리기간을 설정하고 시설을 설치하며, 확진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정치이다. 특히 사회의 구조적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병의 영향을 확인하고 평등한 방역체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역할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프레임처럼 과학방역과 정치방역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이 모두를 조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프레임이 아닌 개인의 목소리에서 출발한 구체적 방역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일 기자회견에 연대 단체로 함께한,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가의 발언 일부를 전한다.

“정부는 지금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시장과 개인에 책임을 맡기려는 정치방역을 과학방역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때가 아닙니다. 누가 고통받는지, 차별받는지, 더 아픈지 정부가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방역정책은 더 고통받고 더 아픈 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바로 사람 중심의 방역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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