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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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이웃 ‘이주민’ 연초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에미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 주요 상들을 휩쓸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감개무량한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속에 나타난 한국 이주민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초라한, 주변인 이미지가 강했다. 미국 코미디 수사물인 <몽크>에선 주인공 탐정이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막혀 영어 대신 괴상한 언어를 쏟아내자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는 “혹시 한국어냐? 한국인들은 영어도 배우지 않고, 우리들의 복지를 뺏어간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이 나온다. 모녀 이야기를 다룬 인기드라마 <길모어 걸스>의 경우 주인공 절친인 한국계 여고생은 부모 허락 없이는 남학생과 대화조차 못하고, 학교와 교회 일만 강요받는 등 폐쇄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이런 설정은 주인공인 딸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고 매사 대화로 해결하려는 미국인 엄마와 시종일관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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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가족의 탄생 최근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대리모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적잖이 이슈가 되고 있다. 평택시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생사가 불분명한 아동이 있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로 밝혀진 것이다. 아이는 친부와 별 탈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친부는 총 3명의 아이를 대리모들을 통해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모는 국내법상 불법이지만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친부가 애국자 아니냐”라며 생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가처럼 대리모를 합법화하자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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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퀴즈 하나. 울산대 의대는 지방대일까. 이 대학은 울산광역시에 있지만 입시생들 사이에선 사실상 인서울 대학으로 인식돼 왔다. 그간 의대 6년 과정 중 예과 1년 만을 울산에서 공부하면 남은 기간은 협력병원인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업을 받고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울산의대는 전국 26개 의대 중 입시 합격선이 서울의 웬만한 의대보다 높았다. 이처럼 의대 인가는 지방에서 받았지만 사실상 서울 및 수도권의 부속병원 내지 협력병원에서 교육하는 ‘무늬만 지방 의대’들이 여럿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서동용 국회의원은 2020년 국감에서 울산대를 비롯해 순천향대·동국대·한림대 등 몇몇 지방 의대들이 해당 지역이 아닌 서울 소재 병원을 중심으로 의대 교육을 편법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실태조사를 거쳐 관련 의대 6곳에 시정 조치를 내렸고, 지난해부터 모든 이론 수업 과목을 의대 인가를 받은 시설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울산대의 경우 올해 신입생부터 지역에서 4년 이상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대학이 교육부 조치에 따라 지역 수업을 확대하자 2023학년도 정시 수능 합격 점수가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과거 입학생들의 상당수가 수도권 학생들이었음을 방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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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협받는 밥상, 지켜내는 밥상 최근 장을 보다가 농산물 가격에 깜짝 놀랐다. 200g 시금치 한 봉지가 8000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100g당 4000원대로 외국산 쇠고기보다 비쌌다. 올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농민들 표현대로 시금치가 ‘녹아내린’ 탓이다. 시금치만이 아니었다. 체감상 작년보다 샤인머스캣·복숭아 등은 50% 이상, 사과는 2배 이상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야채·과일 가격의 변동이 심했다. 이는 같은 비용을 지불해도 예년보다 질 낮은 밥상을 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밥상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선 대표적인 매운 소스인 스리랏차 소스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10배까지 폭등했다. 가뭄으로 할라페뇨 고추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도 올해 가뭄과 폭염이 반복돼 올리브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폭등, 현지 슈퍼마켓에선 올리브유 도난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위기가 생산자를 넘어 이제는 소비자에게도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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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송 참사, 학교 비극 그리고 각자도생 올여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감정 키워드는 슬픔과 분노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이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슬픔과 더불어 사회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오송 참사의 경우 모든 당국이 짜기라도 한 듯 수많은 위험 신호를 무시했고, 그 결과 시민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초등 교사의 죽음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학교 담장을 넘어 전국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반면 사회적 비극과 참사를 지켜보는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은 일반 시민들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오송 참사 발생 후 김영환 충북지사는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내가 현장에 갔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도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감이 든다. 현 정권에서 유독 자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국내 폭우 피해가 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일정을 강행하면서 “내가 지금 한국에 가봐야 상황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핼러윈 데이는 축제가 아닌 하나의 현상”이라는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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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 18세기 스코틀랜드 한 병원에 서서히 죽어가는 한 환자가 있다. 실력있는 의사들조차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지만 20세기에서 타임슬립(시간여행)한 간호사 출신의 여주인공은 그의 소변을 살펴보고는 단박에 무슨 병인지 파악한다. 넷플리스 드라마 <아웃랜더>의 한 장면이다. 과학이 크게 발전한 오늘날에는 예측이 쉬운 일들도 과거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의 실체를 모르고, 대비법은 더더욱 몰랐기에 사회적 불안감이 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상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1인당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수산물을 자주 먹는 국민들 역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요즘 친한 지인·친인척을 만나거나 연락하게 되면 안부 인사로 “소금 사놨냐”고 물어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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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통, 복지를 넘어 균형발전까지 김포 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출근시간 밀집도는 1㎡당 7~8명에 이르는데 이는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4~5명)과 비교해도 더욱 높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밀집도인 9~10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으로, 지난달 하루에 승객 3명이나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등 올해 들어 1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김포골드라인은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질수록 혼잡도가 극심해진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전동차와 승강장 크기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우이신설선·신림선 등 다른 경전철들과 달리 노선 중간에 다른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전혀 없다.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김포공항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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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극복 대책이라는 정부 한 지인은 자신의 형제자매가 4명인데 그중 2명만 결혼했고, 아이는 단 1명뿐이라고 했다. 그 아이가 훗날 커서 부양해야 할 어른들이 이 가족 내에서만 8명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는 30대를 넘어 40~50대를 홀로 살아가는 지인 및 친구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 수치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의 절반인 셈인데 서울은 더 심각해 출생률이 0.59명에 그친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서울은 이미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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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크투어리즘과 이태원 참사 다크투어리즘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둘러보며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유대인 대학살 현장이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대표적이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한국사회에선 다소 낯선 방식의 체험여행이지만 최근 몇년 전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주도가 전국 처음으로 2020년 ‘다크투어리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항일운동, 제주 4·3사건 등을 중심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광주전남연구원도 최근 “지역에 일제강점기 잔재와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 등 다크투어리즘 관련 자원이 288곳에 달한다”라며 이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적극 개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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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모두를 위한 무임승차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주 경북 청송에서 나온 작은 뉴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송군은 올해부터 모든 농어촌 버스에 대한 전면 무료화 방침을 밝혔는데 연령이나 소득, 거주지 상관없이 누구나 버스를 무료로 타는 게 가능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인구 2만4000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지방소멸을 막고 관광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버스 정책은 경기 화성시를 비롯해 안산시·안성시·의왕시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경북 역시 올해 일부 지역에서 만 70세 이상 노인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버스 무료 탑승을 실시한 후 2025년부터는 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안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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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빈곤과 포르노 사이에서 스위스 사회학자로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는 저명한 기아 문제 연구자다. 그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등의 저서들을 통해 기아 문제, 특히 아동 빈곤에 대한 실태와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빈곤은 다국적 자본이 제3세계 민중을 착취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 또 자본주의에서 소수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제3세계 고통과 빈곤을 기반으로 자라난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어린이와 찍은 사진을 놓고 연일 정치권이 시끄럽다. 배우이자 은퇴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한 오드리 헵번의 1992년 소말리아 방문 사진을 따라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더니, 현재는 ‘빈곤 포르노’ 표현 논란 속에서 조명 3대가 동원됐느냐, 아니냐까지로 공방이 번졌다. 여권에선 “표현 자체가 반여성적”이라며 “유니세프 등 구호단체도 포르노 단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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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여가부 없애면 지역균형발전? 여성가족부 폐지가 가시화됐다. 지난 6일 공식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서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여가부는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여가부 기능 축소, 성평등 정책 후퇴 등 여러 비판 속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은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계기로 여성정책을 인구정책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는 인구·아동·노인 업무에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업무를 더해 생애주기별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초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할 것”이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설명과 “생애주기별 정책을 추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지점에서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