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없애면 지역균형발전?

문주영 전국사회부 차장

여성가족부 폐지가 가시화됐다. 지난 6일 공식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서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여가부는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문주영 전국사회부 차장

문주영 전국사회부 차장

여가부 기능 축소, 성평등 정책 후퇴 등 여러 비판 속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은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계기로 여성정책을 인구정책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는 인구·아동·노인 업무에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업무를 더해 생애주기별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초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할 것”이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설명과 “생애주기별 정책을 추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지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인구문제는 미래에 다가올 이슈가 아니라 현재 이슈”라면서 “모든 분야의 정책을 총동원하라”며 인구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구정책은 지방소멸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인구학자들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한 경쟁을 일으켜 저출생을 야기하고 지방이 소멸한다고 설명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에도 일자리와 보육 및 교육, 의료, 주거 환경이 적절히 갖춰져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의 직접적 원인이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점에서 볼 때 2010년 이후 지방소멸은 새로운 양상을 띤다. 바로 젊은 여성들의 지방 탈출 러시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2000년대까지만 해도 수도권 인구 유입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2010년 이후 이 비율이 역전됐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의 경우 자동차·조선·철강 등 남성중심적 제조업이 많다 보니 문화 자체도 가부장적이어서 여성들은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관련,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중공업 가족은 여성들과 딸들의 공간을 결혼 생활의 영역에 한정 지었다. 이제 딸들은 거제를 떠나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아빠들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 4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라는 보고서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경제적 지원책이 아닌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여성의 일과 양육 병행을 장려하고,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가 큰 미국·노르웨이·핀란드·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선 최근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소멸을 막는 효과적인 인구정책을 위해선 결국 여성중심의 정책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은 “현 (여가부) 형태로는 인구 구조 및 가족 변화 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지만 ‘여성’ 없는 인구정책은 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돌고 돌아 다시 ‘여성문제’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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