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정치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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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취향’에 흔들리는 세계 뉴스와 정치를 평론하는 걸로 먹고살지만 쉴 때는 보통 게임을 한다. 그러다보니 ‘집게손’ 논란을 보면서도 오늘날의 대의 정치를 연상하게 된다. 경향신문의 연속 보도로 ‘집게손’ 논란에 불을 지핀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무리라는 게 드러났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사와 실제 문제가 되는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음모론의 특성상 주장과 반론, 의혹 제기는 당분간 계속 꼬리를 물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별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확인하지 않으면 발견하기도 어렵고,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도 달라 의미도 불명확한 ‘집게손’을 ‘몰래’ 영상에 넣어서 얻을 이득이라는 게 과연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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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윤석열의 일부러 집값 올리는 정치 후보 시절에 윤석열 대통령이 외쳤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무능이 아니라 일부러 그런 거다!”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되면 보수화된다고 본 것 아닌가!” 여당의 김포 서울 편입론에 이어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내놓는 걸 보며 이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당시 윤 후보가 근거로 든 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쓴 책의 한 대목이다. 거기서 논하는 바는 자산 소유에 따른 정치 성향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은 경제 정책의 범주를 넘어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걸 ‘일부러 집값 올린 근거’라는 건 극단적 유튜브 세계에서나 통하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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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칼싸움만 할 거면 정치는 왜 하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이 해임되었다는 데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 언론은 ‘개딸(개혁의 딸)’과 ‘태극기’에 견주고 있는데, 우리는 일부가 아닌 정치 전반의 문제란 점을 짚어야 한다.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지만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프리덤 코커스’라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임시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고,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지시도 했다. 그런데도 강경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따로 합의한 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 한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매카시 전 의장을 배신자로 몰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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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총선까지 ‘문재인 정권 심판’으로 치를 텐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반공 드라이브’를 보며 궁금해졌다. 진심인가 전략인가? 통치자의 행위는 보통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게 그럴듯하면 진심인지 아닌지를 더 따질 필요는 없다. 저게 정말 진심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전략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이란 뜻인데, 지금 이 논란이 딱 그렇다. 보통은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고 하지만 이걸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독립운동에 공이 큰 분으로 알고 있다.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외교안보적 이해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홍범도 장군 흉상을 보면서 소련 공산당을 연상할 리도 만무하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밑도 끝도 없는 이념 시비는 짜증만 유발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결집을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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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남 탓’으로 현상유지하는 정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놓고 서로를 탓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파행의 책임을 제대로 짚고 싶다면 길 잃은 새만금 사업 정당화를 위해 잼버리가 동원된 얘기부터 해야 한다. 새만금 사업은 대체 왜 시작했으며, 갯벌과 거기에 사는 생명과 그 덕에 먹고사는 어민을 희생한 대가는 무엇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본질에는 무관심하면서 서로를 때리는 데만 혈안이 된 여의도 정치가 다른 문제인들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남 탓하지 말라”고 하면 남 탓 책임을 놓고 또 서로 탓하는 게 지금의 여의도 정치다. 이번 사태의 ‘남 탓 책임’은 정권과 여당에 있다. 대통령실이 잼버리 파행에 대해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한 게 이번 남 탓 경쟁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아파트 시공에 철근이 누락된 것마저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고, 여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심각한 결함”을 언급했는데, 끈질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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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원전 중심 세계관의 충돌을 상정하는 싸움 대학 시절의 일이다. 순대 한 알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누군가 그걸 주워 몇 번 털더니 멀쩡한 순대와 뒤섞었다. 그러고는 “괜찮아! 먹어도 안 죽어!”라고 했다. 정상적인 위생관념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어서 크게 당황했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었다는 이유로 죽을 확률이 매우 작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떨어진 음식을 버리는 것보다는 먹는 게 어떤 사고체계에선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심리적 저항감이 문제인데, 이걸 오염이 되지 않은 음식과 뒤섞어 선별할 수 없게 만드는 걸로 해결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묘수인데, 또 달리 생각하면 괘씸하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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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상하기 짝이 없는 정치논리 정치논리라는 게 그렇다. 유권자들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권리를 포기할 순 없어 ‘덜 나쁜 놈’을 뽑고자 하지만, 판단하기 쉽지 않고 결국은 속는 처지다. 두 번 속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기에 유권자들은 지지한 대상에 실망했더라도 ‘상대편이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도 그랬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개혁’은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 위한 핑계 같은 걸로 비쳤다. 물론 이런 생각이 곧바로 보수정치 지지로 이어진 건 아니다. 과거 정권의 사례를 보면 보수정치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개혁’을 핑계로 한 길들이기 시도에 저항하는 검찰총장이 나오면서 가능해졌다. 위선적이고 자의적인 ‘개혁’의 시대를 청산할 수 있는 법치주의자가 등장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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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침대 축구’ 같은 정치 억울하다니 굳이 따져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더 악성인 이유는 뭘까? 일단 경우가 다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적어도 투자와 관련해선 ‘부정’을 의심할 만한 의혹을 받은 일이 없다. 김남국 의원은 ‘돈세탁설’부터 ‘로비설’까지 온갖 얘기를 다 듣고 있다. 그럼에도 ‘설’은 ‘설’일 뿐이니 억울하다는 얘기인데, 이것도 할 말 많지만 ‘설’에 대한 얘기는 접어두고 다시 얘기해보자.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을 했다는데, 이유가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가상자산 투자에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386들이 부동산 및 주식 투자로 크게 돈을 벌어놓고 다음 세대가 돈 벌 기회는 봉쇄했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 가난을 호소하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가상자산 투자로 큰돈을 벌고 심지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서까지 거래에 열중했다니 더 화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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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종격투기장’이 된 여의도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최근 이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난맥상은 윤석열 대통령을 ‘나쁜 가부장’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드라마나 소설에 가끔 나오는 캐릭터다. 밖에 나가서 하는 걸 보면 세상에 다시 나오지 않을 호인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걸핏하면 “동맹을 흔들지 말라”며 화를 내고 윽박지르는 무서운 아버지다. “그렇게 다 퍼주면 우린 뭐 먹고 사느냐”는 항변은 꿈도 꾸지 못한다. 왜 나를 가장으로 인정해주지 않느냐며 전 정권 얘길 또 꺼낼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의 하락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이렇게 비춰진 탓이 클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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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불가능하다’는 답변과의 싸움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는 정권의 논리는 크게 두 개다. 첫째는 ‘일본도 깜짝 놀랄 정도의 양보’를 했기 때문에 결국 기시다 정권의 태도 역시 변화하리라는 것, 둘째는 전 정권이 워낙에 한·일관계를 크게 망쳐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이들은 다시 한 번 외친다. “반일 죽창가 타령을 멈추라!” “제발 식민지 의식에서 벗어나자!” 전 정권이 한·일 간 대립구도를 선거에 활용한 건 일부 사실이다. ‘총선은 한·일전’류의 구호가 이를 대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크게 달라진 거 같지 않다. 이완용, 매국노, 을사늑약이 거론되는가 하면 “경술국치에 이은 계묘국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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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만적 승부수와 ‘반집싸움’ 한때 ‘승부사 기질’은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꼭 갖춰야 할 덕목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 정치를 볼 것 같으면 승부사의 시대는 가고 ‘반집싸움’의 시대가 온 것 같다. 한 수라도 잘못 두면 지는 것처럼 하는 정치가 대세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는 모습도 그렇다. 대의명분을 움켜쥔 채 승부수를 던지는 선 굵은 대응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이다. 나름 절박함이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손익 문제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정면돌파하기보다는, “검찰의 소설”이라는 수사(修辭)에 기대, 과거의 해명을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논리 공방은 법정에서 벌이는 게 낫다는 계산 아니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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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치개혁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 얼마 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앞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여야 의원들이 제각기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이 있고 내년 총선 전에 선거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기에 정치개혁 논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제대로 된 결론을 낼 수 있을까? 그건 쉽지 않다. 각자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그것도 이유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