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기 짝이 없는 정치논리

김민하 정치평론가

정치논리라는 게 그렇다. 유권자들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권리를 포기할 순 없어 ‘덜 나쁜 놈’을 뽑고자 하지만, 판단하기 쉽지 않고 결국은 속는 처지다. 두 번 속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기에 유권자들은 지지한 대상에 실망했더라도 ‘상대편이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김민하 정치평론가

윤석열 정권의 등장도 그랬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개혁’은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 위한 핑계 같은 걸로 비쳤다. 물론 이런 생각이 곧바로 보수정치 지지로 이어진 건 아니다. 과거 정권의 사례를 보면 보수정치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개혁’을 핑계로 한 길들이기 시도에 저항하는 검찰총장이 나오면서 가능해졌다. 위선적이고 자의적인 ‘개혁’의 시대를 청산할 수 있는 법치주의자가 등장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런 기대는 집권 1년도 안 돼 산산조각 났다. 법치는 없고 편가르기만 횡행한다. 야당 입장에선 기회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정권 비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유 민주주의’를 내세운 정권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둘째, 미국과 일본에 과도하게 밀착하는 ‘이념편향적 외교 안보’로 일관한다. 셋째, 이 때문에 민생에 불필요한 부담을 안기는 아마추어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지적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은 곧이어 생각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이었다면 달랐을까? 이념편향적 외교를 바로잡을 대안으로 인식되려면 편향 없는 실리 외교를 구사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래경 혁신위원장 논란은 편향이 없는 게 아니라 반대쪽 편향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미국·일본·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 적절한 전략을 갖고 임하는 것이지, 미국과 일본을 반대하다 중국·러시아의 가짜뉴스 전략에 포섭되는 게 아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싱하이밍 대사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주장에 대한 반론을 신문에 직접 기고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인사이다. 대사관저에 제1야당 대표를 초청할 때에는 나름의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간파 못하고 외국의 자기 나라 공격에 제1야당 대표가 들러리를 선 모양이 된 건 이해 못할 일이다.

보수정치는 자신들을 주류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을 답습하는 비주류’로 공격해왔다. 집권을 3차례나 한 민주당의 가장 효과적인 반격 방식은 오히려 자신들이 주류의 최첨단에 있으며, 좌파 타령하며 감세와 낙수효과를 신봉하는 보수정치가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경과 싱하이밍, 두 키워드는 민주당이 오히려 보수정치의 공격 논리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비주류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정권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림이다. 이는 사상이라기보다는 능력의 문제다. 이 사태는 민주당의 정무적 기획 및 판단 능력이 고장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도적 유권자가 보기엔 민주당 역시 ‘아마추어’ 집단인 것이다. 아직도 ‘개딸’ 얘기를 하는 민주당이 더 민주적인 것 같지도 않다.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봐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에 실망해 민주당을 새롭게 지지하기로 했다는 흐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총선은 ‘조국 대 우병우’ 구도로 지지층만 갖고 치를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대선은 어떻게 할 건가? 정권 잃은 야당에게 5년은 ‘빌드 업’의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출마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는 이재명 대표다. 상대는 선수를 바꾸는데 ‘고장난 민주당’을 계속 유지해서 이길 수 있겠는가? 재집권하고 싶다면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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