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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주연의 꿈

이용욱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영화라도 찍는 듯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 도려낼 대상을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고, 이를 때려잡는 것을 통치 기조로 삼은 듯하다. 툭하면 이뤄지는 압수수색, 구속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다. 집권세력 시각에서 보면 노동계, 방송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카르텔이 암약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마약 카르텔이 횡행하는 남미라도 된다는 말인가. 검사 시절 조폭 때려잡듯, 강력한 한 방으로 카르텔을 도려내고 정의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꿈꾸는 것 아닐까.

이용욱 정치에디터

이용욱 정치에디터

그러나 국정은 때려잡는 게 아니다. 내 편이 많아야 통치가 수월하고 지지율이 바탕이 돼야 자신만의 어젠다를 실현할 수 있다. 카르텔을 없앤다며 사방에 적을 쌓아가는 통치는 증오와 혐오를 퍼뜨리고, 사회를 흉흉하게 만든다. 더구나 국정 난제들은 여러 이해가 얽혀 있어, 카르텔 하나 도려낸다고 해결할 수 없다. 집권세력이 반대세력 제거를 위해 있지도 않은 카르텔 프레임을 덧씌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카르텔 척결에 모든 것을 걸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전임 정부와 이해관계로 얽힌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더니, 교육 분야에도 카르텔 프레임을 꺼냈다.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지 말라’고 한 이후 여권에서 교육당국과 사교육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쟁점화한 것이다. 교육부는 카르텔 때문에 6월 모의고사 난이도 조절이 실패했다며 교육부 담당 국장을 경질했고,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까지 사임했다. 정부는 사교육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며, 여당은 ‘일타강사’들이 부당한 수익을 올린다고 여론전을 편다. 썩은 교육당국과 돈에 눈먼 사교육계가 결탁해 입시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계와 교육당국의 카르텔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만 때려잡으면 공정 수능과 교육 정상화가 이뤄진다는 사고방식은 허무맹랑하다. ‘킬러 문항’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능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특목고·일반고, 상위권·하위권, 교육특구·나머지 지역 등의 이해가 다르다. 결국 대통령이 쟁점화한 쉬운 수능과 사교육 때려잡기는 수능을 5개월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이런 대통령에게 입시를 배운다는 교육부 장관이나, 조국 수사를 해서 전문가가 됐다고 방어한 여당 정책위의장은 더 한심하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도 전쟁하듯 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무례했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그의 교체를 요구하는 듯한 언사를 한 것은 지나쳤다.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데, 단교라도 하자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중국을 러시아·북한과 연결된 ‘공산 카르텔’쯤으로 보는 것 아닐까. 좌파·노조 세력과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공영방송도 손봐줘야 한다. 툭하면 ‘전 정부 탓’하는 데서 짐작건대,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각종 카르텔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괴수 카르텔’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을 동경하고 있을지 모른다. 마동석이 펀치로 범죄를 청소하듯 검사 시절 처벌하지 못한 놈들을 더 큰 권력으로 때려잡고 싶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직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통령이라고 하는 스타성 있는 일, 이게 약간 어색했는데 좀 익숙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마동석을 꿈꾸지 않겠느냐는 상상은 괜히 꺼낸 게 아니다. 그러나 넉넉한 풍채 외에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없다. 마동석은 근육으로 다져진 팔뚝을 가졌지만, 윤 대통령은 펀치는 그리 강력해보이지 않는다. <범죄도시>는 통쾌하지만, 국정은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지목한 이권 카르텔보다 ‘검사 카르텔’ ‘핵관 카르텔’을 더 싫어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K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윤 전 장관 지적엔 동의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이렇게 거칠게 국정을 운영한 대통령이 있었는가. 윤석열 정부 1년, 좋은 기억은 없지만 나쁜 기억은 한가득이다.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것인가. ‘흑역사’를 면하고 싶다면 전후좌우, 앞뒤 맥락을 살피는 국정을 펴길 바란다. ‘어퍼컷 세리머니’와 같은 힘자랑은 지난 대선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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