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웹소설과 청년 정치인

이용욱 논설위원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 연합뉴스

웹소설(web novel)은 웹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말한다. 좁혀 말하면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하이틴 로맨스·추리·판타지·무협 등 장르소설을 일컫는다.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짧고 직관적인 표현에 대화체가 많이 실린다. 편당 5000자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B급 문학’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문화 콘텐츠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 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대였던 웹소설 시장은 2021년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등도 원작이 웹소설이다.

막바지를 향해 달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느닷없이 웹소설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친윤석열계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2015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묘재’라는 필명으로 쓴 판타지 무협소설 <강남화타>가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 여성 배우를 성관계를 통해 치료하고, 성대에 이상이 온 여성 가수를 치료해준 뒤 교제한다는 내용인데 그 대상이 유명 연예인들을 연상시킨다. 인기가수 아이유는 작품 속에서 ‘3단 고음의 가수 이지은(아이유 본명)’, 배우 김혜수는 ‘글래머 배우 김해수’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창작의 자유”라고 주장하던 장 후보도 논란이 커지자 “특정 연예인이 연상돼서 그 팬분들이 우려하신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성상납 사건에 연루돼 기소 의견 송치된 이준석 전 대표가 판타지 소설 내용으로 딴지를 거는 게 더욱 어이가 없다”거나 “탁현민(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처럼 에세이에서 음담패설을 했냐, 아니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들처럼 댓글로 여성 연예인을 성희롱했냐”고 반발했다. 집권 여당의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 선두권에 있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니 씁쓸하다. 가뜩이나 진흙탕 싸움으로 진행되던 여당의 전당대회가 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소설이 ‘12세 이상 열람 가능’이었다니 이 또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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