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다 죽어”

이용욱 논설위원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태극기 아니에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합니다. 요즘 조바심이 나 견딜 수가 없어요. 내년 3월 대선에서 좌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에 패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 대선 승리를 낙관했습니다.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고, 무엇보다 여당에 우호적이던 서울 전 지역구의 표심도 야권에 기운 게 확인됐기 때문이지요. 조국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여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사람들의 염증은 대단했고요.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 부활은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한때는 그를 저주했어요.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이명박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박근혜 정부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실체도 불분명한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을 씌워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었죠.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결기 있게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4일 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 남긴 말을 기억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인 울분으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미움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용욱 논설위원

이용욱 논설위원

그런데, 윤 전 총장 때문에 걱정입니다. 진보언론이 검찰총장 중도사퇴를 비판했을 때 흠집내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권을 향해 “내가 그렇게 무섭냐”고 할 때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등 상식 밖 발언을 들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기레기들이 젤 무식한 줄 알았는데, 검사들도 그 못지않은가 봐요. 시간이 갈수록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손바닥 ‘왕’자 논란, 도사, 항문침도 기가 찬데, 보수도 인정하지 않는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니요.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느냐”는 말에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유기견 키운다는 반려인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가요.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건 TV 예능프로에서 보여준 배우 주현씨의 성대모사였습니다. “야~이 좌식아.”

홍준표 의원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대입 수시 폐지, 주 52시간제 잠정 중단, 사형제 부활 등 공약들은 언뜻 파격적으로 들리지만, 황당하군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교육, 노동, 인권 문제를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건가요. 혹은 특정 계층 표를 얻기 위해 실현성을 따지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찔러본 건가요. 홍 트럼프 별명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또 많은 야당 관계자들은 홍 의원을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비주류일 때나, 자신과 관계없는 사안에 대해선 정곡을 찌르는 말도 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태도가 바뀌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합니다. 실제 홍준표 하면 떠오르는 막말들은 대표 시절 집중적으로 나왔죠. 지지율 상승세의 홍 의원 캠프에 현역 의원이 두 명밖에 없는 것만 봐도 당내 인심을 알 수 있죠.

국민의힘도 한심합니다. 네거티브 공방, 괴문서, 줄세우기 논란 등 경선이 난장판이 되는데도 지도부는 속수무책입니다. 언제 무능, 웰빙당 굴레를 벗을까요. 이준석 대표를 흔드는 모 최고위원의 속은 훤히 보입니다. 윤 전 총장에게 잘 보여 내년 보궐선거 공천 얻을 생각만 하는 거 같은데, 대선 패하면 다 끝이라는 것을 모르시나요. ‘대장동 게이트’ 실체를 밝힌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국감장에 세워놓고 역공당한 것도 한심하죠. 이 후보가 실실 웃었다고 태도불량을 비판하는데, 그 판은 누가 깔아줬습니까.

이러니 자유시민이 불안할 수밖에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일관되게 높게 나온다고 좋아할 거 없습니다. 여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덕분이지, 국민의힘이 잘나서 그런 거 아닙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당층이 기권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만 투표장에 나오겠죠. 선거는 절박한 편이 이기는 겁니다. 무사안일 천하태평 국민의힘 의원들이 간절함을 알까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는데, 마이너스 경선을 치르고도 정권 바꿀 수 있겠습니까.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를 비틀어 인용하고 싶군요. “제발 그만해. 나 너무 짜증나. 이러다가는 다 죽어.”

※보수성향 지인들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가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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