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지금 이 글을 어디서 보고 계시나요. 우선 경향신문 2022년 5월13일자 26면 위쪽 지면에서 읽고 계셨으면 합니다. 칼럼이란 명칭의 유래도 그렇고, 아무래도 저는 신문쟁이니까요. 더 현실적으로는 경향신문 모바일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많이들 보셨으면 합니다. 그게 저희가 그리는 미래니까요. 종이 신문뿐 아니라 경향신문이 만든 여러 채널에서 뉴스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저희 뉴스를 믿고 찾는다는 의미지요.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박재현 콘텐츠랩부문장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을 통해 읽고 계신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링크를 통해서 보시는 분도 있을 것 같군요. 이처럼 뉴스를 유통하는 주도권은 이미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보다 포털이나 SNS로 넘어간 지 오랩니다.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포털은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합니다. 포털이라는 매장에서 수많은 언론사들이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 뉴스로 경쟁하다 보니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도 생깁니다.

물론 언론의 위기는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취재 방식과 보도 관행, 지난날 정보의 독과점에 의한 안일함. 진영논리에 영합하거나 권력과 결탁한 언론사도 일부 있었습니다. 그 결과들이 쌓이면서 언론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들이 취재원칙을 다듬고 주장이 아닌 팩트와 진실을 전하려 노력합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디지털 전환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뉴스를 담는 그릇이 지면만이 아니기에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죠. 정보와 지식, 재미를 담은 인포그래픽이나 영상 등으로 시각화하고 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힘들게 취재한 진실이 가짜뉴스나 소문에 왜곡되고, 공들여 써놓은 기사가 ‘우리 편이 아니다’란 이유로 야유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정보기술(IT) 접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개발자, UI/UX 디자이너와 같은 IT 인재들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알려진 대로 이른바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와 게임사들이 IT 개발자들을 독식하고 있죠. 자금력이나 선호도 모두 상업성을 앞세운 대형 플랫폼기업에 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강수연씨가 자주 했다는 말이지요.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대사로도 유명합니다. 돈의 유혹에도 자존심을 지키며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하죠. 감히 말씀드리면 저희 기자들이 그렇습니다. 세상이 주는 영예에 욕심내지 않고 그저 저널리즘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그렇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언론의 힘을 믿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정현종의 시 ‘방문객’ 중)

지금 경향신문은 58기 수습기자와 경영일반직 사원 그리고 경력기자들을 뽑고 있습니다.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 면접과 실무평가 등 채용 과정은 논설위원실, 편집국, 신문국, 전략기획본부 등이 참여해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공정을 내세운 정권이 등장해 여야는 교체됐는데 내로남불은 여전하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경제는 위기인데 부동산 가격은 들썩여 뛰어다녀야 할 취재 현장이 많습니다. 바쁜 가운데 더 바빠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이토록 사람을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약의 미래가 그들과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 이번 모집 공고문을 조금 간추려 봅니다. 독자를 향한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신문 누가 봐?” 이런 얘기 종종 들으셨나요. 속상한 당신을 기다립니다. 누구라도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들어 봅시다. “기사가 왜 이래?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답답한 당신을 기다립니다. ‘과연 경향신문이구나!’ 싶은 콘텐츠를 함께 만듭시다. 아직 글과 말이 되지 못한 목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을 인재를 찾습니다. 창간 76주년을 맞는 경향신문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걷지만 생각도 표정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합니다. 떠들썩한 변화의 복판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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