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게 인공지능 교육을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50대에게 인공지능 교육을

지금 많은 대학서 정부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암묵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50대 이상을 위한 디지털과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은 없을까? 이젠 그들에게 인공지능 교육과 훈련을 허하라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이야기 잔치에 한마디 얹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범용기술이 될 것이 분명해졌으며, 그것도 전례가 드문 정도의 범용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정도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 생활 전체를 상전벽해로 바꿀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국은 지금 인구 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으로 바뀔 미래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범용기술이란 특정한 하나의 목적이나 용도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굉장히 넓게 심지어 무한대로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정한 자원만 투여하면 자신이 뜻하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을 뜻한다. 멀리 인류가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 개발한 범용기술은 언어와 불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며, 문명이 시작된 이후 나타난 범용기술은 농경 목축, 수레, 화폐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것으로는 각종 이동수단, 전기, 컴퓨터 및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범용기술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 있었지만 반론도 있었다. 특정한 목적에 관한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는 과정은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고도의 전문성이 개입하기 때문에 보편적·일반적으로 확산되어 모든 용도에 사용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꼭 필요하거나 효율적인 부문에만 도입되는 기술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챗GPT는 중요한 두 가지 혁신을 보여주었다. 먼저 기존의 ‘지도형 기계학습’ 대신 ‘생성적 사전학습’과 ‘지도형 미세조정’의 두 단계 과정을 거쳐 질이 좋은 산출물을 적은 비용으로 즉각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교호과정을 우리가 쓰는 언어의 대화로 바꾸어 내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앞에서 말한 반론의 타당성은 크게 줄어든다. 이제는 누구든 어떤 목적에서든 아주 낮은 비용으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일정한 수준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이 범용기술로 쓰일 날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이라는 범용기술이 가져올 파괴적·창조적 충격의 폭과 깊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수긍이 간다. 범용기술이라고 해도, 수레는 이동에 대한 것이며, 전기는 에너지에 대한 것일 뿐이다. 수레의 발명이 법률 체계를 바꾸지는 못하며, 전기의 발명이 교육 체계를 바꾼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누적된 인간 정신의 총량을 담고 이를 자유자재로 주물러서 주어진 목적에 맞게 원하는 내용을 ‘새로이 생성’해내는 인공지능의 발명은 과연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산업 전반, 나아가 사회 및 인간의 존재에까지 충격을 미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옥스퍼드 AI 거버넌스 핸드북’의 한 저자는 범용기술로서의 인공지능이 가져올 충격이 18세기 산업혁명과 신석기 혁명의 충격에 맞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 범용기술 위한 사회적 계획 필요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생각할 것이 더 있다. 이렇게 산업과 사회와 인간 생활이 포괄적으로 바뀌는 과정은 어떤 것이며, 그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전에 있었던 여러 범용기술의 경우에 비추어 하나의 패턴을 찾아내보자. 우선 범용기술의 혁신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다른 혁신의 경우와 달리 빨리 수용되지도 않으며 그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다.

첫째, 범용기술이 정말로 범용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가 건설되어야 한다. 농경이 사회 전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리 관개 시설은 물론 역법과 도량형 제정이 필요했으며, 인터넷 세상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전화선에서 랜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둘째, 사회 성원 전체가 이 범용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며, 거기에 엄청난 비용이 투여된다. 반세기 전만 해도 ‘타이피스트’만 할 줄 알던 작업을 오늘날에는 모든 이들이 엄지손가락 두 개로 다 처리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훈련의 시간과 비용을 사람들의 머릿수로 곱해보라.

셋째, 새로운 범용기술의 도입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산업과 기술과 숙련을 실제로 폐기하는 데에 들어가는 엄청난 저항과 사회적·인간적 비용이다.

요컨대, 범용기술의 도입은 몇 개 공장이나 산업에서의 생산 방식 변화와 같은 ‘소소한’ 사건이 아니라, 산업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가 잘 훈련된 축구팀처럼 발맞추어 나아가야 달성할 수 있는 전 사회적 프로젝트이므로, 길고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에 세상이 바뀔 것처럼 떠들썩하지만, 설령 기술적으로 보자면 범용기술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현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상용화되는 세상이 금세 올 수는 없다. 사회적·인간적 고통과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새로운 범용기술의 도입을 이룰 사회적 계획이 필요하게 된다.

50대 교육이 미래 가름할 수도

이 대목에서 우리 사회의 현재 인구 구조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구절벽의 제목 아래 새로운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격감한다는 이야기만 자꾸 나오다 보니 쉬 간과되는 사실이 있다.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 50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애매한 연령대와 애매한 타이밍이다. 50대는 쉽게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흡수할 의욕이나 동기부여가 젊은 세대보다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활동에서 물러나 노후 생활로 접어들 나이도 아니다.

게다가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건강 상태는 개선되고, 반대로 사회 전반적인 노후 준비나 노인 복지 등은 미비한 세상이니 이 세대에 속한 이들의 다수는 어떻게든 경제 생활의 일선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 범용기술을 받아들이는 포괄적인 산업 및 사회의 전환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이렇게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세대와 집단을 뒤처지게 두거나 무시하고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쩌면 인공지능이라는 미증유의 범용기술 도입이라는 미래의 물결이 다가오는 지금, 하필 우리나라에서는 그 세대가 참으로 애매한 연령대인 50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50대는 위기에 처해 있다. 거의 모두가 경제활동을 계속하기를 원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산업과 사회 전반의 변화 속도로 인해 기존의 직장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전에 비해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낮은 쪽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소득 또한 점점 감소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만약 여기에 인공지능의 보편화라는 거대한 전환의 물결까지 덮친다면, 이들의 존재가 산업적으로 ‘노후화’되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며, 이들의 소득 감소와 실업 등 경제적 곤경도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 전체에 큰 비용과 마찰을 초래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활동의 길을 찾는 50대 이상의 사람들을 ‘신중년’의 이름으로 부르며 돌봄노동 등에서 일자리 창출의 활로를 모색하는 이들도 있다. 소중하고 중요한 노력이라고 공감하지만, 그 길이 어떤 특정 부문이나 분야로 제한될 이유는 없다. 인구절벽 앞에 선 우리 사회와 경제에 있어서 숫자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대단히 중요한 ‘인적 자원’이다. 이들이 새로운 산업 및 사회의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환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관건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많은 대학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등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내용도 알차고 방향도 좋아 학생과 부모들에게 모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왜 50대 및 그 이상의 연령대를 위한 디지털과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은 없을까? 자라나는 아이와 청년들은 그 정신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있겠지만,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축적된 경험과 안목이라는 암묵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독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 방식과 만난다면 말이다. 50대 이상에게 인공지능 교육과 훈련을 허하라.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대안적 사회의 정치경제 질서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와 활동을 병행해 왔다.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국제칼폴라니 연구협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위기 이후의 경제학> <비그포르스, 잠정적 유토피아와 복지국가>가 있으며, 역서로는 <도넛 경제학> <21세기 기본소득> <균형재정은 틀렸다: 현대화폐이론 입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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