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선수’ 논의의 장 필요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도쿄 올림픽은 역사상 최초로 개최가 연기되었고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올림픽이다. 나아가 또 하나의 최초가 존재한다. 바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라는 점이다. 지난 6월 국제랭킹 7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뉴질랜드의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가 그러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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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 스포츠 선수가 있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경기 참여가 스포츠의 가치인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비트랜스젠더 여성에 비해 운동능력에서 명백히 이점을 보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관련된 과학적 연구들은 이러한 전제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2017년 기존의 연구들을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스포츠 참여 제한을 정당화할 직접적인 운동능력 데이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많은 연구들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운동능력이 아닌 호르몬, 근육량 등 신체 조건만을 측정한 연구이거나, 운동능력을 직접 측정한 경우에도 매우 적은 표본으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트랜스젠더 여성이 진짜 유리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당사자들이 나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요새 화두인 공정성 담론이 그러하지만 스포츠에서의 공정성 문제도 복잡한 논의 지점이 존재한다. 스포츠는 흔히 순수한 노력을 통해 획득한 기량을 겨루는 장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신체조건과 그에 따른 운동능력이 다르다. 그럼에도 이러한 선수들 간의 신체적 차이는 용인될 수 있는 차이로 여겨진다.

이러한 자연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위성의 영역에서도 공정성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가령 약물을 이용한 도핑은 모든 스포츠에서 금지되지만 최첨단 운동화 등 장비 사용을 이른바 ‘기술도핑’으로 보아 어디까지 금지시킬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또한 가슴축소 수술을 받은 후 경기력이 향상된 테니스선수 시모나 할렙, 의족을 차고 비장애인과 겨뤄 1등을 했으나 기록이 제외된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의 사례는 자연성과 인위성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모든 선수들은 각자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르고 이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주지만 이것은 보통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결국 공정한 스포츠라는 것은 이미 확립된 규범이 아니며 이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는 이미 공정하게 짜인 스포츠판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논의의 장에 같이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올림픽이나 프로경기가 아닌 학교 체육수업이나 여가를 즐기는 생활체육의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체육수업은커녕 학교생활 전반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고,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가 성소수자 행사라고 체육관 대관이 취소당하는 이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들에게 있어 스포츠 참여는 자신과 먼 경험일 뿐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가 문제인지 여부를 이야기하기 전에 논의를 할 출발선에서조차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모든 사람의 권리이다. 그렇기에 로렐 허버드의 이번 올림픽 출전이 단지 외국의 논란거리로 소개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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