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인동덩굴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오는 1월6일은 고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민주화 운동과 투옥, 납치와 감금, 고문과 음해,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 김대중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정치가도 드물다.

정치가로서 살아온 그의 삶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읽은 책으로 도서관을 꾸밀 정도로 그는 책을 좋아했다. 또한 다독가답게 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중 <옥중편지>는 정치가로서의 사상 외에도,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이 잘 드러난다. 가족에게 민주 회복과 이웃사랑에 대한 바람은 물론, 과음과 과식을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한다. 그가 얼마나 자상하고 가정적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그가 구호처럼 외치던 ‘행동하는 양심’은 언뜻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중시하던 조선 양명학의 본류, 강화학파가 떠오른다.

모진 세월을 겪으며, 야당의 총재가 되었던 김대중. 그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묘역을 방문했을 때, 스스로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했다.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며 봄날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인동초를 보며 자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인동초는 김대중의 상징이다. 온갖 역경을 겪었던 그에게는 깊이 각인되었던 꽃이었던 모양이다. 인동초는 대부분 풀로 알고 있지만, 덩굴성 목본이다. 정식 이름은 인동덩굴로 풀이 아니라 나무다. 인동덩굴은 흔히 두 가지의 꽃 색깔을 띤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맨 처음 꽃이 필 때는 흰색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이 번갈아 피므로 흰색과 노란색의 꽃이 동시에 피는 걸로 오해한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는 별칭도 있다.

대부분의 식물은 중매쟁이인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이 피는 동안만 꿀(당액)을 분비한다. 인동덩굴의 꽃이 변색하는 것은 꿀과 꽃가루의 분비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곧 수분(受粉)과 연관된다. 꽃이 흰색일 때는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 꿀과 꽃가루가 활발히 분비되는 것을 뜻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면서 꽃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즉 노란꽃은 ‘이제 수정이 끝났고 열매를 준비 중이며 꿀과 꽃가루는 더 이상 없다’라는 표시다.

곤충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인동덩굴. 꽃이 수정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색깔을 바꾸고 자신의 상황을 곤충에게 정확히 알리며 실행하는 인동덩굴은 김대중이 좋아할 만한 꽃이다. 그렇다면 인동덩굴은 ‘행동하는 양심’과 ‘지행합일’의 덕목을 아는 식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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