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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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너에게 가는 길 한 어른을 기억하며 10년 전에도 ‘미안합니다’ 사과좋은 어른이란 겸손한 사람이다헌재가 오늘 어떤 선고 낼지 궁금홍세화 선생님이 보고픈 날이다 어떤 어른이 있었다. 나는 10년 전쯤 그에게 물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합니까, 하고. 대한민국이 참 시끄럽던 때였다. 언제 그렇지 않았겠냐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다. 그때 그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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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너에게 가는 길 J D 밴스에게 보낸 추천사 추천 받는 일은 어렵지 않아추천에 맞게 사는 삶이 어려워‘힐빌리의 노래’ 추천사 썼지만내가 썼어라는 말이 안 나왔다 책의 띠지나 뒤표지에는 주로 추천사가 적혀 있다. 이 책이 이만큼 좋으니 보셔야 합니다, 하는 누군가의 추천이 한두 문장, 많게는 한두 문단 들어간다. 그동안 나도 수십 권의 책에 추천사를 써왔다. 사실 이건 가장 가성비가 좋은 글쓰기 중 하나다. 추천사 비용은 대중이 없는데, 나는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 받았고, 누군가는 몇백만원을 받는다고도 한다. 돈을 받고 쓰는 것이니까 추천사가 아니라 주례사라고 부를 만큼 책의 좋은 점만 대개 나열하게 된다. 대부분 좋은 책들이지만 편집자나 작가와의 관계 때문에 거절할 수 없는 추천사도 많으니까 어떻게든 책의 좋은 점을 찾아야 한다. 생활기록부를 쓰는 담임교사의 심정이 이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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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너에게 가는 길 다정함이란 거래가 아닌 삶의 태도 다정함으로 타인에 대한 기대 가져돌려받으려고 하면 거래를 한 것 자신에게 중심 둬야 내 삶을 살아그런 다정함이 모여 세상 변화시켜 ‘다정함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강의를 많이 다니게 됐다. 얼마 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라는 책을 쓰고서는 더 그렇다. 강의가 끝난 후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왜 다정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손해 보게 된다, 오해를 사게 된다 등의 말도 함께다. 사실 그게 맞다. 다정하게 사는 건 끊임없이 소진되는 일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좀 다정하게 살아볼까 다짐하지만 곧 포기하고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다정은 쉽게 소진되고 상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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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처음 칼럼 연재를 제안받은 게 2017년 봄이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고 대학에서 나온 이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쓰기까지, 경향신문의 독자들이 늘 곁에 함께했다. 7년, 한 시절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기간이다. 나의 글을 읽어준 당신들 덕분에 나는 행복했고, 고마웠고, 늘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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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삶 요즘 강의하러 가면 담당자가 묻는다. 오늘은 어떤 차를 타고 오셨나요, 성공하셨을까요. 내가 탁송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알아서다. 나는 타인의 차를 옮겨주면서 이동하는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오늘은 오후 2시에 인천에서 강의가 있는데, 나는 강릉에서 인천 송도의 유원지까지 중고차를 옮겨다 주고 10만원을 받고 근처의 학교로 갈 예정이다. 이렇게 움직인 지는 반년 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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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다정한 기술사회의 도래는 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 나의 서점을 찾은 사람이 말했다. 챗GPT를 잘 활용하면 삶이 편해질 테니 당신도 써 보라고. 요즘 그걸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웬만해선 유행을 역행하려 하는 내 주변의 작가들도 한 번쯤 써 본 듯하다. 누군가는 내게 챗GPT에게 단편소설을 쓰게 해 봤더니 꽤 그럴듯하게 써서, 사실은 자신보다 잘 쓴 것도 같아서, 그걸 그냥 제출할까 고민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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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원주 아카데미 극장의 보존을 바라며 나는 서울 마포구에서 태어나 20년을 살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러 지하철이 연장되고 내가 사는 망원동 인근에도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메트로폴리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강원도 원주에 있었다. 잠시 머물 것으로 알았으나 학교와 직장 때문에 거기에서 20여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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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제주도 숙소 숙박권을 드립니다 제주도 모 기관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과거형으로 서술한 것은, 하루 전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태풍 카눈이 한국에 상륙하는 날 저녁에 강연이 있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도서 지역의 특성상 가는 사람도, 부른 사람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하루 전날 담당자께 전화가 왔다. “작가님이 오시기도 힘들고 가시기도 힘들고, 도민들도 태풍이 오는데 강의를 들으러 오는 것도 그렇고, 취소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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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책 읽는 노르망디 해변 지난 5월 홍세화 선생이 강릉에 왔다. 내가 문을 연 서점 ‘당신의 강릉’의 첫 행사는 그를 모시는 것이었다. ‘교사는 어떠한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교사인 이원재 작가도 함께 강원도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사 등과 만났다. 그는 바다를 보고 하루 숙박하고 다음날 돌아갔다. 얼마 전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엊그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부분 개각이 있었는데 새 교육부 장관에 34살의 청년 가브리엘 아탈이 기용됐습니다. 그는 동성결혼자이기도 합니다. (…)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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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대리운전 타고 강연 다니는 작가 대리운전을 시작하고 <대리사회>라는 책을 쓴 것이 벌써 7년 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대리운전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나아졌느냐고 하면,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 강릉으로 이주한 이후 KTX를 타고 오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왕복 5만원 이상이 나오니까 한 달에 4번이면 20만원이 이동비용으로 나온다.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용이 별도로 붙는다. 그래서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대리운전 콜이 나오면 탄다. 대리운전 비용이야 그때그때 다르지만 그래도 15만원 안팎은 되니까, 한 달에 한 번만 타도 그 비용이 상쇄된다. 월요일 저녁마다 서울 강남 ‘최인아 책방’에서 글쓰기 클래스를 한다. 저녁 9시반에 강남에서 대리운전 앱을 켜면 수도권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래저래 일과 삶을 연동해 나가며 계속해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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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서점에 오시면 작가가 책을 드립니다 두 달 전 작은 서점을 열었다. 귀한 지면을 개인 홍보에 쓰는 것 같아 그간 굳이 쓰지 않았는데, 얼마 전 오픈 이벤트 하나가 끝나 그 감상을 적어두려 한다. 이 서점은 5평 남짓한, 8명이 들어오면 꽉 차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그래도 책을 팔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만든다. 얼마 전 소설집 <회색 인간>으로 유명한 김동식 작가와 서점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북토크를 하면 2시간 정도 몇명의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고, 그들의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작가는 곧 떠날 것이었다. 그러기엔 무언가 아쉬웠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절반, 작가님이 절반을 부담해, 1박2일 동안 서점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책을 사서 선물하고 서명도 해 드리고 원한다면 사진도 찍어 드리고 하면 어떻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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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열 살, 일곱 살, 두 아이를 나는 “김대흔씨” “김린씨”라고 부른다.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고 그들을 글로 써야 할 때만 그렇게 한다. 페이스북에 ‘부글부글 강릉일기’라는 제목으로 종종 아이들과의 일들을 쓰다 보면 나를 만난 사람들이 묻는다. 김대흔씨와 김린씨는 잘 있느냐고. 그들은 왜 아이들을 그렇게 호칭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웃기려고 그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을 존중하기 위해 그러느냐는 사람도 있다. 사실 아이들과 멀어지고파서 일부러 쓰기 시작한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