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최진철 “백의종군”

불멸의 최진철 “백의종군”

“히딩크 때 홍명보가 팀의 지주였다면 나 때는 최진철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렇게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 최진철을 염두에 두고 뽑았을 터. 하지만 최진철은 겸손했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뛴다”는 것이다. 그러나 맏형으로서 쓴소리는 마다하지 않겠다고 힘을 주었다.

‘큰형님’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울림’이 있었다. 14개월 만에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최진철(34·전북 현대)이 30일 <스포츠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일월드컵 때의 영광은 잊었다”며 “시험을 치르는 심정으로 아드보카트 감독님에게 내 실력을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최진철은 지난해 7월31일 아시안컵 이란전 이후 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최진철은 “팀의 리더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흐트러진 수비진의 구원자로 합류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명예를 좇기 위해 대표팀에 복귀한 게 아니라 태극마크에 대한 동경 때문에 아드보카트의 부름에 응했다는 뜻이다. 그는 “내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을 두고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흠집을 내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다시 한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었기에 남들이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화려한 귀환을 거부한 최진철은 조카뻘 나이인 후배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겠다고 자청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선수들을 잘 모르는 만큼 테스트를 원한다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흔쾌히 응한다는 것. 또한 감독의 인정을 못 받으면 즉시 짐을 싸서 대표팀을 떠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최진철은 그동안 ‘리더’보다는 ‘형’으로 불리기를 원했지만 감독이 원한다면 이제부터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맏형으로서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과감하게 하겠다”고 강조한 것. 최진철은 이어 “원래 앞에 나서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그동안 ‘선임병 임무’를 마다한 내막을 밝힌 뒤 “이제부터는 후배들의 잘못된 부분을 잡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최진철은 대표팀 복귀 소감을 밝히면서 미사여구로 장식된 약속은 하지 않았다. 4강신화의 주역이자 K리그 으뜸 수비수임에도 대표팀에 갓 발탁된 선수처럼 자신을 낮췄다. 조금만 떠도 어쭙잖은 스타의식을 보이는 일부 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와인은 숙성될수록 깊은 맛을 낸다는 진리가 축구에서도 통한 순간이었다.

〈전광열기자 revelg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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