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가이자 싱어송라이터 홍순관은 2000년대 초중반 공연하러 일본의 여러 조선학교를 찾았다. 한 학교에 갔다가 머릿속에 각인된 건 복도에 걸린 한글서예 작품들이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전시를 기획할 때 그 작품들을 떠올렸다. “남북이 함께 사용하는 우리 글자 한글이 곧 통일과 평화를 상징하죠. 그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미래인 아이들의 한글 글씨라고 생각했어요.” 지인들을 통해 서예수업을 하는 조선학교를 수소문했다. 서예수업이 거의 사라졌다는 말만 들었다. 다시 물어물어 찾아낸 곳이 오카야마조선학교다. 일본 내 조선학교 40여곳 중 서예를 정규과목에 넣어 배우는 곳은 오카야마조선학교 단 한 곳이다. 그해 겨울 이 학교를 찾아 서예수업을 참관하고, 교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80년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글, 우리말, 우리 얼(정신)을 지키려고 배우고 애써온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의 한글서예는 존재 그대로 우리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