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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법안 필리버스터가 부른 국회 파행, 다시 없어야
    민생법안 필리버스터가 부른 국회 파행, 다시 없어야

    국민의힘이 지난 9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청산·사법개혁 법안을 반대한다는 것이나, 정작 필리버스터 대상은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들이다. 쟁점·반대 법안도 아니고 민생법안까지 가로막는 필리버스터는 전례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10일부터 여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는 장외 농성도 시작했다. 그간 벌여온 장외 투쟁의 연장선이겠지만, 국민 삶을 볼모로 한 대여 투쟁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 전재수 장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경찰은 진위 밝히라
    전재수 장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경찰은 진위 밝히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건희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금품로비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19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도 교단 현안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 관련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의 현금, 명품시계를 건넸다고 지난 8월 김건희 특검팀에 진술했다고 한다. 윤씨는 통일교 자금을 받은 민주당 인사가 여러 명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말하기도 했다. 전 장관은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진위 확인이 불가피해졌다.

  • 세계인권의날 행사장도 못 간 안창호 위원장 물러나라
    세계인권의날 행사장도 못 간 안창호 위원장 물러나라

    세계인권선언 77돌을 맞은 10일, ‘인권의 최후 보루’를 자임한 국가인권위원회 현주소는 목불인견이다. 기념식은 인권단체 반발에 안창호 위원장 없이 치러졌고, 전직 인권위원장들은 그의 퇴진을 외쳤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민망할 지경인데, 안 위원장은 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세계인권의날 행사장 진입을 막으면서 안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서며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기념식은 1시간 반가량 지연된 끝에 위원장 없이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인권위 안팎의 사퇴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던 안 위원장이 쫓겨난 것은 자업자득이다. 그럼에도 그는 취재진에게 “앞으로도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답을 하다니 참으로 무책임하다.

여적

[여적] ‘총알받이’ 평가원장
‘총알받이’ 평가원장

한국에서 대학 입시만큼 휘발성이 강한 소재도 없다. 대통령 등 권력자 입장에선 대입 관리가 엄청난 ‘리스크’이고, 잘해야 본전이다. 특히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공정성과 엄밀성,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단 한 명이라도 불합리하게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입으면 안 되고, 출제·채점 과정에 털끝만 한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 그래서 정부는 수능을 ‘외주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과 비슷하다. 대입 정책을 총괄하고 제도를 운용하는 부처는 교육부지만, 수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관장한다.10일 오승걸 원장이 사임해 또 한 명의 평가원장이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 평가원은 “오 원장은 수능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일으킨 점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했다”고 밝혔다. 올 수능에선 영어 영역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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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명 칼럼

2025.12.11
  • [사설] ‘금산분리 특혜’ 받는 SK, 사회적 책임 다해야
    [사설] ‘금산분리 특혜’ 받는 SK, 사회적 책임 다해야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부문의 투자 지원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세종시에서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AI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초혁신 경제 프로젝트를 가시화해 전략적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로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는 금산분리는 손대지 않는다”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금융적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일 “금산분리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선 이미 다 지나가버린 문제”라고 말했다.0%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외국 경쟁사에 밀리...

    31분 전

  • [지웅배의 우주먼지 다이어리]로맨틱함을 강요받는 삶
    [지웅배의 우주먼지 다이어리]로맨틱함을 강요받는 삶

    2021년 12월25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지구를 떠났다. 모든 천문학자에게 가장 설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조금은 설레발이 섞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었을까, 천문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두 제임스 웹의 발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물론 잠시나마 그렇게 지구의 모든 이가 머리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 난 마냥 좋았다.그런데 제임스 웹이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이야기는 이런 식이었다.이번에 올라가는 제임스 웹은 무려 150만㎞ 거리까지 날아갔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5배에 달한다. 지금 당장은 이런 먼 거리까지 사람을 직접 실어 보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만약 제임스 웹이 고장 나면 직접 가서 수리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그때는 사람을 태운 우주선을 직접 보내 수리를 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

    22시간 전

  • [역사와 현실]환갑을 맞는 자세
    [역사와 현실]환갑을 맞는 자세

    몇년 전부터 가까운 선배들이 하나둘 환갑을 맞더니 어느덧 친구들과 필자도 그 선을 넘고 있다. 선배들이 환갑을 맞았을 때 작은 선물이라도 건넬 생각은 못했다. 평균 기대 수명이 60세에 훨씬 못 미쳤던 시대에 만들어진 풍습이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 자신도 그 시간 앞에 서자 삶의 전환점으로서의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어떤 문제든 자기 문제와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생각하는 모양이다.역사학에서 시간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얼핏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변화를 그 내용으로 갖는다. 동서양의 앞선 역사학자들은 시간 자체가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 이리저리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크게 두 유형이다. 순환적 시간과 선형적 시간이다. 순환적 시간은 반복되는 시간이고, 선형적 시간은 머리와 꼬리가 있는 반복되지 않는 시간이다. 두 가지를 절충해서 나선형 시간을 말한 사람도 있다. 단기적으로 순환적인 듯 보...

    22시간 전

  • [기고]법인세율 정상화,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의 길
    [기고]법인세율 정상화,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의 길

    지난 2일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인세율 인상 또는 인하의 필요성과 그 효과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 주제였고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실증연구에서도 다양한 결과가 있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을 바라볼 때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정부는 조세를 왜 부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법인세법은 제1조에서 “법인세를 공정하게 과세하고 납세의무의 적절한 이행을 확보하며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입법 목적을 밝히고 있다. 법인세를 비롯한 모든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수입을 조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법인세는 단순히 ‘기업소득에 대한 세금’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의 공동 번영을 유지하는 기본장치’로서의 의미...

    22시간 전

  • [임지선의 틈]정부가 우승자를 선택하는 순간, 패배자가 생긴다
    [임지선의 틈]정부가 우승자를 선택하는 순간, 패배자가 생긴다

    내년이면 산업 국가주의가 완성됐다고 평가받는 3차 경제개발 계획이 완료된 지 50년이 된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1차 때 국가가 나서서 산업 기반을 깔고, 2차 계획에서 수출주도형 경제 기틀을 만들고 3차 땐 중화학공업을 완성했다. 이후 50년 동안 수출 대기업 체제의 한국 경제가 공고화되는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굳어진 대기업 위주 경제의 성벽을 더 높게 쌓으려는 기로에 서 있다.모두가 반도체 전쟁과 인공지능(AI)을 말한다.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외국 기업에 자국 투자를 끌어내고, 엔지니어와 과학자로 무장한 중국은 예산을 퍼붓는다. 일본도 수십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대만 TSMC를 키운 건 정부였다. 한국도 국가 간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달러 벌기 위해 닥치고 수출 대기업엔 규제 풀고, 세제 혜택 독점·수도권 고착화 구조 형성 중요한 건 성장의 과실 나눠야최태원 SK그룹 회장이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5일 ...

    22시간 전

  • [예술과 오늘]가짜 체험, 가짜 미술
    [예술과 오늘]가짜 체험, 가짜 미술

    길가 벽면 쪽으로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다. 어떤 것들은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아스팔트 위에, 보도블록 위에 흩어지고 쌓이는 낙엽은 안쓰럽다. 산속이나 대지에 떨어졌다면 자연스레 흙으로 스며들고 곤죽이 되어 그 무엇으로 환생할 텐데 도시의 낙엽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 낙엽을 밟는 것은 나름 운치가 있어 쌓인 낙엽 더미를 일부러 밟으며 걸어간다. 그 많은 마른 낙엽 중에 제법 잘생긴 놈들을 애써 찾는다. 바닷가나 강가에서도 멋진 돌들을 찾곤 했다. 그렇게 골라온 돌들은 일상의 공간에 고완품이거나 미술작품처럼 품위 있게 자리한다. 길에서 주운 저 마른 낙엽 하나만으로도 어딘가가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다.나는 그 순간 스스로 부드럽고 따스한, 감동을 주는 작은 불빛을 내 안에 켠다. 나 자신을 동력 삼아 어둡고 삭막한 삶을 조금 밀어내고, 그 자리에 조명을 밝히는 셈이다. 그렇게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그 무엇을 도모하는 일이 예술일 것이다. 예술은 스스로 거창...

    22시간 전

  • [교육 돌아보기]수능 ‘3.11 쇼크’와 대학입학제도 특위에 거는 기대
    [교육 돌아보기]수능 ‘3.11 쇼크’와 대학입학제도 특위에 거는 기대

    지난달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쳤다.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 최저 수치다. 4% 이내에 들어야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견주어도 비율이 현저히 낮다. 난이도 조절에 대한 지적이 거세지자,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교육부도 이에 발맞춰 평가원 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했고 대통령실도 거들었다. 이례적인 일이다.교육단체는 ‘평가원장 사퇴’를 주장했고 결국 평가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을 했다. 그러나 이번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 책임을 전적으로 출제본부나 평가원장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6월과 9월 모의평가로 수험생 수준을 가늠한다고 해도 이들이 실제 수능 응시 집단과 완전히 동일한 집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수능에는 n...

    22시간 전

  • [김광호 칼럼]‘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김광호 칼럼]‘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가 원청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남긴 답 문자다. 고인은 숨지기 전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며 주 73시간 이상 일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숨진 오승용씨도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했다. 올 들어서만 쿠팡의 택배·물류센터 노동자 8명이 과로로 숨졌다.세계보건기구는 2019~2020년 야간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하면서 노동시간대·반복성·교란 여부를 중요 요소로 평가...

    22시간 전

  • [임의진의 시골편지]저슬의 재즈
    [임의진의 시골편지]저슬의 재즈

    숨가쁘게 달려온 올해도 끄트머리.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 나오는 명대사를 기억해.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날이랍니다.” 이름 모를 시인도 비스무리 노래했지.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입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그대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내년이라고 특별하게 달라질 게 없겠지. 그래도 새해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는 게 연말연시 들뜬 마음가짐이렷다. 배고픈 원시인들은 조그만 바늘로도 코끼리를 쓰러트렸다는데, 다음 3가지 방법을 쓴대. 쓰러질 때까지 바늘로 콕콕 쑤시기. 한 번 쑤신 뒤 쓰러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기. 녀석이 쓰러져 죽을 때쯤 그때 한 번 콕 쑤시기. 셋 다 허풍에 가까우나 ‘힘 닿는 데까지 해보는’ 용기 하나는 가상해라. 용기를 내어 우리 살아낸 한 해.제주에선 겨울을 ‘저슬’이라 한대. 산간오지 눈이 내리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면 가만히 움...

    22시간 전

  • [겨를]가장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겨를]가장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어릴 때 쓰던 책상 위에는 지구본이 있었다. 그 작은 구체는 내게 세계를 한 손에 쥘 수 있는 사물로 만들어줬다. 지구는 작고 둥그니까 인간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게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성인이 된 나는 여행자가 됐다. 유럽의 국경을 마음껏 넘었고, 낯선 세계로 떠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게 세계는 지구본만큼 작았고, 딱 내 보폭만큼 넓어 보였다. 내가 밟은 모든 땅은 여행자에게 호의적이었고, 나는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낯섦’을 즐겼다. 더 넓은 선택지, 더 먼 거리, 더 많은 나라.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곧 세계를 얼마나 많이 점유하느냐로 측정되는 듯했다. 각 나라의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맛집을 찾아가고, 기념품을 사면서 내가 만나고 싶었던 ‘낯섦’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넓이를 좇던 내 여행에 물음표를 던진 것은 우연히 TV에서 본 난민들이었다. 전쟁을 피해 바다 건너 유럽의 땅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배를 누군가 밀어내는 장면. 여자와...

    22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