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6월의 낱말들
#공장=햇빛, 이산화탄소, 물을 반죽하여 광합성하는 나무 앞에 하나 더 있다. 시선의 길이를 조절할 수 없어 볼 수 없는 운명의 공장. #바위=깔딱고개 끝에 엉거주춤 앉아 있다가, 그래도 나를 보고 승천하겠다는 듯, 어서 오시게, 아우, 눈 뜨며 손 내미는 바위를 만나면 어떻게 응대하죠? #반지름=여기에서 저기까지가 지름일 리가 없다. 저기 저 너머로 그만큼의 반지름이 최소한 더 있다. 그림자를 반납해야 보여주는 그 나머지 반지름. #그림자=언젠가 필요하면 따고 들어오너라. 내 발목에 채워주신 열쇠.#독서=책만큼 많은 골짜기가 있으랴. 낫 같은 기역. 호미 같은 니은. 당그래 같은 디귿. 어디로 굴러떨어지기 직전인 가슴을 파헤치는 농기구들. #편집=본다는 건 세상을 편집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립하는 바, 저기가 바로 거기다. 편집은 편집부는 물론 출판사보다 크고 지구보다 넓다. 휘어진 공중을 지휘하는 두 눈의 편집. #화분=내가 그 꽃을 보는 건 눈으로 풍경을 한 삽 뜨는...
2026.06.04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