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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은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밝힐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의 후폭풍이 검찰 내부 집단 반발로 이어지자 결국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행의 대행’ 체제로 검찰의 지휘부 혼선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 ‘내란 선전선동’ 황교안, 국법 질서가 그리 우습나
    ‘내란 선전선동’ 황교안, 국법 질서가 그리 우습나

    조은석 내란 사건 특별검사가 12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황 전 총리는 특검팀이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모두 불응했고, 지지자를 동원해 자택 압수수색을 여러 번 물리적으로 막았다. 국법 질서와 공권력을 대놓고 깔아뭉갠 황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 지역균형발전, 지방교부세 상향으로 큰 발 떼길
    지역균형발전, 지방교부세 상향으로 큰 발 떼길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첫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어 “재정분권을 강화해 중앙과 지방이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위상을 ‘지방정부’로 높여 불렀고,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체를 ‘제2의 국무회의’로 매김했다. 국가적인 균형발전 의지를 다지며 그 핵심을 재정분권으로 삼은 것이 새롭고 의미 있다.

여적

[여적] ‘요지경’ 감사원
‘요지경’ 감사원

지난 11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퇴임식에 뒷말이 무성하다. 기념사진을 찍으러 감사원 지휘부가 이동할 때 유병호 감사위원(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휴대전화로 유행가 ‘세상은 요지경’을 틀었다. 그러곤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 가사처럼, 요지경 감사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날이다.최 원장은 퇴임사에서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유체이탈의 극치다.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며 독립성을 부인한 인물이 그 아니었던가. 윤석열 임기 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는 깔아뭉개기 감사를 했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탈원전같이 문재인 정부 정책은 먼지털이식 감사를 벌였다. ‘정권의 사냥개’라는 비아냥이 이어지며 감사원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다.퇴임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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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명 칼럼

2025.11.13
  • [문화와 삶]제일과 두루
    [문화와 삶]제일과 두루

    “뭐가 제일 좋았어?” 로스앤젤레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여정을 함께해준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의 낯빛이 복잡해 보였다. 좋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가 싶었다. “다 좋았지.” 역시나 그랬구나 하고 안도하는 찰나, 질문이 날아들었다. “나는 ‘제일’이 어렵더라. 제일 좋은 거, 제일 마음에 드는 거. 왜 꼭 하나만 뽑아야 하는 거야?” 친구는 1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다 몇년 전에 사직서를 제출했었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다. 제일 좋은 것뿐 아니라 제일 좋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늘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또다시 ‘제일’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제일’은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을 가리킨다. 비슷한 단어로는 갑, 가장, 으뜸, 일등, 첫째, 최고 등이 있다. 많은 이들이 꿈꾸지만, 제일의 자리는 단 한 사람의 것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노력에 값을 매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4시간 전

  • [정동칼럼]AI 인재 양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정동칼럼]AI 인재 양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국가도 공부해야 하고, 국민도 공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이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근대 산업화 과정이 에너지와 기계로 표현되는 ‘물리의 시대’에서 출발해 지식과 정보를 매개로 한 ‘디지털 시대’로 진화해왔다면, 이제 인터넷과 딥러닝,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칸아카데미의 창시자 살만 칸은 생성형 AI와의 협업 경험을 책으로 출판했는데, 거기에서 “교실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학생은 인간·AI의 협업 구조를 통해 ‘함께’ 공부하며, 프로젝트를 통해 질문을 생성하는 학습에 참여한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 숙제를 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기억에 의존하던 전통적 강의와 평가 방식의 시대도 저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말대로 AI 학습은 전통적 교육체제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며칠 전 교육부는 ‘AI 3대 강국’을 뒷받침하기 위한...

    4시간 전

  • [역사와 현실]세금 내는 니콜라
    [역사와 현실]세금 내는 니콜라

    최근 프랑스에서 연이어 총리가 바뀌고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세금 내는 니콜라(Nicolas paie)’라는 가상의 인물이 유명해졌다. 고물가와 높은 세금에 시달리지만, 긴축 재정으로 인해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중산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프랑스 정부 정책이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이다.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들 수준이다. 부채 증가의 원인은 연금 지급 대상의 빠른 증가다. 니콜라는 자신의 미래 연금을 위해 세금을 내지만, 그의 미래 복지는 불확실하고 현재 그가 내는 세금은 큰 부담이다. 프랑스의 현 상황은 많은 ‘선진국’도 직면한 것이고, 한국도 조만간 만나게 될 위험 요인이다.프랑스의 현 상황은 무엇보다 사회구조 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후 인구는 빠르게 증가했고 당시 노년층 인구는 적었다. 또 1950년부터 경제성장과 호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그 위에...

    4시간 전

  • [기고]자주국방 완성의 길, 핵추진 잠수함 확보의 필요성
    [기고]자주국방 완성의 길, 핵추진 잠수함 확보의 필요성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SSN)에 투입할 핵연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한반도 안보 구조와 자주국방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역사적 이정표다. 지금까지 한·미 원자력협정 제13조의 ‘군사적 목적 사용금지’ 조항이 추진용 핵연료 확보를 막아왔으나, 이번 합의로 그 제약이 사실상 해소되었다.국민 여론과 정치권 모두 환영의 뜻을 보냈다. 북한이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핵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억제전력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SLBM을 은밀히 탐지·추적·무력화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방패’이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상황에서도 중국·러시아·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자주적 전력이다.한국은 이미 자체 역량으로 핵추진...

    4시간 전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부는 평생 하는 것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부는 평생 하는 것

    어린 시절 헤어졌던 형제가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터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눈앞의 적이 실은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던 피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노린다.이런 유의 플롯은 비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극적 역설은 우리 몸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인체 극장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주인공은 바로 면역세포다. 면역세포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 바이러스, 암세포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이기에, 면역세포는 기본적으로 ‘남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의 ‘남’이란 단순히 내가 아닌 타인을 넘어,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 진영에 속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편이 누군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모두 단 하나의 수정란에서 기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 과...

    4시간 전

  • [사설]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사설]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은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밝힐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의 후폭풍이 검찰 내부 집단 반발로 이어지자 결국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행의 대행’ 체제로 검찰의 지휘부 혼선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노 대행의 사퇴는 예견됐다. 항소 포기 배경을 놓고 검찰 수뇌부 책임과 법무부 외압설이 불거지자 노 대행은 전날 휴가를 내고 거취를 고심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 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판단 주체는 검찰”이라고 말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노 대행에게 한 차례 연락해 ‘항소 여부를 신...

    4시간 전

  • [예술과 오늘]‘화상’의 올바른 역할
    [예술과 오늘]‘화상’의 올바른 역할

    오래전부터 나는 한국 고미술품의 매력에 깊이 빠져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놀라운 조형미를 두르며 빛나는 그것들에 매료되어 힘껏 수집했다. 이른바 고완품들이다. 이태준은 <무서록>(1941)에서 될 수 있는 대로 ‘골동’ 대신 ‘고완품’이라 쓰고 싶다고 고백했다. 어둡고 죽음의 흔적이 깃든 골동이란 이름보다는 운치 있고 멋이 깃든 고완품이 훨씬 부르기도 듣기도 좋다는 것이다. 내 수준에 맞는 고완품의 수집이란 신라와 가야의 작은 손잡이 잔과 목기, 주로 일상에서 사용되던 소품들이 주를 이룬다. 무명의 장인이 남긴 오래 사용해서 닳고 낡아 버려지려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매혹적인 색감이나 질감, 헤아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것들이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과도 같은 깊고 무수한 사연을 은닉하고 있다. 하여간 나는 아득한 사연을 지닌 고완품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그것들을 찾아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서재에는 고완품이 가득하다. 이태준은 고완품 수집...

    4시간 전

  • [교육 돌아보기]서른네 번째 수능을 치르는 단상
    [교육 돌아보기]서른네 번째 수능을 치르는 단상

    50여만명의 수험생이 오늘 오전 8시40분부터 서른네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다. 수능은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에 치르는데, 주말 고속도로 혼잡을 피해 원활한 시험지 수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날씨와 기온, 대학별 입시 전형 기간을 고려해 정해진 날이기도 하다. 이뿐인가. 수능은 그야말로 비행기 이착륙도 멈추게 하는 위력이 있다. 또 수능 수험표는 웬만한 바우처 못지않은 할인권으로 통한다.오늘은 수험생뿐 아니라 모든 학부모가 초긴장한 채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떨려서 주체 못하는 그 마음을 모른다. 수능 관련 뉴스는 오늘 저녁 각 방송사 메인 뉴스의 첫 꼭지를 장식하고 울고 웃는 수험생 모습이 화면을 채울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입실 마감 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으로 오는 수험생과 기도하는 학부모, 응원하는 후배 모습을 아침 뉴스에서 보게 될 테다.수능은 국가가 출제에서 인쇄, 시행, 채점 관리까지 전 ...

    4시간 전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경청할 용기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경청할 용기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분노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목숨 걸고 프랑코가 이끄는 군부 파시스트 세력과 싸웠건만, 오웰이 소속된 통일노동자당은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로부터 도리어 ‘파시스트의 앞잡이’로 몰린다.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고 스페인에 달려와 함께 전장을 누빈 용기 있고 재능 있는 청년들이, 다름 아닌 같은 편에게 체포된 뒤 간첩 누명을 쓴 채 더러운 감옥에서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오웰은 비통함을 느낀다.지옥 같은 상황이었지만 인간적 감격을 느꼈던 한 순간도 있었다. 오웰은 함께 싸운 동료이자 상관인 콥 소령이 체포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군의 고위층을 만나 편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다. 수소문 끝에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비서 격인 한 장교를 만난다. 이 장교는 묻는다. “콥은 어느 부대에 근무했소?” “통일노동자당 의용군입니다.” 장교는 큰 충격을 받고 침묵에 빠졌다. 오웰도 극도로 긴장한다. 당장 간첩이라며 끌...

    4시간 전

  • [임의진의 시골편지]신애기
    [임의진의 시골편지]신애기

    성미 급한 카페 사장님들은 11월 첫주부터 성탄 캐럴을 들려준다. 징글벨 징글벨. 새빨간 루돌프 사슴코와 빨간 트리에 달린 잘랑잘랑 방울들. 방울소리를 듣노라니 엉뚱하게도 점집에서 흔든다는 방울소리 얘기가 떠올라. 소설가 성해나의 단편 ‘혼모노’엔 신애기(신딸)의 방울소리 장면이 나온다. “그 애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점집 골목으로 들어가버린다. 그 애가 걸음을 뗄 때마다 에코백에 달린 무령에서 잘랑잘랑, 방울소리가 난다.” 연애사 정도 물어보는 신애기야 귀여운 노릇이지만, 한동안 국가 대사 나랏일까지 점을 본 듯한 의혹들. 어이없는 나라에서 살았다.점집 골목에 방울을 들고 다니는 신애기가 있다면, 제주도 바닷가엔 물애기가 있다. 제주에선 갓난아기를 가리켜 ‘물애기’라 부른다지. 엄마 뱃속 물에서 지내다가 세상에 나와 바닷물을 만지며 자랄 물애기. 바람 많은 제주에선 매달아 놓은 모든 종과 방울마다 쟁그랑거린다. 수캉아지도 방울을 매달고 다니면서 잘랑잘랑, 하늘을...

    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