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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15분 지나면 ‘약발’ 떨어져···다시 ‘오감’ 깨어나게 처방해야죠”
지난달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동시대 유럽의 감각을 반영한 현대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관능의 여신 베누스와 순수한 여인 엘리자베트를 대등하게 그렸고, ‘여성을 통한 구원’이라는 낡은 서사도 제거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바그너 오페라는 길고 지루하다’는 통념을 깬 연출이었다. 일부 관객은 파격적인 연출에 놀랄 법도 했다. “놀라는 건 좋은 경험 아닌가요. 오감이 깨어나니까요.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객을 ‘하이’하게 만들려 해요. 설령 ‘이게 뭐지?’ 하고 화가 나더라도 아무튼 깨어나게 해야죠. 그렇게 관객이 집중해서 보는데 또 15분 지나면 ‘약발’이 떨어지거든요. 그러면 또 제가 (연출적) 처방을 해요.”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연출가 요나 김이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대에서 미학·연극학 등을 공부했다. 이후 <투란도트> <니벨룽의... -
김유빈·선우예권·윤한결 공연···포항국제음악제 1일 개막
2024 포항국제음악제가 11월1~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알찬 실내악 공연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1일 개막공연에서는 윤한결이 지휘하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를 연주한다. 포항음악제의 강점인 실내악 무대도 풍성하다. 김유빈, 김다솔, 김홍박, 박유신 등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이 팀을 이뤄 공연한다. 프랑스 남성 현악 4중주단 아로드 콰르텟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 등을 들려주는 리사이틀을 준비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협연도 이뤄진다. 8일 폐막공연으로는 현악 8중주와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무대가 꾸며진다. 공연마다 ‘바다의 노래’ ‘파도의 장난’ ‘해무’ ‘항해’ 등 해안도시 느낌을 살린 주제를 정해 관련 레퍼토리를 구성했다.2021년 시작한 포항음악... -
딱 알맞게 뜨거운 조승우의 ‘햄릿’
조승우는 ‘신인 연극 배우’다. 그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이래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최정상 배우로 자리해왔다. 특히 그가 같은 공연예술인 뮤지컬 배우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극에 출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낯설다.조승우가 데뷔 24년 만에 선택한 연극 데뷔작은 <햄릿>. 160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희곡이다. 매일 밤 800여 개 도시에서 <햄릿>이 공연 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배우가 저마다의 햄릿을 연기해왔다. 조승우는 너무 많이 공연되기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려워 가장 도전적인 작품을 연극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이다.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지난 18일 개막해 다음달 17일까지 공연하는 <햄릿>은 이미 전 회차 매진됐다. 지난 25... -
‘바로크 명장’ 포저 “바흐엔 악기 경계 넘는 무언가 있다”
최정상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수석 객원 음악감독으로 있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제35회 이건음악회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다.포저는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300여년 전 왕이나 귀족을 위해 작곡된 바로크 음악이 여전히 연주되고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바로크 음악에는 듣는 이의 감정을 흔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하지만, 전달하는 감정은 매우 분명하고 그 효과가 큽니다. 세상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관건입니다.”영국 출신의 포저는 내놓는 음반마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원전 연주 거장이다. 2005년 여성 최초의 영국 왕립음악원 ‘콘 재단 바흐상’, 2018년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포저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바흐, 퍼셀 등 익숙한 작곡가들은 물론 안토닌 레이헤나우에르, 찰스 애비슨 등 상대... -
안은진, 7년 만에 연극 무대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국립극단은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삶을 그린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의 캐스팅을 24일 발표했다. 레빗(1868~1921)은 여성에게는 참정권조차 없던 시기에 천문학자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여성은 하버드대 천문대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육안으로 자료를 관측했고, 끈질긴 연구 끝에 ‘래빗 법칙’을 발견했다. 레빗의 업적은 훗날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내놓는데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드라마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잘 알려진 안은진이 레빗 역을 맡았다. 그의 연극 출연은 2017년 <유도소년> 이후 처음이다. 홍서영이 레빗의 동생이자 작곡가의 꿈을 꾸는 마거릿으로 출연한다.역사·과학·문학 분야의 다양한 여성 인물을 그려온 미국 작가 로렌 군더슨의 작품이다. 군더슨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l... -
낯선 독일어 노래에 피아노 한 대···가을에 듣는 리트의 매력
독일 가곡을 뜻하는 리트(Lied)는 시와 음악이 어울린 음악 형식이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반주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발표된 지 200년이 다 된 현재까지 사랑받는 리트다. 다만 낯선 독일어 가사, 소박한 피아노 반주에 감상의 벽을 느낄 수도 있다.이언 보스트리지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뒤 27세에 뒤늦게 성악가의 길을 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리트 해석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여러 장의 ‘겨울 나그네’ 음반을 냈고,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펴내기도 했다.보스트리지가 서울국제음악제 참석차 내한해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랄프 고토니의 반주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다. 보스트리지는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말을 인용해 “가수가 성심을 다해 노래하면 관객이 언어를 이해하든 못하든 문제 되지 않는다”며 “나도 처음엔 독일어를 몰랐지만 곧 슈베르트... -
가을 물든 실학박물관에서 특별한 공연·전시·체험 즐겨볼까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특별 공연과 기획전, 체험·교육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실학박물관은 오는 26~27일 오후 2시 박물관 옆 다산정원에서 클래식 연주회, 줄타기·한량무·소고춤 등 전통연희가 어우러지는 특별 공연 ‘실학연희(實學演戱)’를 개최한다. 주말을 맞아 클래식, 전통연희를 야외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드문 기회다.실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 기획전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가 열리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이기도 한 실학자 정약전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쓴 우리나라 첫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라 할 ‘자산어보’를 흥미롭게 전시·체험행사로 풀어낸 특별전은 관림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개막한 특별전은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실학박물관이 자리한 남양주시에 있는 7개 공·사립 미술관·박물관과의 연합전 ‘다산 정약용과 한강’도 마련됐다. 실학박물관을 ... -
70년대도 아니고 빨간 줄?···‘윤창중 성추행’ 풍자 연극 검열에 “국가가 배상”
박근혜 정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의혹을 풍자하는 연극을 준비하다가 정부로부터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받은 연출가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최미영 판사는 연출가 A씨가 국가와 국립극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윤 전 대변인은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주미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경질됐다. A씨는 같은 해 9월 이 사건을 풍자하는 연극의 국립극단 공연을 준비하던 중 극단 사무국장이 극단 예술감독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전한 봉투를 건네받았다. 봉투 안에는 A씨의 연극 대본이 있었고 곳곳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특정 대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취지였다.A씨는 9년 후인 지난 2022년 10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본을 사전 검열한 후 예술감독을 통해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해 표현의 자유를 침... -
25년 전 문 닫은 시골우체국의 부활…만종리대학로극장 <별방우체국>
충북 단양의 귀촌극단 ‘만종리대학로극장’이 시골 마을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전해주던 우체국을 주제로 연극을 선보인다.만종리대학로극장은 18~19일 단양군 영춘면 별방리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에서 연극 <별방우체국>을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연극의 주 무대는 1980년대 시골 마을 별방리와 별방우체국이다. 고향인 별방리를 등지고 미국으로 떠난 여성 순희의 삶을 집배원 광식의 시선으로 그려낸다.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했지만 인종차별과 언어장벽 등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1980년대 시골 마을 주민들의 애환을 표현한 연극이라고 허성수 만종리대학로극장 감독은 설명했다.이 작품은 25년 전 1999년 1월1일 폐국한 별방리의 별방우체국을 소재로 만든 연극이다. 165㎡ 규모의 이 우체국은 영춘면 인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다.만종리대학로극장은 수년간 방치되던 별방우체국을 2019년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으로 새 단장 해 소... -
‘서울 버전 탄호이저’, 4시간은 길지 않다
젊은 시절의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를 숭상해 초기 주요 저작인 <비극의 탄생>을 헌정했다. 토마스 만은 “한 명의 사상가이자 인격체로서의 그는 수상쩍은 인물이다.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그를 거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적었다.리하르트 바그너(1818~1883)는 19세기 독일 예술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대본, 음악, 무대연출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음악극’으로 ‘바그네리안’이라 불리는 추종자를 낳았다. 다만 그의 작품은 진지하고 분량이 길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4부작 <니벨룽의 반지>는 공연 시간이 16시간 이상으로, 4일에 걸쳐 상연하곤 한다.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한다. 서곡, ‘순례자의 합창’ 등 유명한 곡이 많은 데다 다른 작품에 비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분량도 길지 않아 바그너 세계의 ‘입문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