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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간다···줄줄이 인정받는 ‘동성부부 건보 자격’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부부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등록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동성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한다’는 사법부의 결정이 행정 영역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보험을 시작으로 제도 내로 편입되는 동성부부가 늘어나면 주거 지원사업이나 의료 시스템, 각종 세제 혜택과 복지 정책 등에서도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6일 경향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동성부부는 소성욱·김용민씨 부부를 포함해 최소 4쌍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이 지난 7월 소·김씨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지 70여일 만이다.이날 건보공단 관계자는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 등록 및 및 처리시한이 이성 사실혼 부부와 같냐는 질문에 “같다”고 답했다.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은 동성부부들이 건보공단에 제출한 서류는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서·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당... -
“주민등록증 내라”는 병원에…신분 노출 우려 커진 가정폭력 피해자들
건강보험 본인 확인 의무화 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들은 대부분 의료급여 수급자라 건보 적용을 위한 주민등록증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이를 잘 모르는 병원에서 주민등록증을 내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협의회가 취합한 사례를 보면, 서울·강원·전남·광주·대구·경북·부산·울산 등에서 보호시설 입소자가 병원에 전산관리번호로 받은 의료급여증을 냈는데도 추가로 주민등록증 확인을 요구받았다.서울에선 입소자가 주민등록증을 내지 않자 의료기관이 진료를 거부한 일이 있었다. 경기와 인천에선 입소자가 응급실에서 전산관리번호로 진료받는 것을 거절당해 생년월일을 알려줬더니 진료 이후 입소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다른 보호시설로 옮기기도 했다.보호시설 입소자 중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수급... -
“바다 지키는 게 우리 지키는 것” 월정리 해녀들의 간절함이 통했다
[주간경향] 제주도 동쪽, 제주시 구좌읍엔 맑고 예쁜 에메랄드 색깔 바닷물로 유명한 월정리 해수욕장이 있다. 지난 9월 26일 찾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아름다운 해변을 걷거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엔 제주시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있다. 월정리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증설에 반대하며 2018년부터 맞서 싸웠다. 해녀가 소멸하는 시대, 60~80대 고령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섰다.바다 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월정리의 동부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2007년이다. 2014년 처리용량을 한 차례 증설한 제주도는 2017년 하루 1만2000㎥에서 2만4000㎥로 또다시 처리용량을 증설하기로 하고 고시했다. 관광인구가 증가하고 주택건축 급증으로 하수발생량이 많이 늘어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월정리엔 국가지정 문화재인 ... -
“물건 없는디 누가 물질 허쿠광”…바다 사막화에 사라지는 해녀들
[주간경향] 숨을 참고 바닷물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동한 해녀 수는 2839명이다. 1970년(1만4143명)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200명씩 해녀가 줄고 있다. 지난해 활동한 제주 해녀의 90.3%(2565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가 6.1%(175명), 40대가 2.3%(66명)다. 30대는 0.9%(27명), 20대는 0.2%(6명)뿐이다.‘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제주 해녀 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상업영화, 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유튜브 등 ‘해녀 콘텐츠’는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해녀의 전당’ 건립을 공약으로 냈고,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제주도... -
텔레그램도 ‘딥페이크’ 수사 협조하는데… 국내 메신저 성착취는 ‘방치’
경찰이 텔레그램 내사에 착수하는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텔레그램이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마약 유통·거래,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통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는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텔레그램을 압박해 협조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형이 다를 뿐 범죄는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국내에 기반을 둔 메신저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종 범죄가 만연한 상태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플랫]‘불법 콘텐츠’ 유통 경로 된 ‘플랫폼’…전 세계서 커지는 ‘플랫폼 책임 강화’ 목소리📌[플랫]“사람 죽이는 제품 만들어”…‘아동 성 착취’에 고개 숙인 SNS 경영자들국내 기반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표적 사례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조건만남’, 즉 성매매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행은 대체로 국내의 ‘랜덤채팅’ 메신저에서 공공연히 이뤄... -
“화려하고 신나게”…이태원 수놓은 ‘드래그 아티스트’ 행진
개천절인 3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은 휴일을 맞아 인파로 북적였다. 연인이나 친구와의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화려한 화장과 복장에 무지개 깃발을 들거나 몸에 두른 이들이 해방촌과 이태원 일대 거리를 활보했기 때문이다. ‘서울드랙퍼레이드2024’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드래그(drag)는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 행위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 장르다. 드랙퀸(예술이나 오락·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남성)이자 인권활동가인 ‘허리케인 김치(활동명·34)’와 ‘알리 베라(활동명·29)’가 2018년 처음 연 이 행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행사나 콘서트 등으로 대체됐다. 이날 행진은 5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다시 열렸다.“오랜만에 퍼레이드를 하니, 기쁘고 설레요.” 올해 퍼레이드 상징색인 핑크색을 머리카락과 의상에 녹인 허리케인 김치가 말했다. 그는 드래그가 “나 자신을 탐방하고 표현하는 도구... -
해외 있는 텔레그램은 수사 급물살…국내 메신저·커뮤니티는?
경찰이 텔레그램 내사에 착수하는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텔레그램이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마약 유통·거래,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통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는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텔레그램을 압박해 협조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형이 다를 뿐 범죄는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국내에 기반을 둔 메신저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종 범죄가 만연한 상태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국내 기반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표적 사례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조건만남’, 즉 성매매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행은 대체로 국내의 ‘랜덤채팅’ 메신저에서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메신저를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수사, 또는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2016년 10월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10대 피해자와 함께 7개 채팅앱 운영자를 아동·청... -
‘긴급출동’ 사안인 교제폭력·가정폭력 신고…절반 이상 ‘현장 종결’
연인·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친밀 관계 폭력’ 신고를 경찰이 대부분 긴급 대응 사안인 ‘코드1’로 분류하고도 절반 이상은 입건 없이 현장 종결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2신고 현황’을 보면 친밀 관계 폭력 신고 건수는 매해 늘고 있다.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으로 2년 새 34.63% 증가했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21만8680건, 2022년 22만5609건, 2023년 23만830건으로 매년 5000건 넘게 늘었다. 올해 1~7월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4만8314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3만441건에 달했다.경찰은 친밀 관계 폭력 신고 대부분을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상황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 또는 진행된 직후인 ‘코드1’ 사안으로 분류했다. ‘긴급 출동’이 필요하다고 봤다. 1~7월 교제폭력 신고의 74.09%(3만5798건... -
“‘5·18 성폭력’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알릴 수 있길 바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의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의 모임인 ‘열매’는 30일 국회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 나선다.이들을 대리하는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대표변호사는 “5·18 관련 피해는 이미 상당 부분 진상규명과 보상이 이뤄졌는데, 성폭력 사건에서는 여전히 피해자들이 말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됐다”며 “신군부의 반헌법적인 쿠데타 과정에서 시민을 진압하며 벌어진 성폭력을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 손배 소송을 앞두고 법적 쟁점을 정리하고 있는 하 변호사를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16건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하 변호사는 “국가폭력 중에서도 성폭력은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개인이 벌인 문제라는 식으로 축소되기 쉬운데, 조사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과거사에서 국가 성폭력을 인정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
‘익명’으로 남은 ‘5·18 성폭력 조사 보고서’…‘본명’으로 나타난 ‘증언자’들
‘1번’ 피해자는 1980년 5월 19일에서 20일 저녁 무렵, 광주 전남여고 후문에서 총을 찬 계엄군들에게 구타당한 뒤 당시 그가 몰던 브리샤 자동차 뒷좌석에서 2명에게 강간당했다. 시부모가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해준 차에서 피해를 당한 뒤 한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계엄군이 입고 있던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그때 맡았던 술냄새, 땀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구토한다.‘77번’ 피해자는 5월 20일 오후 양림동에서 학동 집으로 가는 길에 군인들에게 붙잡혀 벽에 밀쳐진 뒤 가슴과 엉덩이를 추행당했다. 이후 대검으로 어깨 부근을 찔려 쓰러졌는데, 지금도 남은 이 흉터는 비만 오면 쑤신다.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고 아픈 생리 때마다 피해 당시가 떠올라 힘들다.‘35번’ 피해자는 5월 22일 연인의 죽음을 목격한 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구 전남도청에 갔다가 27일 새벽 연행됐다. 수사관들은 그의 옷과 속옷을 벗긴 채로 조사하며 뺨을 때렸다.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