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삶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독한 이론
외계인과 지적 대결할 사상가라는데닛의 저서 30년 만에 국내 번역다윈의 아이디어를 망치로 삼아인본주의의 전제들 철저히 파괴인간의 마음도 “생성된 인공물”인공지능의 선구자로 알려진 MIT 인공지능학자 마빈 민스키는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C 데닛(1942~2024)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쳐야 할 사상가를 선발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데닛을 선택할 것이다.”다윈의 위험한 생각대니얼 C.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 951쪽 | 6만5000원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데닛은 약 60년간 저서 20여권과 논문 수백편을 썼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외계인이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려 할 때 지구인을 위해 숨겨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
새책
내일을 위한 힌트 外
내일을 위한 힌트오래전 연락이 끊겼지만 영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던 고등학교 동창 ‘종은’이 ‘다미’의 집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그린 ‘다미와 종은, 울지 않아요’ 등 단편 8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누군가 찾아오거나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실렸다. 기준영 지음. 문학동네. 1만6800원디 에센셜 키워드: 정의의 사람들하나의 주제를 통해 문학을 들여다보는 ‘디 에센셜 키워드’ 시리즈 첫 편이다. 정의를 주제로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엮었다. 희곡 ‘계엄령’과 소설 ‘페스트’ 등을 소개한다. 책은 정의에 대한 카뮈의 실천이 반영된 작품으로 ‘계엄령’을 꼽는다.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1만9000원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8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육체를 잃어버린 채 영혼만 남은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클라우드 안에 데이터로 저장된다. 주로 멸망한 우주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 -
책과 삶
일제강점기 인기 끈 중국 ‘호떡’…왜 ‘숨어서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 | 356쪽 | 2만원탕후루의 유행이 가고 ‘쫀득쿠키’가 최근 인기이듯, 팍팍한 일제강점기에도 시기마다 유행하는 디저트가 있었다. 1910년대 경성에는 “만주노 호야호야!(만주가 따끈따끈)”라며 갓 만든 만주를 담은 나무 궤짝을 어깨에 둘러메고 학비 벌이에 나서는 고학생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었지만, 1920년대 중반부터는 인기가 시들했다. 중국 호떡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다.음식문학연구자인 박현수는 식민지 조선에서 유행한 8가지 디저트를 동시대 문학 작품 구절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먹고 싶어 했다던 멜론,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그때도 ‘사랑의 과자’였던 초콜릿, 더위를 가시게 한 빙수 등이다.각 디저트가 어디서 유래하고,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경쾌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 작품과 기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소설을 망라한다.... -
책과 삶
누구나 알지만 모르는 시간 끝의 세계
블랙홀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 박병철 옮김 392쪽 | 3만3000원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시공간, 블랙홀.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내뱉은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목사이자 과학자인 존 미셸이었다. 그 별 위에 껍질을 씌운다면 그 이름은 사건(의)지평선이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특이점’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통하지 않는, 장소라기보다 시간이며, 어쩌면 “시간의 끝”이다.블랙홀에 관한 본격적 연구는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됐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후배 물리학자들도 한동안 블랙홀이 수학적으로 유도 가능할 뿐 실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2019년 인류는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건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기에 이르렀다.콕스는 BBC 과학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입자물리학자다. 그는 블랙홀이 “... -
책과 삶
장르 문학 상투적 문법을 비트는 쾌감
클리셰:확장자들김아직·박하익·송시우·정명섭·최혁곤 지음북다 | 352쪽 | 1만6800원종영을 한참 앞둔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을 향해 누군가 총을 쏜다. 어김없이 총알이 빗나가거나 난데없이 구원투수가 등장해 그 총알을 대신 맞는다. 시청자는 이렇게 말한다. “클리셰네. 클리셰.”클리셰는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뻔한 장면 등을 일컫는 영화 용어로 자주 쓰여 익숙하다. 확장자들은 틀을 넘어 제멋대로 갖고 노는 자들을 일컫는다.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클리셰’와 ‘확장자들’이 책 제목 안에 함께 담겼다. <클리셰: 확장자들>은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5인이 기존 문법을 뒤틀어 쓴 안티 클리셰 앤솔러지다.책은 총 다섯 개의 소설로 구성된다. 김아직 ‘길로 길로 가다가’, 박하익 ‘You’re the detective’, 송시우 ‘타미를 찾아서’, 정명섭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
책과 삶
작가·영화감독·유튜버 등이 꼽은 ‘내 인생의 만화’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곽재식 외 8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 368쪽 | 2만원당신의 인생 ○○은(는) 무엇입니까. 여기 ○○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많다. 영화, 드라마, 소설, 노래, 공연… 그런데 만화가 들어가면 어떨까.여기서 만화가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인생 만화’는 어린 시절 접한 작품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만화는 직관·직설적이고 상상력을 쉽게 자극하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 ‘포스타입’에 지난해 8월부터 연재된 27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유튜버, 작가, 평론가, 영화감독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의 ‘최애’ 만화를 꼽았다.많은 이가 인생 만화로 들 법한 <슬램덩크>도 당연히 포함됐다. 필진으로 참여한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슬램덩크&g... -
새책
사피엔스혁명 外
사피엔스혁명저자는 현생 인류의 생물학적, 문화적 기원이 후기 구석기 시대에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간 후기 구석기 수렵채집민은 예술과 상징, 공유와 협력, 평등 지향 등 이전의 고인류와 다른 오늘날 인류의 초석을 다졌다. 성춘택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2만5000원살인하는 여자들식민지 시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미국 역사에서 살인을 저지른 여성들을 조명한 책. 혼외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를 죽인 여성, 자신을 학대한 남편을 살해한 여성 등 여러 사례를 살피면서 여성 혐오와 불평등 구조를 살폈다. 앤 존스 지음. 마정화 옮김. 열화당. 3만5000원우리 정치 정상영업합니다필자들은 ‘중상모략’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에서 활동한다. 연령대도 20~50대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공직자, 국회 보좌관, 시민사회 활동가, 기자, 정치 컨설턴트, 변호사 등으로 다르다. 세대에 초점을 맞춰 한국 정치의 과제를 살핀다. 윤승민·조형... -
금요일의 문장
예술은 인간의 경험에 감정적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
“예술과 미학은 아름다움을 넘어 훨씬 큰 것을 아우르며, 인간이 하는 다양한 경험에 감정적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 ‘예술은 혀에 단 설탕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예술 작품에 도전적인 요소가 담겨 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는데, 그 불편함은 자세히 들여다볼 의향이 있다면 어떤 변화와 탈바꿈의 가능성을 제공하죠. 그건 굉장히 강렬한 미적 경험이 될 수 있어요.’”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윌북예술은 어렵고 불편한 생각이나 개념을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페인 내전을 그린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한 장면만으로 사람들에게 전쟁의 본질적 참혹함과 잔혹성, 범인류적 고통을 곱씹어볼 계기를 던져준다. 정신적 깨달음을 넘어서 생물학적 변화도 촉진한다. 책에 따르면 과거의 트라우마적 사건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는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결정적 영역인 중앙대상피질을 활성화해 뇌 신경 활동을 변화시킨다. 미술 치료나 연극 치료 ... -
그림책
100번 실패하면 어때, 101번째가 남았잖아!
생쥐 모이의 101번째 도전김세진 글·그림책읽는곰 | 44쪽 | 1만5000원실패는 아프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쥐 모이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실패가 어떻게 앞날의 발판이 되는지.깊은 구덩이 속 마을에 사는 모이네는 대를 이어온 발명가 가족이다. 모이도 멋진 발명가가 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느 날처럼 실험이 잘 안 풀린 밤, 모이는 다락방에서 별들을 바라본다. 바로 그때, 운명처럼 떨어지는 꽃 한 송이를 만난다. 모이의 마음에 바깥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들이닥친다.모이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결심한다. 트램펄린을 만들고 폴짝 뛰어나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투석기를 만들어 몸을 날려보려 하지만 또 실패한다. 그리고 또 실패, 실패, 실패. 마지막 도전에서 모이는 견고한 비행기를 만들고 프로펠러를 돌린다. 모이가 날았다. 구불구불 산줄기 사이 황금빛 태양이 고개를 내민다. 안... -
낙서일람 樂書一覽
날 위로해주던 반려견, 당신만의 착각일 수도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 김지현 옮김북다 | 380쪽 | 2만1000원우리가 슬퍼하거나 화를 낼 때 반려견이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일까.프랑스의 인지심리학자 플로랑스 고네에 따르면 이런 생각은 지나치게 인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반려견이 주인의 슬픔을 인지하고 공감하기 위해 주인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주인이 흐느끼면 자기를 쓰다듬어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운 것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주인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핥으면 기분 좋은 짠맛이 날 텐데, 그것만으로 좋은 기회이겠죠…” 당신의 눈물을 노린 것일 수도 있으니 착각하지 말란 얘기다.이 책은 프랑스 심리학자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이 심리학자, 과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인간학자, 행동학자, 동물심리학자, 동물행동학자, 역사학자 등 전문가 3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물과 관련한 인간의 오해를 깨부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