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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태웠다고 애태우지 말아요…달큼한 불맛 타오르는 중이니
캠핑의 꽃은 불꽃이다. 어스름이 지는 저녁 무렵, 자연스럽게 둘러앉은 모두를 사색에 잠기게 하는 ‘불멍’의 대명사 장작불. 천천히 달아올라 끝까지 숨은 열기를 품고 있는 숯불. 비 오는 날 물먹은 장작을 만나면 다이얼만 돌리면 켜지는 가스 불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환기할 걱정 없이 탁 트인 곳에서 날것의 불을 피우는 것에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음식을 요리할 수도 있고 주변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는 열기, 활활 일렁이는 자연의 힘을 만들어내고 통제하고 있다는 희열이다.나무만이 가진 맛가끔 생각한다. 나에게 언제든지 불을 피울 수 있는 바비큐 키친이 있었다면 캠핑을 다녔을까? 산과 바다의 품속에 가까이 안겨 있다는 싱그러움, 집이 아닌 곳에서 누울 자리를 만드는 자유로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일상 탈출의 즐거움은 모두 캠핑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지만 역시 집에서는 만들 수 없고 먹기 힘든 음식을 마음... -
완주에 주목하는 청년들···공동체조직 탄탄·월 5만원 주거 해결
“답답한 도시보다 사람 냄새나는 시골살이를 하고 싶어 7년 전 서울에서 완주로 옮겨 왔어요. 잘 왔다 싶습니다.”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 6년째 책방 운영을 하고 있는 홍미진씨(37)는 “청년 자립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판사를 다녔던 홍씨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고산면에 둥지를 튼 건 아니다. 대안적 문화·사회를 표방하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보자는 막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책을 좋아하고 과거 책 만드는 일을 해 이곳에서도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또한 그는 완주로 갓 이주한 다른 청년들의 조력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일도 중요하지만 여럿이 어울려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의지하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전북 전주시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완주군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이 300여개에 달하는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중 고산면은 공동육아나 대안교육 등 공동체... -
‘파워J 보부상’ 포르테나 서영택
이 코너 연재 이래 최고의 보부상을 만났다.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의 멤버 서영택씨는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한 아름 품고 온 가방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소지품에는 유독 목 관리를 위한 용품이 많았다. 팀 내 밝고 경쾌한 음색으로 ‘햇살 테너’를 맡고 있는 서씨의 목소리 비결이 그곳에 숨어 있지 않을까?서영택, 모두가 반대할 때 ‘끝장’을 보다서영택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와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하고 2023년 <팬텀싱어> 시즌4에 도전하면서 이동규, 오스틴킴, 김성현과 함께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를 결성했다.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들은 지난달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진행한 단독 콘서트 ‘엠파이어(Empire)’를 마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다소 엄숙하고 무거운 클래식 무대에만 섰던 그에게 단독 콘서트는 팬들과 교감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었던 생애 첫 무대였다. 그는 성악에서 크로스오버로 전향한 후 ‘직업 만족도 최상... -
삶의 기록으로 남다, 기억조차 폐기되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쇼핑몰 오모테산도 힐스는 안도 다다오의 2006년 작품이다. 오모테산도에 들르면 이 건물을 지나지 않기도 어렵다. 하라주쿠역부터 오모테산도역까지 약 1㎞ 이어지는 느티나무 가로수길에 300m가량 접한 긴 건물이 오모테산도 힐스다. 명품으로 유명한 이 거리에서 샤넬로 시작해 크리스찬 디올, 에르메스를 거쳐 루이비통으로 끝나는 여정에 오모테산도 힐스는 길 건너편에서 묵묵히 함께한다. 가로수가 울창한 계절에는 오모테산도 힐스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안도 다다오가 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느티나무 가로수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고 고집한 탓이다. 쟁쟁한 럭셔리 브랜드의 각축장에서 오모테산도 힐스는 지금 홀로 키가 작다.오모테산도 힐스 자리에는 원래 ‘도준카이아오야마’라는 3~4층짜리 낡은 아파트가 있었다. 일본이 간토대지진 후 도쿄를 대대적으로 재건하면서 1927년 지은 건물이다. 지진이 할퀸 자리에 튼튼히 지어야 했기에 집합주택 중에는 일본 ... -
'꾸밈노동'에서 '다꾸' '휠꾸'까지···진화하는 단어 ‘꾸미기’
‘꾸미기’는 단어에 생명이 있음을 믿게 해준다. 한 단어가 시대에 따라 그 뜻을 유연하게 바꾸기 때문이다. 그의 다채로운 모험엔 우리 사회의 젠더, 세대, 시대, 인권의 갈등과 진화가 다 있다. 한 단어가 단 기간에 이토록 굵직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모험의 시작은 ‘꾸밈 노동’이었다. 과거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돌봄 노동’ ‘가사 노동’과 같은 행위가 새롭게 노동의 지위를 얻던 시기, ‘꾸밈 노동’은 그 전환의 역사를 함께했다. 이때 ‘꾸밈’은 형식의 강요, 더 정확히는 ‘형식미’의 강요였다. 화장이나 불편한 옷차림처럼 강요된 ‘꾸밈 노동’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형식의 해방이자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투쟁이었다.투쟁 대상이던 꾸밈은 ‘세대’라는 화제를 만나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라는 행위의 핵심은 ‘다이어리’가 아니라 ‘꾸미기’다. 다꾸, 폰꾸(휴대폰 꾸미기)는 기성품에 개인적 취향을 더하는 새로운 ... -
오메가 입은 스와치? 오메~ 이건 못 참지
강렬하게 갖고 싶었다. 고작 시계일 뿐인데.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되는데. 이미 대여섯 개의 시계를 갖고 있는데도 갖고 싶었다. 가까운 스와치 매장을 검색해 동선이 겹치면 몇 번인가 들러보기도 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수시로 열면서 시세를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봄처럼 들떴다. 소비의 시작은 결제가 아니라서. 갖고 싶다는, 그 강렬한 마음을 인지하면서부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2022년 3월26일. 스와치가 오메가랑 같이 만든 ‘문스와치(Moonswatch)’를 출시하던 날 전 세계 스와치 매장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날 아침 서울에는 비가 왔는데도 수십명이 줄을 서 있었다. 명동 스와치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는 경찰차가 출동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세계 유수의 도시에 있는 스와치 매장에서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스와치가 오메가와 함께 만든 ‘문스와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었다. ... -
푸르름에 힐링···어둡게 자랐어도 양지에서 사랑 받는다
서울 여의도의 한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코스의 첫 번째 요리로 노란 꽃잎이 올라간 에피타이저가 나왔다. 예쁜 음식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육식물과 함께 이끼가 소복이 올라간 접시였다. 설마 하고 만져보니 진짜 살아 있는 이끼다. 요즘 식당가에서는 이끼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활용해 주메뉴를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팅을 내놓는 곳이 있다. 한우와 같은 고급 식재료를 고객에게 선보일 때도 애용된다. 소셜미디어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이들을 위한 촬영용 세팅이기도 하다. 한 이끼농장은 광화문과 여의도에 매장을 둔 한우전문점이 단골이라고 전했다.축축한 음지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어둠의 식물’ 이끼가 양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 옛날 식물채집 숙제 때나 눈여겨보던 이끼의 대중적인 인기를 이끈 것은 테라리엄이다. 유리 용기, 수조 등에 이끼와 작은 식물, 소품 등의 오브제를 활용해 나만의 작은 숲을 만드는 식물 공예 ‘테라리엄’은 반려식물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주로 실내... -
(4)꽃피는 봄이 오면…나는 꽃구경하는 ‘사람’을 본다
찰칵, 봄에는 누구나 꽃 사진을 찍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꽃 앞에서 홀린 듯이 카메라를 들고,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꽃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보내오는 메시지에도 꽃이 가득하다. 작년에 봤던 꽃인데 올해도 여전히 반갑고, 겨우내 이름을 몰랐던 나무들이 꽃으로 정체를 드러낸다.“창경궁 홍매화 대박! 그런데 사람 미어터짐.”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꽃 소식 중계가 올라온다. “드디어 봄이야 #벚꽃 #벚꽃스타그램 #봄날” 인스타그램 피드도 꽃 사진으로 가득하다. “불광천 벚꽃 피었나요?” “방금 보고 왔는데 이번 주말이면 만개할 거 같아요 ㅎㅎ.” 동네 오픈채팅방에서도 언제 무슨 꽃이 피는지가 제일 중대한 이슈다.꽃이 피는 계절이 아닐 때에도 나는 도시를 관찰하면서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참고해 나중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주거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집 담벼락에 붙은 ... -
바삭바삭 입안에서 봄이 부서진다
제일 먼저 가졌던 나만의 부엌은 고시원의 공용 공간이었다. ‘공용’이지만 나만의 부엌으로 꼽는 것은 집에서 독립한 후 혼자 장을 보고 식단 구성을 생각하며 밥을 해 먹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쓰는 부엌이 갖고 싶기도 하고, 화구도 두 개 이상이면 좋겠고, 공간도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먹을 음식을 직접 계획해서 만드는 것 자체는 즐거운 일이었다.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3구 화구에 넉넉한 조리 공간과 냉장고, 우리 가족만 쓰는 부엌까지 그 모든 소원을 다 이뤘다. 물론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그럼에도 바라는 바는 항상 생긴다. 오븐을 갖추니 이번에는 브로일러도 있으면 좋겠고, 환기도 더 잘되고 화력도 더 좋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거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부엌이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캠핑이다.캠핑에서 무언가를 요리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집에는 있지만 밖에는 없는 것’을 떠올리며 불편하고 부족한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