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 주인공 31년만에 감격 재회

“정말 미안합니다. 진즉 직접 찾아 뵈어야 했는데….”

“어렵게 수술을 했기 때문에 늘 생각이 났습니다.”

17일 31년만에 다시 만난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의 실제 주인공들. 오른쪽부터 울 브링크박사, 박재섭씨, 박씨의 딸 미나씨. 작은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광주/배명재기자

17일 31년만에 다시 만난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의 실제 주인공들. 오른쪽부터 울 브링크박사, 박재섭씨, 박씨의 딸 미나씨. 작은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광주/배명재기자

17일 오후 3시 광주 남구 양림동 광주기독병원 접견실. 환갑을 넘긴 동·서양 두 남자의 뜨거운 포옹이 계속됐다. 이들은 1978년 제작된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의 실제 주인공인 박재섭씨(65·경남 창원 거주)와 미국인 울브링크 박사(64·한국명 우병규).

1974년 이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로 만난 뒤 31년 만의 재회였다. 박씨는 당시 세균이 고관절을 갉아 먹으면서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백트리우스 지스트’라는 병을 앓아 고향인 전북 진안군 정천면 두메산골 마을에서 늘 누워지내야 할 처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병은 희귀병으로 국내에선 치료 방법이 없어 박씨는 생을 포기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울브링크 박사는 광주에 3년간 선교 의사로 파견돼 일하던 중 박씨 치료를 맡았다.

이번 만남은 박씨가 3년 전 광주기독병원 측에 울브링크 박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울브링크 박사는 마침 20일 광주기독병원(원장 송경의) 개원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극적인 재회가 이뤄지게 됐다.

그는 박씨와 함께 온, 중년이 된 미나씨(43·창원 문성고 직원)의 손을 잡은 채 “요즘도 남들에게 감동을 주느냐. 미국에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의 투병 사실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미나양의 지극한 효성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첫돌을 지낸 지 3일 만에 어머니를 여읜 박양은 약값이 없어 덕유산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 달여드리는 지극 정성으로 아버지를 돌봤다. 이런 사연을 들은 ‘젊은 의사’ 울브링크 박사가 치료를 자청한 것이다. 그는 사재 1천만원을 털어 인공 고관절과 수술 기구를 미국에서 들여와 수술을 직접 하며 2개월간 그를 보살폈다. 덕분에 박씨는 목발을 짚으며 창원에서 도장·인쇄업을 하며 보란 듯 생계를 꾸리고 있다.

박양 가족과 울브링크 박사의 이야기는 배우 강수연·박근형·한혜숙씨가 주연한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으로 제작돼 상영되기도 했다.

박씨는 서울에서 이 영화를 보고 산골까지 찾아온 정용자씨(58)와 80년 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정씨와는 딸(25)을 두고 있다.

〈광주|배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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