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인사이드 딥 스로트’

- 성(性) 충격을 넘어 문화혁명을 안겨줘 -

‘딥 스로트(Deep Throat)’는 내부고발자라는 뜻과 함께 은어로는 구강성교의 ‘펠라치오’를 뜻한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워커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날 때, 결정적인 제보를 한 이를 ‘내부고발자’라 했다. 그리고 그 당시 문화적 충격을 던져준 영화가 포르노 ‘딥 로스트’였다.

[영화리뷰] ‘인사이드 딥 스로트’

‘인사이드 딥 스로트(In side Deep Throat)’는 포르노의 고전 ‘딥 스로트’가 일으킨 사회·문화적 현상을 고찰한 다큐멘터리다. 데니스 호퍼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는 ‘딥 스로트’가 당시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과거와 현재의 인터뷰와 비디오 클립으로 구성하고 있다. 큰 줄기는 남녀배우의 캐스팅, 감독의 제작 동기,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증언과 일반 관객의 반응 등, 인터뷰다. 그리고 짬짬이 ‘딥 스로토’의 내용이 비쳐진다.

‘딥 스로트’는 주류영화산업에서 벗어나 먼 언저리에서 만들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르노그래피란 용어조차 없었으므로 이 영화는 최초의 ‘하드코어’ 외설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성행위를 하며 음부와 성기가 클로즈업으로 비쳐지는 화면 가득한 ‘눈뜨고 볼 수 없는’ 포르노 장면은 기독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영화리뷰] ‘인사이드 딥 스로트’

영화는 별로 좋지 않았다.(심지어 감독까지도 그렇게 말했을 정도다) 드라마도 없고, 배경이나 콘티도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필요치 않다. 제작비가 없었으므로 벗은 몸뚱이 하나면 충분했다. 하지만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것은 명백했다. 그것은 유머와 함께 성(性)을 부풀게 했다. 별로 우스운 유머가 아니라 포르노그래피의 눈이 핑핑 돌아가는 충격이었다.

극장에 상영되자마자 영화는 포르노 낙인찍혔다. 상영은 중지됐으며 극장주들은 음란물 공개 혐의로 체포됐다. 덕분에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더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영화를 보려고 장사진을 쳤다. 법정에선 연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변두리 소재였던 성(性)이 주류영화로 편입되면서 포르노는 문화산업의 새로운 총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점차 미국 사회는 정숙이란 전통적 가치관이 깨지고 밤거리엔 스트립댄서와 포르노숍이 생겨났다. 성 이야기 자체가 금지된 시절에 ‘딥 스로트’는 가히 핵폭탄을 안겨 준 셈이었다. 이제 더 이상 성을 구속할 수 없었다. 성은 더 이상 교육용 섹스 비디오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관습을 깨는 저항의 상징으로 영화와 TV를 통해 세상으로 나갔다.

감독이나 배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영화는 미국 사회 내에서 성 담론을 이끌어냈다. 위선적 권위, 특히 닉슨으로 대변되는 주류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섹스에 대한 저항운동도 일어나 페미니즘 운동과 결합됐다. 물론 성애영화의 봇물을 터뜨리는 역할도 했다. 포르노 비디오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렇지만 이내 발전적 양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태되다가 결국 비디오용 음란 장르로 추락했다.

‘딥 스로트’는 포르노그래피가 지루하고 비 포르노그래피가 더 대담한 성적 내용을 고려할 지도 모른다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 지저분한 포르노영화라는 평가와 현대의 성에 대한 풍자라는 엇갈린 평가가 교차하며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1월 12일 개봉한다.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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