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초미니 스커트

[여적] 초미니 스커트

미니스커트가 이미 우리 전통사회에 있었다면 곧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민이나 천민사회에서 미니치마를 입고 살았다. 사태치마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바지 위에 입는 치마였지만 무릎 위 사타구니쯤에 닿는 길이라 해서 사타구니의 준말인 사태치마라 했다. 등명치마라 하여 사태치마보다 더 짧은 초미니 스커트도 있었다. 이는 무당이 신령을 모실 때 입는 무복의 일종이다. 무속에 신을 극진히 모실 필요가 있을 때 처녀무당을 신당에 넣어 신령과 동침하도록 했는데, 이 신교의식을 등명 든다고 해서 이 때 입는 치마를 등명치마라 했다. 물론 길이가 정강이쯤에 이르는 팔푼치마도 있었지만 치마길이가 ‘섹스어필’과 연관지어졌던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저고리에서도 그런 면모가 엿보인다. 한복 저고리의 겨드랑이 부분에서 앞섶에 이르는 선을 도련이라고 한다. 이 도련은 바로 한복패션의 핵심이다. 깃과 동정의 너비, 배래의 곡선 등이 저고리의 모양새를 변화시킨다지만 결국 도련의 변화에 묻히게 마련이다. 16세기까지는 남녀 공히 저고리의 위아래 길이가 70㎝를 넘었으나 개화기에는 20㎝도 못될 만큼 짧아졌고, 올라간 도련선 밑으로 치마 말기나 겨드랑이 속살이 보일 정도가 됐다. 급기야 ‘저고리 길이를 길게 하여 겨드랑이 살이 보이지 않게 하라’는 나라의 엄명이 떨어졌고 여염집 아낙네들의 저고리 길이는 잠시 길어지기도 했으나 도련선은 지금도 높아지는 추세다.

‘초미니 스커트’가 2006년 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한다. 25㎝ 정도로 ‘더는 짧아질 수 없는’ 초미니가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루 평균 2,500~3,000벌씩 팔려 나갈 정도여서 ‘초미니 열풍’이 몰고 올 현상이 주목된다.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불경기라는 것이 국제적 이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황기인 1970년대에 미니스커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해서 그 반대라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니삭스(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레깅스(스커트 밑에 입는 쫄바지)·망사 스타킹 등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고, 스테퍼·다리 마사지기·슬림패치·제모용품·보디펄 등 하체관리용품도 초미니 바람에 힘입어 작년의 2~3배로 매출이 뛰었다는 것을 보면 호황의 전조로 보이기도 하니 기대해 봄직하다.

〈윤흥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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