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하프 라이트’

- 공포와 스릴러, 두 가지 만족시키기 -

잘 나가던 소설가 레이첼(데미 무어)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남편과 헤어지고 한적한 해안가로 이사 온다. 하지만 새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환영으로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어느 날 산책길에 인적 드문 섬에 사는 등대지기 앵거스(한스 매디슨)를 만난 그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는 그에게서 연민을 느낀다. 어느덧 둘은 사랑에 빠지고 레이첼도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삭혀간다.

[영화리뷰] ‘하프 라이트’

우연히 마을에 들른 레이첼은 앵거스가 7년 전 죽었으며 그녀가 보고 경험한 것이 망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한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며 자신을 따돌리는 것으로 여긴 그녀는 섬 등대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 곳은 몇 년 동안 사용한 적이 없는 것처럼 깨끗하게 치워져 있으며, 앵거스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프 라이트(Half Light)’는 레이첼의 심리를 쫓아간다. 레이첼의 기억이 진실인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헛것을 보는 것인지 이에 대한 해답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두 가지 의문은 영화 후반부까지 그녀 주위에서 맴돌면서 관객의 예측을 훼방 놓는다. “외로움이 지나치면 미칠 수도 있다”는 말대로 그녀가 점점 미쳐가는 지, 꾸며 놓은 이야기에 상상이 결부된 것인지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리뷰] ‘하프 라이트’

감독의 공포미학은 느리고 목적이 있다. 아들의 환상으로 유령 요소를 소개하는 것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천천히 옮겨간다. 물론 그 전에 앵거스와 로맨스를 드라마로 제공한다. 영화는 관객들이 긴장의 길로 접어들 쯤에 다시 한번 뒤집어엎는다. 이것은 효과적이고 무섭다.

‘하프 라이트’는 범죄와 유령이 혼재된 스릴러다. 전형적인 스릴러 요소에 초자연적인 유령 영화가 합쳐진 변형 스릴러 영화다. 유령과 스릴러 요소가 풍부하지만 장르 감각에서 공포를 느끼게 할 만큼 충격적이지 않다. 살며시 다가와 등 뒤에서 난도질하거나 깜짝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초자연적인 요소를 조금씩 소개하는 ‘관객 골리기’ 방식을 선택했다.

‘하프 라이트’는 여러 면에서 완전하지 않다. 비록 레이첼이 큰 슬픔과 정신 혼란의 아지랑이에 갇혀 있다해도 행동의 과정에는 개연성이 너무도 헐겁다. 이사 간 해안가 빈집에서 죽은 아들의 환상에 마음고생을 해도 결코 거기를 떠나지 않는다. 완벽하게 짜여진 스릴러영화라기보다는 공포영화 쪽에 더 가깝다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러닝타임 105분. 6월 29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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