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星人)열전

‘다케시즈‘ 국내 개봉 앞둔 기타노 다케시

-개그맨서 폭력미학 거장으로-

[성인(星人)열전]‘다케시즈‘ 국내 개봉 앞둔 기타노 다케시

세계적인 영화감독, 자신이 감독한 대다수 영화의 주연배우. 여기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일본의 ‘국민 개그맨’이라는 사실까지를 떠올리면 도대체 어떤 인간일지가 궁금해진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한 ‘예술 감독’이 자국에선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 수다를 떠는 개그맨이라니. 우리로 치면 박찬욱이나 봉준호 같은 감독이 ‘개그콘서트’에 나와 바보 흉내를 내며 사람들을 웃기는 격이다. 아니, 그보다는 ‘마빡이’ 정종철이 영화감독이 돼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에 비유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그는 진작에 일본 최고의 희극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감독, 배우, 방송진행자, 코미디언, 작가이자 자신의 그림을 직접 영화에 삽입한 화가이기도 하고 지난해부터는 대학 교수님이 되기도 한 그를 뭐라고 불러야 마땅할까. 이 사람은 과연 잠을 자기는 하는 걸까.

기타노 다케시(北野武·58)는 1998년 한국 최초로 공식 수입·개봉한 일본영화 ‘하나비’를 본 한국 관객들이 열광하고 이 영화가 97년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99년 ‘기쿠지로의 여름’으로 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기 전부터 ‘TV만 켜면 나오는’ 인기 정상의 엔터테이너였다. 90년대 전반에 걸쳐 8~9개의 TV 오락프로그램에 동시 출연했으니 채널을 돌리고 돌려도 그의 얼굴이 브라운관을 채우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줄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에도 1~2개의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그래서 처절하기 짝이 없는 폭력의 변주곡인 그의 영화들을 먼저 접한 한국 관객들은 그가 쇼 프로에서 재롱을 떤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일본인들은 심각하고 무표정하기 짝이 없는 그의 영화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배우나 개그맨일 때 그의 이름은 비트 다케시. 70년대 후반부터 개그맨 비트 기요시와 함께 ‘투 비트’(우리로 치면 ‘컬투’쯤 되는 명명이겠다)라는 이름의 듀엣 팀으로 개그 무대를 주름잡으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공부도 잘해서 메이지대학 공학부에 입학했다가 ‘전공투’ 참여로 인해 대학을 중퇴, 백화점 점원부터 택시운전사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스트립 극장에서 엘리베이터 보이를 하다 이곳에서 연예계 생활을 알고 ‘투비트’를 결성한 것이 74년. 이후 신랄한 독설로 만담 개그를 펼치며 방송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소나티네’ 의 한 장면.

‘소나티네’ 의 한 장면.

89년 그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데뷔작 ‘그 남자 흉포하다’를 출발로 90년작 ‘3-4×10월’을 거치며 영화를 통한 그의 폭력 미학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소나티네’(1993)는 초기작 중 그가 창출한 영화문법이 정점에 달한 작품. 순박한 폭력 혹은 잔혹한 순수로 일컬어지는 그의 화면들은 만화의 한컷 같은 정지화면(필름을 정지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동작을 멈추고 있는)들로 인물이 처한 상황을 객관화하면서 유머를 창출해내곤 한다.

94년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오토바이 폭주를 즐겼던 그가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자신의 청소년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영화 ‘키즈 리턴’(1996)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생을 돌아보는 듯 보였다.

이후 ‘하나비’(1997) ‘기쿠지로의 여름’(1999)으로 영화인생의 절정을 맞이하면서 극중 상대방의 눈을 젓가락으로 쑤시는 쓰디 쓴 흉포함, 혹은 아홉살 먹은 어린이보다 철없는 어른의 천진함 따위를 보여주면서 독설과 유머를 넘나드는 영화세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12월7일 한국 개봉을 앞둔 ‘다케시즈’는 스스로를 모델로 한 판타지 코미디. 연예계의 대스타로 남부러울 것 없는 비트 다케시와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지는 3류 배우 기타노가 만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설정이다. ‘소나티네’ 완성 때부터 구상했다는 이 영화는 그의 다중적 인생, 그리고 생사를 넘나들었던 교통사고의 전과 후에 서서 우리가 기타노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다시금 헝클어놓으며 새로운 ‘다케시의 세계’로 초대할 예정이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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