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라싸, 탱크 진주… 시위 인근省 확산

베이징 | 홍인표 특파원

- 사실상 계엄 상태…상점 철시

-진입 통제·통신 불통 고립상태

지난 14일 19년 만에 최악의 유혈 폭력시위가 발생한 티베트(西藏) 수도 라싸(拉薩)는 시위 발생 이틀째인 16일 폭풍전야와 같은 무거운 정적이 감돌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티베트 라싸, 탱크 진주… 시위 인근省 확산

주민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라싸 시내 곳곳에서 순찰과 검문을 강화하고 있고 가택수색을 하면서 티베트 시위대 검거에 나서고 있다. 시내 도심 곳곳에 인민해방군 병력과 탱크가 진주해 있고, 시내 거의 모든 상점은 철시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라싸 진입도 금지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현지 관계자, 관광객들이 전하는 사태의 전말을 보면 이번 티베트 시위는 지난 14일 오후 1시10분(현지시간)쯤 라싸 도심 라모기아 사원 인근에서 몇명의 티베트족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유혈사태로 번졌다. 오후 2시쯤 불어나기 시작한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 쇠파이프, 칼로 무장하고 도로변 가게와 경찰 차량과 정부 청사에 돌을 던지며 불을 질렀다. 짙은 연기가 도시를 덮었다. 중국 정부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반 시민 10명과 경찰 12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최소 8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4일 밤 치안 상황이 악화되자 즉각 인민해방군이 탱크와 차량편으로 라싸 시내에 진입했다. 중국 당국이 라싸 일원에 계엄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계엄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15일 새벽에는 2~3발의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

라싸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치안상황이 나빠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라싸 진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라싸에 들어가려면 티베트 정부가 발행하는 출입허가증을 받아야 하지만, 2006년 7월 칭짱 철로 개통 이후에는 굳이 허가증을 받지 않아도 라싸로 가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라싸 거주 교민 김모씨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외부로 출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걸어서 시내 도심을 지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생활은 상당히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는 “치안상황이 악화된 탓인지 인터넷이나 유선전화 등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교민들의 안전과 관련해) 우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의 연락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싸에는 유학생 등 우리 교민 20여명이 살고 있다.

한편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시위가 16일 중국 다른 지방에도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날 라싸에서 1000㎞ 떨어진 쓰촨성 아바의 티베트인 밀집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 경찰의 발포로 최소 7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간쑤(甘肅)성 샤허(夏河)의 불교 사원 라부렁사에서도 승려와 일반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발생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프리티베트캠페인 영국 본부의 매트 위티케이스 대변인은 “라싸에 국한됐던 20년 전 사태와 달리 이번 시위는 다른 지역으로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티베트 강경정책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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