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활자로 만든 ‘명품’ 시집

윤민용 기자

‘활판공방 100선’ 김종해·이근배 시인 첫 주자로

“30여년 가까이 출판일을 하고 45년 동안 시를 써왔지만 시인으로서, 출판인으로서 이 같은 명품 시집을 갖는 건 참 과분한 일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쓴 시 중 100편을 가려 뽑은 것인데 책을 보니 변변치 않은 시에 천사의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랄까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원로 시인 김종해씨(67)는 감격한 표정이었다. 1980년대 오프셋 인쇄와 뒤이어 밀어닥친 디지털출판방식에 떠밀려 사라진 납활자인쇄방식으로 제작된 시집은 단정하고 기품있는 만듦새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시선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를 갖게 된 이근배 시인(68)도 마찬가지였다. “육당 최남선이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다 직접 ‘소년’지를 찍고 한국현대시의 효시가 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습니다. 1908년은 활자문화를 시로써 복원한 해기도 하지요.”

한국현대시 100년을 기념해 납활자인쇄 시선집을 낸 김종해(왼쪽)·이근배 시인(가운데)과 정병규 북디자이너.  강윤중기자

한국현대시 100년을 기념해 납활자인쇄 시선집을 낸 김종해(왼쪽)·이근배 시인(가운데)과 정병규 북디자이너. 강윤중기자

두 시인의 시선집은 납활자인쇄만을 전문으로 하는 활판공방(活版工房)의 ‘활판공방 시인 100선’의 1차분이다.

납활자본 시선집은 북디자이너 출신의 박한수 시월출판사 대표와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박건한 활판공방 편집장의 작업이다. 10여년 전 뜻을 모은 이들은 납활자본인쇄기와 부속물을 모으고 현역에서 은퇴한 문선공과 인쇄공들을 불러 책을 준비했다. 조판에서 인쇄, 접지, 제책 등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 책은 1000부 한정본으로 나왔다.

정씨는 “활자는 그 시대 문화의 공기(公器)다. 이번 작업은 그 활자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출판계와 디자인계, 사회에 묻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허영자·정진규·오세영 시인의 시집이 발간되고, 10년에 걸쳐 총 100권의 시집이 ‘활판공방 시인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예정이다.

<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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