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눈치보기·유전무죄 판결” 비판

조현철기자

대법, 에버랜드·삼성특검 ‘패키지 무죄’

‘편법상속’ 논란 13년만에 결국 면죄부 상고된지 2년 여동안 선고 미뤄 ‘눈총’

대법원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편법 상속 논란은 13년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시간끌기식 수사와 재판으로 일관했고,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렸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바뀌는 등 대기업 눈치보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벌 눈치보기·유전무죄 판결” 비판

◇ 에버랜드·삼성특검 ‘패키지 무죄’ =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물려주기 위해 에버랜드의 CB를 편법으로 거래했는지다. 이 전 회장의 지시와 그룹 경영진의 치밀한 계획 아래 CB를 헐값에 이 전무에게 몰아줬고, 이 전무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거쳐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쥐게 됐다. 이 과정에 CB 가격이 적절했는지, 에버랜드 주주들이 그룹과 공모하여 CB 배정을 실권했는지, 이로 인해 에버랜드가 손해를 입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과 특별검사팀에 의해 두 차례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2심에서 유죄가 났다. 그룹차원의 공모가 있었고 CB 가격도 부적절했으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고의로 상실했다는 이유로 허태학·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기소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사건에 대해 이 전 회장을 기소하긴 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1·2심 법원은 그룹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CB를 헐값에 발행했다 하더라도 회사에 끼친 손해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과 특검이 기소한 사건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관 의견 6 대 5로 간신히 무죄 선고가 나와 에버랜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해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이 전 회장은 계속 재판을 받게 됐다.

◇ 재벌 눈치보기 논란 = 국내 최대 재벌기업의 경영권 승계 논란으로 국민들과 재계의 관심이 쏠렸던 사건은 대법원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법원은 2007년 5월 에버랜드 사건이 상고된 지 2년여 동안 선고를 미뤄왔다. 삼성특검 사건 역시 특검법이 정한 재판 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장기전’을 펼쳤다. 대법원도 그만큼 고심이 컸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처벌 수위도 낮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를 통해 비정상적인 돈을 관리하고 주식 등을 거래하면서 1128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법원은 465억원의 포탈만 인정했다. 조세포탈을 도와준 삼성그룹의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 등은 1심에서 벌금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사회봉사로 대체됐다.

편법상속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시민단체는 “계열사를 통한 재산 빼돌리기가 앞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재벌의 편법승계에 면죄부를 준 ‘유전무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무죄라고 판단했는데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허탈하다기보다는 그냥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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