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해안 절벽, 붉게 물든 내 마음…충남 서산 황금산

서산 | 글·사진 윤대헌 기자

삼면이 바다인 이 땅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산은 많다. 하지만 굴곡진 해안과 울창한 솔숲,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등 볼거리를 두루 갖춘 산은 흔치 않다. 게다가 산세까지 뛰어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충남 서산의 황금산(黃金山)은 이런 조건을 넉넉히 갖추고 있다. 특히 낙조에 핏빛으로 물드는 해안 절벽은 독특하다. 해질녘 노을빛을 온몸으로 감싸 안은 풍광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해발 156m로 야트막하지만 한적한 산행과 황홀한 낙조, 겨울바다의 낭만을 품고 있어 한 해를 보내는 이즈음의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황금산은 대산읍 독곶리 대산반도 끄트머리에 솟아 있다. 높이는 산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 그렇다고 볼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충남 서해안에서 바다와 마주한 산답지 않게 빼어난 풍광을 두루 갖췄다. 작지만 볼거리는 알차다.

해변에 서있는 기암절벽이 겨울햇살에 황금빛으로 빛난다.

해변에 서있는 기암절벽이 겨울햇살에 황금빛으로 빛난다.

황금산이란 독특한 이름에도 사연이 많다. 산에 금이 많다거나 붉은 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또 산과 마주한 가로림만이 해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라는 데서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본래 이름은 항금산(亢金山)이다. 항금은 금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금으로, 예부터 이 일대를 항금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산꾼보다 낚시꾼들에게 먼저 알려진 황금산은 3개의 봉우리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졌다. 눈길을 사로잡는 풍광은 능선 뒤 해안가에 숨어 있다. 정상에 발도장을 찍고 해안을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4시간 정도.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아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오른다. 곧바로 좌측으로 뚫린 숲길은 정상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정상까지는 고작해야 20분 거리. 하지만 경사가 가파르기에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은 초겨울에 들어선 이즈음에도 산색이 푸르다.

숨이 할딱거리고 장딴지가 뻑뻑해질 즈음 사당이 눈 안에 든다. ‘황금산사(黃金山祠)’라고 쓰인 편액이 번듯한 사당은 임경업 장군의 초상화를 모시고 있다.

사당은 임장군을 기리는 것과 함께,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곳이다. 옛날에는 이곳의 조기떼를 청룡이 연평도로 끌고 간다는 전설이 있었다. 청룡의 마음을 달래 조기떼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제를 지내왔다. 지금도 매년 4월1일 동제(洞祭)를 지낸다.

해변에는 높이 5m가 넘는 코끼리바위가 바다를 향해 늠름하게 버티고 서있다.

해변에는 높이 5m가 넘는 코끼리바위가 바다를 향해 늠름하게 버티고 서있다.

사당 바로 위에는 봉수대가 우뚝하다. ‘해발 156m’라는 글씨가 또렷한 봉수대 주변 숲은 떡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를 신수(神樹)로 여긴다.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내려서면 길은 네 갈래. 우측 금굴을 볼 수 있는 몽돌해안으로 간다. 솔잎으로 융단을 깐 숲길은 편안하다.

중간쯤에 이르자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몽돌로 가득 찬 해변은 파도가 칠 때마다 재잘거린다.

해변 오른쪽 바다로 몸을 감추는 산자락 끝에 금굴이 있다. 유독 황금빛으로 빛나는 굴은 깊이가 50m나 된다. 굴 바로 못미처에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한 바위가 이채롭다. 금굴이나 산수화바위는 모두 썰물 때 바닥을 드러내야 갈 수 있고, 볼 수 있다. 귓전에 맴도는 몽돌의 재잘거림을 뒤로하고 다시 숲길로 든다.

우측으로 바다를 끼고 가는 이 길은 전망대를 거쳐 코끼리바위로 향한다. 중간 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선 눈길을 사로잡는 풍광에 발길이 더뎌진다. 햇살에 눈부신 바다는 옥빛이다. 서해에서는 보기 드문 때깔이다.

깔딱고개 하나를 넘자 내리막이다. 해변으로 내려서기 전, 바다로 뚫린 조망터에 오르자 거칠 것 없이 시야가 터진다. 좌측으로 거대한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있고 그 옆으로 촛대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소나무 두 그루를 머리에 이고 있다. 겨울햇살을 머금은 우측 산사면은 온통 황금빛이다.

해변은 금굴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몽돌이 아닌 넓적한 돌로 가득하다. 산자락에서 해변으로 내려서자 된바람을 맞는다.

코끼리바위를 중심으로 해변은 양쪽으로 나뉜다. 건너편 해변은 코끼리 목 부위쯤 되는 가파른 언덕을 넘어간다. 밧줄에 의지해 언덕에 올라서자 바다가 터지고 우측으로 장벽처럼 우뚝 선 기암절벽이 이어진다. 주상절리 절벽은 황금산에 이름값을 더하는 적벽이다.

굴곡진 해안과 울창한 솔숲,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등 볼거리를 두루 갖춘 서산 황금산. 해질녘 노을빛을 감싸 안은 풍광이 아름답다.

굴곡진 해안과 울창한 솔숲,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등 볼거리를 두루 갖춘 서산 황금산. 해질녘 노을빛을 감싸 안은 풍광이 아름답다.

해변에는 높이 5m가 넘는 코끼리바위가 바다를 향해 버티고 서 있다. 우뚝 선 모양새가 늠름하다. 바다와 마주한 기암절벽도 온통 붉은빛이다. 절벽 틈새마다 뿌리를 박고 자란 노송도 멋스럽다.

서산시청 문화관광해설사 김영숙씨(51)는 “가로림만은 예부터 해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으로 황금산 해변은 서산시에서 조성 중인 ‘아라메길’ 12~14코스에 속해 풍광이 아름답다”며 “이 때문에 황금산은 숨겨놓은 보물을 몰래 혼자 보는 듯한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즈음 산과 바다는 유독 붉은빛을 더하고, 바다 건너 태안군 이원반도 끝자락 만대포구로 떨어지는 노을은 가슴이 저릴 만큼 감동적이다. 얄궂은 구름이 지는 해를 지웠다 살리기를 반복하지만 그만한 풍광이라도 가슴에 두고두고 남는다.

해를 삼킨 바다를 뒤로 하고 하산길에 오른다. 어둑어둑해진 밤하늘, 산 중턱에서 바라본 대산임해산업단지 야경도 장관이다. 산행으로 허기진 배는 가리비구이로 채운다. 자연산 가리비다. 사철 채취가 가능한 가리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림만에 넘쳐났다. 지금은 그 시절만 못하지만 잠수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 직접 손으로 잡은 자연산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덕수네 가리비’를 운영하는 김덕수씨는 “지금은 잡는 양이 많지 않아 값이 다소 비싸지만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행길잡이
●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빠져나와 대산읍 방향으로 간다. 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를 지나 독곶리 마을 입구에 이르면 국도가 끝나는 곳에서 비포장길이 시작되고 황금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포장마차촌이 나타난다. 둑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면 독곶수산 포장마차 옆 우측으로 비포장길이 나 있다. 이 길로 200m 정도 가면 황금산 산행로 입구다.

● 고북면 장요리 연암산에 터를 잡은 천장사는 ‘하늘이 숨긴 절’로 불린다. 절집에 들어서기 전까지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 암자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담화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경허선사와 만공선사가 머물던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주변 경치가 멋지다.

봄철 벚꽃길이 장관인 삼길산에 오르면 봉수대를 중심으로 전망대를 조성, 발아래로 다도해를 축소해 놓은 듯한 풍광을 볼 수 있고 용이 알을 낳고 승천하다 떨어졌다는 용유대와 단구대도 둘러볼 만하다. 이 외에 삼길포항,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정순왕후 생가, 해미읍성, 보원사지, 안견기념관, 개심사, 문수사, 팔봉산, 천수만, 간월도, 웅도 등

● 서산시 동문동에 자리한 ‘향토’(041-668-0040)는 서산의 전통음식인 꽃게장과 우럭젓국, 게국지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꽃게장은 감칠맛이 그만이고, 우럭젓국과 게국지는 맛이 담백하고 시원해 속풀이로 그만이다. 해미읍성 앞 영성각(041-688-2047)은 짬뽕과 탕수육이, 읍성뚝배기(041-688-2101)는 곰탕이 유명하다. 이 외에 우정횟집(041-662-0763)과 원풍식당(041-672-5057)은 박속밀국낙지탕이 맛있다.

● 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1), 윈체스트콘도(041-666-8800) 등이 있고 대산읍에는 바다사랑펜션타운(011-779-4100), 벌천포민박(041-669-5827), 해변민박(041-663-7181), 삼길포펜션(010-3657-2357) 등이 있다.

● 문의 충남 서산시청 문화관광과 (041)660-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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