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닥친 일 받아들일 때 마음은 자유롭게 돼”

김석종 선임기자

명상가·임상심리학자 타라 브랙 ‘삶에서 깨어나기’ 출간

타라 브랙(61)은 미국의 저명한 위빠사나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다. 미 전역의 명상센터에서 서양의 심리치료법과 동양의 불교명상을 결합해 강의를 하고 명상을 가르친다. 그가 2004년 펴낸 치유와 명상 메시지 <받아들임>은 미국에서 10년 연속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다. 혜민 스님은 이 책을 ‘치유의 바이블’이라고 극찬했다.

그가 최근 펴낸 두 번째 책 <삶에서 깨어나기(원제 ‘True Refuge’)>(불광출판사)도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의 국내 출간에 맞춰 타라 브랙에게 e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버지니아주 그레이트폴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고, 2주가 지난 26일에야 회신이 왔다. 타라 브랙이 보내온 답변을 요약했다.

타라 브랙은  불치병인 자신의 유전질환 치료 경험과 수많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라고 말한다. | 불광출판사 제공

타라 브랙은 불치병인 자신의 유전질환 치료 경험과 수많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라고 말한다. | 불광출판사 제공

▲ ‘나는 충분히 사랑했는가’ 생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질문
영성은 ‘우리’가 함께 가는 길
명상은 영혼에 주는 선물… 잠깐의 멈춤으로 삶이 변화

-요즘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무엇인가.

“얼마 전 어머니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갔다. 몇 주를 못 넘길 것 같다. 요즘 나는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진리, 그리고 이 생이 한 번의 꿈처럼 지나가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나는 충분히 사랑했는가.’ 이것이 생의 마지막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어머니가 임종을 앞두었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슬프다. 어머니도 명상을 한다. 우리가 함께 지금 존재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기 때문에 이 슬픈 시간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 살아가는 내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삶에서 깨어나기>에는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통과 상실은 삶의 일부이며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움과 단절감, 결핍감을 느끼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의 본성인 순수하고 깨어 있고 경계 없는 자각이 바로 ‘참된 귀의처(True Refuge)’다. ‘나’라는 존재가 일으키는 그 모든 파도를 드넓은 바다처럼 기꺼이 품어 안을 때에야 우리는 고향에 이른다. 그것은 공격성과 방어적인 태도, 불안과 상처를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닥친 일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감싸 안을 때 우리는 자신의 깨어 있는 마음이 자유롭고 광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라 브랙은 누구나 늘 실패, 갈등, 실직, 이별, 질병, 상실, 죽음 등 고난에 처한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치유의 출발점은 마음과의 화해다. 그는 ‘모든 존재의 고통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지혜를 동원한다. 삶의 고난과 역경에 처하더라도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내면의 참된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다. 그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위안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주 수요일 워싱턴에는 타라 브랙의 명상지도를 받기 위해 외상후증후군을 겪고 있는 참전용사에서부터 마약 중독자에 이르기까지 300명이 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의 웹사이트(tarabrach.com)에 공개되는 강연 동영상은 150개 나라에서 매월 20만회 이상 다운로드 된다.

“내게 닥친 일 받아들일 때 마음은 자유롭게 돼”

<삶에서 깨어나기>는 불치의 유전병으로 투병해온 자신의 이야기와 수많은 상담 사례를 생생하게 전하면서 각각의 상황에 따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명상법과 성찰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유전질환이라는 엄청난 상실에 대해 극한의 슬픔을 느끼던 어느 순간, ‘내가 이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바라는 나의 염원이 분명해졌다”며 “이제는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행복과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

-<받아들임>과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당신이 일관되게 말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은 우리의 본성이 순수하고 선하다는 것이다. 나는 책에서 우리가 근본적인 선함을 잊고 충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의 본성을 기억하는 방법들을 탐구했다. 명상은 우리 본성을 기억하는 수행법이고 열린 마음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길이다. 중요한 점은 영성의 길은 홀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이 깨달음의 근본이다. 함께 수행하고 함께 어울리고 함께 봉사할 때 우리는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모든 삶은 본디 귀하다. 어떤 삶은 더 많은 고통으로 괴롭고 어떤 삶은 더 많은 깨어 있음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는 미스터리다. 역경과 폭력과 상처로 가득한 삶조차 배우고 성장하고 확장되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고달픈 하루 속에서도 용서나 겸손을 배우게 된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는 친절이다. 친절은 우리 자신의 내적 삶을 지탱하고 모든 존재에게 확장된다. 깨어 있는 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는 자발성과 창조성과 생동감이다. 그런 것들 속에서 우리 마음은 희열을 느낀다.”

-명상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하나.

“쉽게 마음이 산만해지고 습관적으로 사는 우리의 습성을 거스르는 것이 명상이다. 하지만 바른 자세를 취하며 적절한 지도를 받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명상은 안정감과 집중력, 자신을 스스로 돌보며 자기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명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쉬지 않고 흐르는 하루 속에서 이 잠깐의 멈춤은 당신의 영혼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 멈춤으로 당신의 삶이 새로워질 것이다.”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물론이다. 한국의 여러 선승의 글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특히 <지눌의 선불교>를 읽고 한국불교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 한국불교를 매우 존경하며 기꺼이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불교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해결책이 있나.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일으킨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이 문제와 연관된 빈곤, 그리고 인간의 폭력과 전쟁이 사회적 불의의 형태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고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각과 연민을 키워야 한다.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정책과 행동이 변할 수 없다. 서로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 대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진정으로 손을 잡는 것도,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서로를 이해하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염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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