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공섬 둘러싼 미·중 군사적 갈등 우려스럽다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는 베트남과 필리핀 사이 남중국해에 흩어진 암초와 섬, 산호 등 750여개로 구성되어 있다. 수면 위로 나와 있는 섬의 총면적은 4㎢ 미만이다. 그러나 이곳의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에서 4번째로 많은 177억t이며 천연가스도 풍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또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군사적 요충지이다. 세계에서 배가 가장 많이 드나드는 길목인 이 지역은 해상교통로로서의 가치도 높다. 이런 가치 때문에 스프래틀리 군도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각자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제적 분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해양 진출 확대 차원에서 이곳에 활주로와 정박시설을 갖춘 인공섬을 조성하는 데 적극 나서자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대치 상태까지 불사하며 갈등하고 있다. 미국은 미 국방부가 지난 8일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이미 인공섬 200만㎡를 매립했다고 발표한 뒤 중국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암초를 매립해 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흘 뒤인 20일에는 미 해군 초계기가 이 지역 상공을 정찰비행했고, 중국은 8차례 경고로 맞섰다. 지난 22일에는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까지 나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항해의 자유와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2020년까지 미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미국을 일제히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해외판에서 “미군 정찰기가 거듭 접근한다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깨질 것”이라면서 “군사적인 모험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구시보도 미국의 도발적 언행과 정찰 행위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만일 현 상태에서 인공섬 조성을 강행하고, 그걸 무조건 중지시키고자 한다면 무력 충돌밖에 방법이 없다. 각자 영유권을 보장하는 게 최우선이라면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무력으로 맞선다면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각자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행동을 피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과정을 봉쇄하겠다는 태도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역시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결보다 협력과 대화가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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