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연구발표 언론 ‘확인’ 없이 보도

지난 9월1일 광화문 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탁 박사의 연구성과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현대 물리학의 56년 난제를 풀고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열었다’는 골자의 발표에 언론은 열광했다. 방송·신문사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대부분 언론들이 ‘노벨물리학상감’ ‘현대 물리학 56년 숙제 한국서 규명’ 등으로 격찬했다.

경향신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유인력 버금가는 ‘과학혁명’”이라며 1면과 3면에 해설기사를 싣고 노벨물리학상감이라고 표현했다.

김박사는 하루 아침에 ‘정보기술(IT) 분야의 황우석’으로 부상했다. 연구비를 지원한 ETRI는 황우석 박사처럼 “연구결과를 국가에서 관리하고 연구소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연구결과 지원방안 검토를 발표했다.

그러나 김박사가 이미 6월에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라는 과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석달 가까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한 이유나 김박사 논문을 평가한 해외 과학자들과 김박사의 관계는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다.

정부연구기관의 일방적인 연구성과 발표를 언론은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게재했다. 기사에 인용한 내용들은 ETRI와 김박사가 제공한 자료에 의존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여서 전문가들의 진단과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했지만 언론은 이를 회피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현대물리학이 56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단지 몇 시간 만에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는 기사를 썼다”는 자성도 있었다.

김박사팀 연구결과에 대한 과장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핵심에 언론의 과장보도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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