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거부감이 부른 “미래학교 반대”

이하늬 기자

서울 중대부중·잠실중 선정되자 학부모들, 조화 보내며 강력 반발

이동식 교실 수업·시설 지역 공유에 반감 “일방 선정 뒤 통보도 문제”

교육부·시교육청 “40년 넘은 건물 리모델링…혁신학교 관련 없어”

서울 송파구 잠실중 앞에 미래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조화들이 늘어서 있다. 독자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중 앞에 미래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조화들이 늘어서 있다. 독자 제공

서울 동작구 중대부중과 송파구 잠실중 정문 앞에는 이달 초부터 조화들이 세워지고 있다. 조화에 달린 근조 리본에는 “누구를 위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인가” “내 시체 위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어라” 등의 문구가 쓰였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미래학교) 선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것이다.

미래학교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들여 40년 이상인 학교 건물 2835동(약 1400개교)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제로에너지 지향,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지능형 교실, 사용자 참여 설계,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학교시설 복합화 등도 사업 내용에 담겼다. 서울에서는 57개 학교가 선정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건물 리모델링 기간에 학생들이 모듈러 교실(이동식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사업 내용에 포함된 ‘디지털 기기’나 ‘지역과 학교시설 공유’ 부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잠실중 1학년 학부모 김성미씨(42·가명)는 “모듈러 교실에서 스프링클러나 냉난방이 얼마나 잘될지 알 수 없고 교실 간 소리 울림도 심하다고 들었다”며 “그런 건물에서 안전은 얼마나 잘 지켜질 수 있을지,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대부중 학부모 정모씨(42)는 “코로나19로 이미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부하고 있고, 그 결과는 기초학력 미달, 학습격차였다”며 “부모들은 어떻게든 기기를 안 주려고 하는 상황인데 학교에서 기기를 지급한다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역과 학교시설 공유’ 등 미래학교 사업 내용 일부가 혁신학교와 비슷하다며 결국은 혁신학교가 아니냐고 반발하는 학부모도 있다.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등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을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학력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들 주장에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40년 이상된 건물보다 모듈러 교실이 훨씬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와 세종시의 일부 학교에서는 모듈러 교실을 사용 중이고 강원도는 신설학교도 모듈러 교실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각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고, 교육부 차원의 사업은 아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은 혁신학교에 대한 과도한 낙인과 오해가 있다”며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혁신학교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일방적 미래학교 선정 방식을 두고도 학부모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보통 이 같은 사업은 ‘공모 → 학교의 지원 → 교육청 선정’ 방식인데, 이번에 서울시교육청 등 몇몇 교육청은 우선적으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학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정씨는 “이전부터 해온 사업도 아니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부모에게는 통보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문점을 가지고 여러 곳에 연락해봤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취소를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도 “학부모 의사에 반해서 추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방법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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