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 매력 빠진 판타지 소설가

-장편 판타지‘세월의 돌’작가 전민희-

전민희(25).

총조회수 4백만건을 넘겨 통신문학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운 장편 판타지 ‘세월의 돌’(자음과모음 펴냄·전10권)의 작가. 한때 정치학도에서 민예총 연구원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다 결국 이야기꾼을 천직으로 택했다.

‘세월의 돌’은 1999년 4월부터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연재되면서 판타지 작가로는 드물게 2,000명이 넘는 골수 팬클럽(fairytale.pe.kr)이 만들어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전씨는 ‘세월의 돌’을 연재하면서 꿈을 꿔도 판타지 꿈만 꿨다. 하도 꿈이 생생해 꿈속에 나온 인물을 그대로 소설로 살려내기도 했다.

판타지 작가를 평생의 업으로 삼은 그가 잠시 외도를 했다. ‘창세기전’ 시리즈로 유명한 소프트맥스의 온라인 놀이동산 ‘4Leaf’의 개발에 참여하게 된 것. ‘4Leaf’는 게이머가 마음에 드는 아바타(분신)를 골라 놀이동산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보드게임과 온라인 게임, 환상적인 그래픽의 판타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주얼채팅과 방송국, 극장, 신문, 자유발언대 등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각종 이벤트가 제공되는 소프트맥스의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이다.

전씨가 맡은 부분은 캐릭터 설정과 판타지 세계의 창조. ‘4Leaf’의 중심인 ‘아노마라드’왕국을 비롯하여 ‘하이아칸’ ‘레코르다블’ 등 각종 서비스지역을 설계했다. 또한 ‘4Leaf’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14명의 아바타들이 아노마라드왕국에 있는 마법과 기사학원 ‘네냐플’에서 펼치는 비주얼노블 ‘룬의 아이들’도 준비중이다.

“ ‘4Leaf’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달라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4Leaf’ 스토리작가들이 지금까지 국내에 출판된 판타지소설을 전부 읽었다면서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 조건 따지지 않고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세월의 돌’이 보여준 치밀한 복선과 세밀한 캐릭터 묘사, 정통 판타지의 룰을 지키면서도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전설, 역법(달력), 역사, 풍습, 국가, 정치, 민족, 이(異)종족, 초자연적인 존재, 다양한 자연환경, 식생활, 언어습관 등을 소프트맥스가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롤플레잉게임인 ‘발더스게이트’ ‘대항해시대’ 등을 즐기는 전씨에게 게임은 낯선 분야가 아니었다. ‘세월의 돌’에 묘사된 아름다운 자연들과 요정의 연회, 거인의 통나무집, 하늘을 찌르는 산맥과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의 지하유적, 시원한 항해와 해전, 항구도시와 뱃사람들의 활기, 박진감 넘치는 대회전과 결투, 하얀 성의 무도회, 전설이 깃든 호수, 드래곤과의 대면 등에는 게임 ‘대항해시대’의 감동이 오롯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4Leaf’ 개발에 참여하면서 전씨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캐릭터 설정. ‘4Leaf’에 등장하는 남녀 14명의 아바타 전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설정을 소프트맥스측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학원형 판타지 ‘룬의 아이들’이었다. ‘룬의 아이들’은 영상소설로 ‘4Leaf’ 내의 극장에서 상영(연재)될 예정이다.

“판타지소설과 게임은 ‘재미’있어야 해요. 사람들은 판타지가 게임으로 만들기 쉽다고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판타지는 작가가 마음대로 세상을 요리할 수 있지만, 게임은 일단 세계관을 설정해놓으면 작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게이머들이 계속 게임 속 세계를 변화시키기 때문이죠. ‘4Leaf’ 제작에 우연히 참여했지만 저는 전문 게임개발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입니다. 물론 먼훗날 게임도,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만들지 모르죠”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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