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위안 독립선언‘사랑의 록’

-‘위안부할머니’위한 공연 임상훈씨네-

해마다 광복절엔 의례적인 행사들이 열리지만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행사는 드물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유난히 긴장되는 올해 광복절, 독특한 행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오는 13일 서울 연강홀에서 열리는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록공연 ‘할머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는 스물세살 청년 임상훈씨가 2년에 걸쳐 준비한 공연이라 더욱 화제다.

미국 유학생 출신의 록그룹 리더인 그가 록과 테크노 음악으로 ‘우리 역사와 한·일관계 바로보기’를 위해 이 행사를 마련한 데는 가족들의 힘이 컸다. 여성신문사 이사인 어머니 임인옥씨는 위안부할머니들에 대한 자료는 물론 홍보를 맡고 있고 아버지 임춘수씨(사업)는 자기 사무실 창고를 개조해 연습실로 내놓았다.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누나는 음반작업하는데 연주를 맡아주었고 중국에서 유학중인 남동생도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가족들이 똘똘 뭉쳐 만든 공연인 셈이다.

“2년전 텔레비전에서 위안부할머니들을 다룬 프로를 봤어요. 발가벗고 있는 소녀가 나무 아래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강덕경 할머니의 ‘빼앗긴 순정’이란 그림을 보는 순간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후 이상하게 꿈에 그 그림과 강할머니가 자주 나타나는 거예요”

자꾸 잊으려해도 떠오르는 ‘빼앗긴 순정’. 그후 그는 인터넷과 책을 통해 위안부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면서 우리문화와 역사에도 새롭게 눈을 떴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실험독립만세 사무실에도 태극기를 걸어뒀다. 그리곤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노래를 작곡하고 공연을 위한 안무도 하며 공연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위안부할머니들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할머니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려 한다.

지금은 이렇게 대견한 활동을 하는 청년이지만 상훈씨는 부모속을 바글바글 썩이는 아들이었다. 공부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커서 조기유학을 떠났지만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도 못하고 귀국,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자격을 땄다. 3년 전엔 ‘루이스’란 그룹으로 음반을 만들기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누나와 동생은 모범생, 게다가 어머니 친구의 아들들인 사이, 김진표 등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그는 엉뚱한 실험음악에만 매달려 있었다.

“상훈이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당연히 반대했죠. 안정적인 직업을 바랐으니까요. 설득도 하고 야단도 쳤지만 정작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아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고, 믿고 기다린 덕에 이제야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걷는 아들을 보니 보람을 느낍니다”

임춘수씨는 ‘무조건 부모의 주장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을 경험한 부모가 자녀에게 눈높이를 낮춰 같은 시각을 가져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갈등해결 방법이라고 한다.

‘평생 목숨 걸고 할 일을 발견해 매진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부모와 ‘무조건 자신을 믿어주고 후원해준 부모님이 감사하다’는 아들. 이 가족의 아름다운 사랑이 올해 우리의 광복절을 더욱 뜻깊게 만든다. 이번 공연(문의 02-2638-0460)의 수익금은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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