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뉴스]여의도공원 만든‘환경부시장’

고학생 출신의 환경행정 전문가 탁병오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55)만큼 비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복마전’ 서울시에서 개발독재 시대와 지방자치 시대를 두루 거치는 동안 난지도에서 여의도공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민원과 조성 사업이 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힘입어 절충되고 마무리됐다. 33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최근 마감하고 도시환경 전공 교수가 된 그는 요즘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비사’가 포함된 두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 발간 예정인 ‘도시환경론’과 ‘생명을 살리는 환경이야기’. 지난 주말 부임 대학인 명지대 캠퍼스에서 만난 탁 전 부시장은 “공직을 물러나기 전에 꼼꼼히 써놓았는데도 혹시나 내용에 잘못이 있을까봐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을 오가며 자료 검색과 교정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도시환경 행정과의 인연은 20여년이 넘었다. 1980년대 초 중구와 영등포구 건설국장, 96년 초대 환경관리실장으로 일할 때 전국에서 처음으로 환경기본조례를 추진, 서울시 환경행정의 체계를 마련했다. 또 공원 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을 세워 여의도·영등포·천호 공원 건립을 주도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고층빌딩이 밀집한 ‘회색 도시’의 환경·녹지 행정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 가운데서도 여의도 공원은 당시 정치적 배경과 자전거 대여업을 하는 ‘상이용사’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그의 뚝심과 소신이 아니었으면 탄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금은 6만9천여평짜리 한국의 ‘센트럴 파크’로서 서울시민의 자랑스런 자산이 되고 있지만 처음 추진할 때만 해도 교통이나 집회 명소라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 “말도 마십시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높은 분들마저 왜 그런 것을 만들려 하느냐고 나서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는 ‘수도 서울 한 가운데에 이 정도 규모의 숲 공원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여의도 공원이 되기 전 그곳은 27년간 검은 아스팔트로 뒤덮인, 바로 군사문화의 상징 ‘5·16광장’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민주화 운동 출신이란 인사들이 공원화 계획에 더 회의적이었다며 탁 전 부시장은 예의 ‘비화’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24개 시민단체가 주는 ‘공직자 환경공로 시민의 상’을 받았다.

그가 생각하는 환경 행정의 최대 목표는 공원녹지 확충이다. “서울시의 대기오염물질 중 자동차 배출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85%가 넘습니다. 도심 안의 ‘산소 탱크’인 공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전북 임실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중학교 갈 형편이 안돼 뙤약볕 아래 논에서 피를 뽑고, ‘앙골라 토끼’와 누에를 치면서 10대 중반을 보냈다. 그러다 그때 우편으로 배달되는 최고 인기 독학교재인 ‘서울 강의록’을 주경야독해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 후 전주 신흥고에 장학생으로 입학, 신문 배달로 학비를 보태 졸업한 다음 전북대 법대에 들어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울시에서 일하면서 취득한 박사 학위(서울시립대 도시행정 전공)는 이때까지의 고학에 비하면 재벌가 아들이 미국에서 딴 MBA보다 쉬운 것이었다.

탁 전 부시장은 공직자로서 남긴 보람있는 ‘작품’으로 목동 중심축 개발과 4·19묘역 국립묘지 성역화, 여의도 공원 조성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가동률이 30%밖에 안되는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 시설) 사업을 마무리짓지 못해 아쉽다”면서 “강남·노원·양천 3개 쓰레기 소각장이 타지역 쓰레기 반입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님비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광역도시 사업에서 25개 자치구에 대해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법과 제도적인 보완이 돼야 한다”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시를 떠났지만 매일 아침 신문에서 서초동 추모공원이나 청계천 복원에 관한 기사를 볼 때면 아직도 흥분이 된다고 했다. 추진 과정에서 빚어질 난제들이 눈에 선하고 그 해결 방법이 다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노련한 경험과 먼 훗날을 바라보는 안목은 이제 대학에서 이론으로 정리돼 학생들에게 전수될 예정이다.

〈문성현기자 muns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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