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로 나미에“난‘내멋대로’했을뿐이에요”

■뮤직비디오 촬영차 내한

아무로 나미에(24)는 일본 대중음악의 풍경을 바꿔놓은 가수다. 15살 앳된 소녀 아무로가 속한 그룹 ‘슈퍼 몽키스’가 인기를 모으자 일본 가요계는 갑자기 소녀군단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17살에 솔로로 데뷔했을 때는 ‘아무라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순정만화에서 또각또각 걸어나온 듯한 외모와 가창력, 백댄서 시절부터 다져온 춤솜씨로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이다. 여자애들은 그녀의 옷차림을 따라했고 연예학원으로 달려갔다. 가요계는 발빠르게 10대 초부터 실력을 다져온 쿠라키 마이, 우타다 히카루 같은 여가수들을 배출했다. 어린 여가수 붐은 우리나라 가요계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일본사회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1997년, 15살 연상의 가수 샘과 결혼발표를 할 때 그녀는 임신 3개월이라고 기자회견장에서 당당하게 밝혔다. 이후 ‘데키찻타’(てきちゃった·속도위반) 결혼은 일본사회의 한 트렌트로 자리잡았다. 당당한 그녀는 일본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아무로는 뮤직비디오 촬영차 4일부터 7일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그는 내년에 발표할 정규앨범에 앞서 이달 발매되는 싱글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입·출국, 일정, 숙소, 뮤직비디오 제작 전과정은 극비리에 부쳐진 상태였지만 본지와 레이디경향(10월호 참조)이 단독으로 그를 만났다.

지난 5일, 경기 분당의 C스튜디오에서 막 오전 촬영을 끝낸 아무로는 일본 스태프와 한식 점심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인터뷰 장소인 좁은 대기실로 들어서자 10명 가까운 일본 스태프가 바글바글 아무로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국쪽 스태프가 기자가 전날 e메일로 보냈던 예비질문 중 절반을 지운 새 질문지를 내밀었다.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절대로 노코멘트. 일본측의 이런저런 요구가 무척 까다로웠다.

158㎝ 자그마한 체구의 아무로가 다소 나른한듯 소파에 앉았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웬만한 연예인은 다 만나본 사진기자가 ‘저렇게 얼굴이 작은 사람은 처음일세’라고 중얼거렸다.

“어젯밤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했어요. 한국 여자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처음 와본 곳이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아요. 정이 들기 시작하는 걸요. 아참, 삼겹살하고 불고기도 정말 맛있었어요”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소감에 대해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다. 배려를 많이 해준다”며 웃었다. 설사 불편한 점이 있다한들 내색을 할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무대에서 격렬한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기로 유명하다.

“라이브를 고집하는 건 아무리 댄스가수라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팬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니까요. 요즘도 매일같이 춤을 연습하면서 새로운 안무를 개발하려 노력해요. 데뷔 10년차인 만큼 한 자리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지요”

아무로는 직업 때문에 삶을 뒷전으로 미루지 않는다. 인기절정 때 결혼을 했고, 지난 7월에는 이혼을 했다. 인기에 연연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은 ‘쿨하다’라는 단어와 통한다. 그는 “나쁘게 말하면 내 멋대로 사는 거겠죠? 남의 눈치는 안보니까요”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가수에 대해 아무로는 “물론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보아와 S.E.S는 팬도 인기도 많다”며 “일본 가요계에 진출해서 어려운 점들이 많았을텐데 결국 성공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선배로서의 조언을 부탁하자 “그 친구들이 워낙 알아서 잘 하고 있다”며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사랑하고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어릴 때 데뷔해서 쭉 가수생활을 해온 나의 비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 바깥 쪽에서 감독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촬영 들어갑니다!’. 새 세트가 다 준비된 모양이었다. 아무로가 빙긋 웃으면서 일어나더니 깍듯이 인사했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좁은 통로를 지나 양편에서 커다란 선풍기가 돌아가는 세트장으로 향했다.

뮤직비디오의 감각적인 화면을 연출하려면 단순해보이는 한 장면에도 3시간 가량 공을 들여야 한다. 선 자세로 촬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에도 아무로는 여전히 춤을 추며 세트를 누비고 있었다. 빡빡한 일정, 반복되는 촬영에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아무로는 진짜 ‘프로’였다.

-‘빗장 풀리기만 기다린다’대중음악 韓日합작‘예고편’-

▲한국서 뮤직비디오 촬영한 배경엔…

아무로 나미에는 왜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을까.

우선 내년 출시예정인 새 앨범의 한국 프로모션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가정을 해봄직하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올해 안에 일본 대중문화 제4차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 일본어 음반판매 및 일본어 공연·방송출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소속해있는 일본 대형기획사 에이벡스와 지난해 음원계약을 체결해 놓은 SM엔터테인먼트는 하루바삐 ‘마지막 빗장’이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서 에이벡스 덕분에 보아가 힘을 얻었던 것처럼 아무로 나미에의 한국진출 때는 SM이 도움을 줄 예정이다. 하지만 SM측에서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아무로의 방문을 알았다”며 “에이벡스 프로모션팀에서 자체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국 뮤직비디오의 실력이 우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뮤직비디오는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수준급에 올라서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건비 등 제작비용이 일본보다 저렴하다.

이번 제작은 제휴사인 한국의 선우프로덕션에게 일본 ‘아오이’(AOI)프로덕션측이 아무로 나미에의 뮤직비디오 대행을 의뢰하면서 성사됐다. 연출을 담당한 김찬 감독은 SK텔레콤의 ‘수녀와 비구니’편, 김대중 대통령이 출연한 ‘웰컴 투 코리아’ 등의 광고로 알려진 톱클라스 광고연출자다. 동시에 S.E.S, 강타, ‘플라이 투더 스카이’ 등 SM엔터테인먼트 계열 가수의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선우프로덕션의 유철호 기획실장은 “일본 경제불황이 음반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상당한 퀄리티의 작품을 보장하면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한국 프로덕션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아무로 나미에의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이 앞으로 ‘일본가수-한국뮤비’ 제휴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확답하기엔 아직 이르다. 유철호 실장은 “일본 기획사와 한국 프로덕션을 이어줄 만한 전문업체나 대행사가 없고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제작진행을 맡은 양석헌 프로듀서는 “일본의 경기불황·한국의 영상기술 발전 등 수요공급 조건이 딱 들어맞아 앞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최민영기자 m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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