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이를 찾아]심형래 감독 ‘D-War’로 부활 채비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

올해로 심형래 감독(45)은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한 지 10년을 맞았다. ‘영구와 땡칠이’ 등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SF영화 제작에 뛰어든 그는 지난 10년 동안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첫 영화는 ‘영구와 공룡쭈쭈’. 이를 위해 심감독은 일본과 미국을 찾았다. 공룡 제작 노하우를 배우려고. 그러나 그들은 가르쳐 줄 수 없다며 임대해 가라고 했다. 임대료가 한 마리에 일본은 1억원, 미국은 2억원이었다.

[쟁이를 찾아]심형래 감독 ‘D-War’로 부활 채비

8억원을 들여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만든 ‘영구와…’는 한 판 실험에 그쳤다. 시작은 당찼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직접 공룡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위안을 삼았지만 그것은 가시덤불 길을 가는 시작에 불과했다. 두번째 영화 ‘티라노의 발톱’이 처참하게 깨지면서 파산상태를 맞았다. ‘티라노의…’에 자신의 땅과 집을 팔고 투자를 받은 24억원을 들였지만 건진 돈이 1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야간업소 출연료로 직원들의 월급을 주면서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할매캅’ ‘심비홍’ 등 비디오영화를 제작해 납품했다. 이어 ‘파워킹’을 제작, 꽤 성공을 거뒀다. ‘심형래가 만든 저질영화’라는 선입견이 없는 외국을 겨냥,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 부분만 외국배우를 기용해 다시 찍은 수출용 버전으로는 30여 나라에서 1백3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고무받아 ‘드래곤 투카’를 제작했지만 결과는 ‘파워킹’에 미치지 못해 다시 좌절을 맞봐야 했다.

역삼동 시대를 접고 양평동에 새 스튜디오를 마련한 심감독은 ‘용가리’를 기획했다. ‘신지식인 1호’ ‘21세기를 움직일 아시아의 밀레니엄 리더’로 선정되는 등 각광받았지만 3년 뒤에 개봉된 ‘용가리’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심감독은 월급을 압류당하고 수익금 분쟁소송에서 패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런 가운데 ‘용가리’를 수정, 2001년 가을 미국 비디오시장에 출시해 첫 3주 연속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심감독은 이와 함께 “일본에서 DVD 가격이 미국 전역 개봉작인 ‘고질라’가 5,500엔인데 ‘용가리’는 1만6천엔인 점 등을 들어 ‘용가리’는 실패작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심감독은 새 SF영화 ‘D-War’로 한국영화의 새 기원을 열고 있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미국자본만으로 ‘D-War’를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받는 금액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미국의 락우드사로부터 투자받는 금액은 1백85억원, ‘D-War’의 제작비는 1백70억원이다.

[쟁이를 찾아]심형래 감독 ‘D-War’로 부활 채비

영화진흥위원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는 해외에서 2천5백만달러(약 3백억원)를 벌었다. 여기에 ‘D-War’의 미국 실적을 더하면 총액은 4천만달러에 달한다. 그 3분의 1을 ‘D-War’가 거둔 것이다. 일본건이 이뤄지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심감독은 “SF영화는 국적을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그것을 만족시켜주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번 성과는 그동안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제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심감독은 최근 여의주를 빼앗아 용이 되려는 이무기와 그 추종 세력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는 조선시대 마을 미니어처 촬영을 마쳤다. 고속카메라로 초당 360프레임씩 찍은 이 미니어처 장면은 실제 건물과 사람을 찍은 실사필름, 샤콘·불코·더들러 등 이무기 추종 세력의 3D 애니메이션 장면과 합성하게 된다.

심감독은 12일 영구아트무비의 오곡동 시대를 연다. 서울 강서구 오곡동의 새 스튜디오에서 ‘D-War’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그간 오디션을 봤던 미국배우들 가운데 출연진을 확정, 내년 3월 말까지 미국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거쳐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할 계획이다.

편견에 시달리면서, 무딘 부엌칼로 회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SF영화 제작에 전념해온 10년. 그 집념과 노하우가 집약된 ‘D-War’는 정보통신부 선정 디지털콘텐츠대상에서 올해 1분기 영상부문 대상을 받았다. “내가 실패해도 내가 가는 길은 맞고, 영구아트무비의 노하우는 국보급 자산이다” “만들 수 있는 걸 파는 게 아니라 팔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하는데 안하니까 못하는 것이다”…. 비장한 심감독,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배장수 전문위원 cameo@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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