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고생배우 문근영… ‘어린 신부’로 매력 발산

배우가 적역을 맡는 데에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문근영(17)은 굴러들어온 행운을 제 발로 걷어찰 뻔했다. 지난해 11월 ‘어린 신부’ 시나리오를 들고 광주까지 찾아온 김호준 감독의 제의를 거절했다가 받아들인 것이다.

[영화]여고생배우 문근영… ‘어린 신부’로 매력 발산

문근영이 ‘어린 신부’를 거절한 이유는 ‘장화, 홍련’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 그는 “수연(홍련)은 지금 생각해도 매력적인 캐릭터”라며 “수연이 보은을 못받아들이게 했다”고 밝혔다. “보은이는 수연과 너무 다르지만 주변에서 ‘딱 너다’라고 했고, 내 생각에도 보은과 가까운 편이지만 연기를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연과 보은, 둘 다 나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내 속에는 여러 사람의 내가 있고, 연기를 통해 그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끄집어내는데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몇 편 하지 않았는데 벌써 헷갈려요.”

촬영 초반에는 연기하는 게 어색하고 어려웠다. 데뷔 이래 밝은 인물을 맡은 건 ‘어린 신부’가 처음. 문근영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대사·행동의 고저강약을 고민하면서, 스태프와 친해지면서 극중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연기의 맛을 느꼈다”며 “지금은 더 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신부’는 ‘문근영의 영화’나 다름없다. 문근영은 “편안하게 보여야 할 장면에선 오버를 하고, 반대 장면에서 가라앉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리 티가 나지 않는다. 극 초반 결혼하게 되는 황당한 상황 이후 학창생활과 신접살림을 병행하는 대목 내내 순도 높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문근영은 “실컷 웃고 행복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린 신부’를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부모님께 여쭤보고 허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문근영은 ‘어린 신부’를 대부분의 출연작과 마찬가지로 방학때 중점적으로 찍었다. 배우이기에 앞서 학생인 만큼 학업에 충실하자는 게 철칙. 촬영 틈틈이 제작사의 배려로 개인 과외도 받았다. 그럼에도 상위권이던 중학교 때에 비해 성적은 떨어졌다.

“고등학교 공부가 중학교와는 수준이 달라서… 하지만 공부가 재밌어요. 필기하는 것도 수학문제 푸는 것도. 수업에 빠지다 보니 더 하고 싶어요. 학교생활도 정말 재밌고요. 열심히 하면 일등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여고생배우 문근영… ‘어린 신부’로 매력 발산

문근영은 광주 국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 그는 “딴 공부에 미련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연극영화과에 가는 걸로 마음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어린 신부’가 그 계기가 됐다. 그는 “연기가 재밌고,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영과에 진학해 이론도 공부하고 기본기도 탄탄하게 쌓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과를 가도 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학과 공부에 충실할 자신이 없어요. 이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요. 그리고 심은하 언니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문근영은 이어 “평범한 생활이 부럽기도 하니까 언니가 이해는 된다”면서 “그렇지만 배우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때 학교무대에서 ‘백설공주’의 난쟁이 역을 맡으면서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TV는 사랑을 싣고’의 재연 배우로 데뷔했다. ‘가을동화’ ‘명성황후’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좋은 배역을 맡기 전에 배우가 된 게 행운”이라며 “평생 배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년 전 ‘장화, 홍련’ 때보다 문근영은 키도 마음도 부쩍 자라 있었다.

〈글 배장수 전문위원 cameo@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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