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정서-신체적 반응·느낌-마음의 반응

▲스피노자의 뇌…안토니오 다마지오|사이언스북스

[책과 삶]정서-신체적 반응·느낌-마음의 반응

뇌는 흔히 인간 이해의 신대륙이라 불린다. 최근 뇌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의사이자 신경과학자로 유명한 저자는 외부환경에 대한 뇌의 반응, 특히 감성을 깊이 들여다 본다. 독특한 접근이자 시도다. 이제껏 감정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저자는 감성을 정서(emotion)와 느낌(feeling)으로 엄밀히 구분한다. 정서와 느낌은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매김된다. 정서는 느낌보다 앞서는 1차적 반응이다. 뇌가 외부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정서이고 느낌은 정서가 유발하는 부차적 감정이다. 정서가 신체의 영역에 속하는 감정이라면 느낌은 마음의 영역에 있다고 한다. 정서와 느낌의 관계는 소쉬르식으로 말하면 빠롤과 랑그의 관계쯤 되겠다.

신경적 반응의 복합체인 정서는 사람의 몸에 ‘이로운 방향’으로 자동 반응한다. 이것은 짚신벌레가 날카로운 것에 찔렸을 때 즉각 움츠러드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또한 면역반응과 같은 방식이다. 저자는 이런 반응을 자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행동으로 진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으로 본다.

이런 결론은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에게도 발견된다. 스피노자는 사물에는 자기 존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을 이해했다. 저자는 스피노자가 인간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힘주어 말한다. 스피노자는 정서, 느낌을 인간성의 중심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스피노자는 이성의 시대에 서구 지식세계로부터 외면당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피노자의 혜안에 놀라면서 그를 재발견한다.

“덕의 1차적 기반은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이 구절은 스피노자의 명저 ‘에티카’의 한토막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으로 독자를 향해 밑줄 칠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 책보다 10여년 전에 내놓은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이성과 감정을 분리해 인간을 이해한 데카르트는 한참 잘못된 길로 들어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임지원 옮김. 2만2000원

〈서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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