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영문 이름 하나에서 비롯됐다. ‘뉴스타파’는 한 달 전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45명의 한국인 중 주소지를 외국으로 기재한 86명의 명단을 확인했다. 그 속에서 ‘Chun Jae Kook’이란 영문 이름이 보였다.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라는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꼭 한 달간의 추적이 있었다.
애초 전씨는 2004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만들면서 관련 서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운 싱가포르 현지 법률회사 PKWA의 주소지를 기록했다. 의도적으로 신분을 감추려 한 것이다.
뉴스타파 측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의 내부기록 등 ‘블루 아도니스’ 관련 자료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조로 정밀 분석한 끝에 전씨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증거는 법인 설립 보름 후에 열린 ‘블루 아도니스’의 이사회 결의서와 주주 등재 명부에서 나왔다. 해당 자료에는 단독 이사인 전씨의 이름과 함께 한국 주소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28-1번지 3층’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전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시공사의 본사 주소와 일치한다. 전씨의 이름 밑에는 ‘YP08’로 시작하는 여권번호도 기재돼 있었다. 또 ‘블루 아도니스’의 주식청약서와 이사 동의서, 주식인증서 등에는 전씨가 직접 쓴 영문 서명이 발견됐다. 자본금 5만달러에 1달러짜리 주식 단 한 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의 주인이 전씨임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