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톤 상판 구조물, 무게 쏠림 못 버티고 추락

김여란 기자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붕괴… 2명 사망·1명 중상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올림픽대로와 방화대교 남단을 잇는 고가도로 건설현장에서 상판구조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상판구조물 위에서 작업을 하다 무너진 구조물에 깔린 최창희(52)·허동길(50)씨는 사망하고 김경태씨(60)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사고가 발생한 오후 1시4분쯤까지 7m 높이의 고가도로 위에서 콘크리트로 방호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감독, 감리사 등 나머지 관계자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사현장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30일 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을 잇는 고가도로 상판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30일 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을 잇는 고가도로 상판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무너진 철제 구조물은 길이 47m에 가로·세로 3m이며 콘크리트를 포함해 무게가 320t에 이른다. 경찰은 시공사인 금광기업·흥륭종합건설과 감리업체 삼보엔지니어링, 하도급사 한백건설, 발주처인 서울시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공사 안전 및 감독 소홀 여부, 구조물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은 2005년 시작된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건설 공사’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해 2014년 완료될 예정이다.

도로 3021m 구간과 교량 756m, 터널 495m를 연장하는 공사로 총사업비는 1098억원, 도급액은 660억9300만원이다. 금광기업이 시공을 맡아 한백건설에 다시 하도급을 줬다. 감리는 삼보엔지니어링이 맡았다.

▲ 작년 파주 장판교 참사와 비슷
현장 감독·감리사 자리 비워
‘책임감리제’ 허점 또 드러내

■ 무게 쏠리면서 상판구조물 무너져

사고는 고가도로 상판구조물의 무게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구조물이 뒤집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조물 위에는 14t 무게의 타설 장비가 작업 중이었다. 2012년 9월 경기 파주 장남교 신축 공사현장에서도 과도한 압력 때문에 상판구조물이 무너져 14명이 죽거나 다쳤다.

320톤 상판 구조물, 무게 쏠림 못 버티고 추락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방화대교 남단 사고는 파주 장남교 산재 참사와 사고원인이 비슷하다”며 “콘크리트 타설은 무거운 하중이 편심되지 않도록 작업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건설사가 비용을 절감하고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안전수칙을 무시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가도로 상판구조물 콘크리트 타설은 ‘왼쪽 30%, 오른쪽 30%’ 하는 식으로 해야 상판 양쪽 무게가 골고루 유지된다”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왼쪽에 100%, 오른쪽 100% 하는 식으로 작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고가도로 상판구조물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힘이 작용해 뒤집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설계가 잘못된 건지, 시공 순서가 잘못된 건지 다각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책임감리제 허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이후 대두된 책임감리제가 오히려 공사현장에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책임감리제는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공사장 안전관리와 공무원·건설사 간의 비리 방지를 위해 민간업체에 관리감독을 맡기는 제도다. 그러나 오히려 감리업체와 건설사가 유착관계를 맺고, 감리업체에 모든 것을 맡긴 관공서는 시공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최동주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감리업체와 시공사가 매일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엄밀하게 안전 관리감독을 하기보다 건설사 이득에 맞춰 문제를 눈감기 쉽다”며 “이번 사고에서도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맡기고 감리사 등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는 것 자체가 부실한 감독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수몰사고로 7명이 숨진 노량진 상수도관 부설공사 현장에서도 당일 안전대비가 미흡했음에도 발주처인 서울시는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감리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