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7일 임명됐다. 이 신임 원장은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격으로, 경제·금융 수사를 주로 해왔다. 검찰 출신이 금감원 수장을 맡은 것은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이다. 검찰 출신의 잇단 전진배치에 대해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우려가 나오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검찰 편중 인사’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원칙”이라 답했다. 법무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주요 비서관에 이어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까지 부처·직책을 불문하고 검찰 출신을 중용하면서도 능력 위주 인선이라고 한 것이다.
검찰이 수행하는 형사사법 기능은 ‘과거’에 만든 법을 수단으로 삼아 ‘과거’에 벌어진 일을 판단하는 작업이다. 기소·불기소, 유무죄처럼 이분법적 사고를 토대로 한다. 반면 행정과 정치는 공동체의 ‘현재’ 이슈를 다루며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설득과 양보, 타협과 협상을 본령으로 한다. 흑백으로 나눌 수 없는 ‘회색’의 중간지대를 용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금 유·무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사·기소·형사재판이라는 제한된 영역을 근거로 한 것이다. 검찰에서 유능했다고 행정부에서 유능하리란 근거는 없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종교배’다. 동종교배가 이종교배보다 취약하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오랫동안 같은 직업을 갖고 거주지도 대다수가 ‘서울 서초구’인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의 정부 운영 방식은 과거 대형사건 수사팀장을 맡았을 때 경찰·금감원·국세청 등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수사를 지휘하던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인사(대통령실 인사기획관·비서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정보(국정원 기조실장), 수사(법무부 장관), 금융감독(금감원장) 분야에 검찰 출신이 줄줄이 포진했다. 여기에다 기업조사를 맡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는 강수진 전 검사(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 부처부터 공기업, 금융기관, 민간 대기업까지 ‘일체형’으로 통제하려 하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지난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입문한 이후 국민의힘 경선과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해왔다. 성공신화에 빠진 사람은 비판을 받아도 스스로를 교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실책을 바로잡지 않으면 위기가 닥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