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9
-
‘님 행진곡’ 불허, 야당 공조 강화시켰다
정부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정부 공세 및 ‘야권 공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 공조가 이뤄질 ‘모멘텀’을 제공한 셈이다.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저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항명이라고 주장해왔다. 박 대통령 진의를 믿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 지시를 끝내 어긴 보훈처장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만약 박 보훈처장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하신 박 대통령의 첫 약속이 사실은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키지 않으려고 했던 약속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구한다. 국론 분열 주범이 된 보훈처장을 해임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원내정책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곳곳에서 이...
2016.05.18
-
대한민국, 앞이 안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 36주기인 18일 기념식 주관책임을 맡은 박승춘 보훈처장(69)은 소복을 입은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기념식장 좌석에 앉지 못했다. 떼밀리듯 쫓겨나면서 박 처장은 내내 쓴웃음을 지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막을 방안을 지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3년째 기념식에 불참했다. 대선 때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말에 그쳤다. 야당은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신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민 대통합”을 이야기하며 5분의 기념사 동안 정부 정책들만 나열했다.기념식 공식 순서에 따른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제안에 유족·시민·야당은 일제히 ‘제창’하듯 함께 불렀다. 집권여당을 대표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따라불렀다. 황 총리,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등 정부·청와대 인사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보수단체들은 퇴장했다. 식장은 정부·보수단체와 나머지 참석자들이 경계를 그은 듯... -
박승춘 “당사자 아닌 정부 기념식…국민 의사가 중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69)이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당사자분들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 기념식”이라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을 옹호했다. 박 처장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입장을 저지당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나 제창 반대 입장은 변함없나.“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특정 개인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 결정권은 청와대에 있나, 보훈처에 있나. “보훈처에 있다고 하기도, 청와대에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국민의 의견을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받고 검토한 건가. “대통령께서 지난주 금요일 그런 말씀을 하셔서 금·토·일 3일간 연휴를 반납하고 의견을 수렴했는데 찬성하는 분도 있고 반대하시는 분도 있어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면 논란이 된다... -
당 지도부와 거리 둔 문재인 ‘연정 불가론’ 못박은 안철수
5·18민주화운동 36주기인 18일 야권 잠룡들이 광주로 모였다. 야권의 심장에서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되기 40분 전쯤 도착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념식 후에는 안희정 충남지사, 김경수 당선자 등과 함께 구묘역으로 이동해 1시간 가까이 참배했다. 문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참배 일정과는 거리를 뒀고, 당내 상황에는 “지도부가 있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호남 정체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광주지역 언론사 대표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쪼개 나오면 받아들이겠다”며 새누리당 비박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덧붙였다. 안 대표는 간담회 후 “처음 정당을 만들 때부터 우리들은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가 함께 사회를 합리적으로 ... -
정부 측 빼고 모두 불러…‘님을 위한 행진곡’ 사실상 제창
18일 오전 10시부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3년째 불참하고 있는 대통령을 대신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기념사가 끝나고 합창단의 기념공연 순서가 되자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모두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제창합시다.” 합창단의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곧 기념식에 참석한 5·18 유가족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놓아 불렀다.5·18 당시 참상을 취재해 보도했던 독일 언론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유가족과 외신 기자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노래를 부를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시 시카고트리뷴 기자였던 도널드 컥(79)은 “한국 정부가 못 부르게 하는 것에 개의치 않고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르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5·18 당시 남편을 잃은 박유덕 할머니(72)... -
5·18 맞춰 광주 간 손학규 “새판 짜겠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69)이 18일 “새판을 짜겠다”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야권의 대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문재인·안철수 양강’ 대결에서 다자 구도로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손 전 고문이 언급한 ‘새판짜기’는 새누리당 일각을 포함한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돼 주목된다.손 전 고문이 이날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회원 및 지지자 500여명과 오찬을 하면서 한 발언 키워드는 ‘광주’ ‘5·18’ ‘새판짜기’로 요약된다. 야권 심장 광주에서, 민주세력 정체성을 상징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정계복귀를 시사함으로써 ‘손학규 정치’의 토대와 정체성이 호남과 민주화세력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손 전 고문은 이전에도 여러번 ‘새판짜기’를 언급했지만 대부분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발언이었다. 실행 주체와 주어가 생략된 ‘논평형’ 화법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전혀 달랐다. ‘우리... -
보훈처, "5·18 기념식 입장 저지에 깊은 유감"
국가보훈처는 18일 박승춘 보훈처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유가족들의 항의로 입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5·18 단체 회원 일부가 국가보훈처장의 입장을 제지한 이유는 국가보훈처가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보훈처는 “국민들은 기념식 중계를 통해 5·18 단체와 일부 정치인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호국·보훈단체장 및 회원들과 정부관계자 등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모습을 보셨을 것”이라며 “정부가 왜 ‘님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결정하기가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보훈처는 “정부는 이러한 첨예한 논란이 지난 9년 동안 지속되고 결국 기념식에서 5·18 단체 일부 회원들의 저지로 정부기념식을 주관하는 보훈처장의 기념식장 입장 거부라는 사태까지 ... -
광주, 고립을 넘어 세계로
광주는 소리 없는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언론은 침묵했고 소문마저 더뎠다. 광주라는 도시 전체가 금단 구역이었다. 저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광주를 고립시켜 학살마저 없던 일로 만들려 했다. 전두환 일파는 기세등등했고, 모두에게 무서운 침묵이 강요됐다. 광주 밖 사람들이 광주의 실체를 만난 건, 사진과 비디오테이프 때문이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치페터가 촬영한 영상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들여온 건 신부 장용주였다. 문제는 이걸 널리 알리는 거였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그 일을 해냈다. 정의평화위원회 간사 김양래와 홍세현이 비디오테이프를 복사했다. 성당 한쪽 골방에서 단순 반복의 수공업적 방법으로 비디오테이프를 한 개씩 복사했다. 아날로그 시대였다. 이렇게 만든 비디오테이프 ‘오월, 그날이 오면’은 교회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나와 또래들도 사진과 비디오를 봤다. 참혹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5월 광주를 만나면서 이전까지의 삶은 송두리째 부정되었... -
5월을 노래하는 가수 김원중
1980년 5월, 김원중은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2학년 학생이었다. 계엄령을 철폐하라,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신군부의 권력장악 음모를 반대하는 집회가 학교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도 시위에 꾸준히 참여했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그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던 섬약한 청년일 뿐이었다.5월17일, 정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는 장갑차를 앞세운 계엄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전남대 학생들은 학교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정문에서 완전무장한 군인들에게 막혔다. M16 소총 끝에는 대검이 번뜩였다. 학생들은 군인들과 맨손으로 투석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김원중은 전남도청에서 가까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다시 충장로와 금남로로 나갔다. 군인들은 미식축구선수 같은 철망이 달린 철모를 쓰고 마구잡이로 곤봉을 휘둘렀다. 시민과 학생들이 여기저기 고꾸라지면서 피를 흘렸다. 짐승을 때려잡는 장면 같... -
5·18 기념식 3년 연속 불참 박 대통령, 한국 대통령 맞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2013년에는 참석했지만 이후 올해까지 내리 3년째 불참이다. 불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행사가 열린 어제 오전 시간 대통령 일정은 이란 부통령 접견이 전부였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불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정부 대표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행사인 5·18 기념식에 불참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이처럼 대통령이 백안시하는 기념행사이니 정상적으로 치러질 리 만무하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유족의 저지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5·18 행사가 주관 부서의 장이 없는 상태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박 처장은 답답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반대 등 사사건건 5·18 정신을 폄훼해온 것을 고려하면 자승자박적 측면이 있다. 이날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