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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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서 온 이주노동자 “아파서 병원 간다니 욕설···한국인이어도 이랬을까요”
2014년 12월 혈혈단신으로 네팔에서 온 오자 머두수던(35)은 한국에 사는 약 100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한 명이다. 처음 인천의 공장에서 그는 전기선 자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일도 열심히 하고 한국인 사장에게 ‘90도 인사’도 했다. 화장실도 없는 낡은 컨테이너에서, 처음 본 다른 이주노동자 네 명과 함께 지내야 하는 것도 참을 만했다.하지만 ‘코리안 드림’은 곧 무참히 깨졌다. 60㎏이나 되는 작업 재료를 수시로 맨몸으로 들어나르면서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니 한국인 작업반장은 “네팔로 돌아가라”며 욕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벌’로 무거운 작업 재료를 아무 의미없이 이리로 옮겼다가 또 저리로 옮겼다가 해야 했다. 반장은 누가 오토바이를 타는 사진을 보여주며 ‘너희 나라도 오토바이가 있냐’며 무시하듯 묻기도 했다. 사장은 인사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지난 2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를 찾은 ... -
‘병역거부자’ 이용석씨 “폭력을 이용한 저항은 다수의 참여 막아···헌법에 ‘평화권’ 들어갔으면”
이용석씨(37)는 2005년 12월 입영영장을 받고도 국가의 ‘명령’에 응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교적 이유에 따른 집총 거부는 아니었다. 여느 20대 초반 한국 남성들처럼 막연히 ‘군대 가기 싫다’고 생각해 왔던 이씨는 대학생 때인 2000년대 초반에 막 시작된 병역거부운동을 접하면서 “전쟁 준비에 동참하지 않겠다, 폭력 구조에 물들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명령을 거부한 대가로 이씨는 이듬해 8월 구속수감됐다가 1년 2개월여 뒤 가석방됐다.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이 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이씨를 만났다. 전쟁없는세상은 ‘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는 신념에 기초해 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활동하는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로 구성된 단체’다. 이씨는 ‘병역거부’라는 말조차 한국사회에서 낯설었던 2003년 창립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전쟁없는세상은 병...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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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⑥시민주도 개헌 - 광장의 이상·가치 담아 법 앞에 평등한 ‘사람’으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밝힌 말이다. 지금까지 법은 권력자의 도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헌재의 선고문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촛불 시민’들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헌법 1조2항), 누구라도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휘둘러선 안된다는 헌법에 새겨진 ‘사회적 약속’을 100일 넘는 투쟁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 시민들은 새 사회를 여는 힘은 자신들의 손에 있으며 ‘헌법’이 그 무기임을 자각했다.■ 탄력받는 ‘시민주도 개헌’헌법은 사회 공동체의 이상과 가치를 담아야 하며 ‘힘의 원천’인 시민들의 합의가 토대가 돼야 한다. 그러나 1948년 헌법 제정 후 지금까지 9차례 개정되는 동안 시민은 늘 ‘객체’였다. 개헌은 주로 독재자나 정치인의 권력구조 개편 도구로 이용됐다. 이승만 정권 연장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 -
2부 ⑥우리에게도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
민주주의는 결국 사람이다. 다양한 인간 권리의 보장이 궁극적 목표다. 민주적 정당성도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는 권리를 향한 출발점이다.한국 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와 부정한 대통령 탄핵으로 상징되는 ‘주권재민’ 원칙 확립 등 제도적 성취는 이뤘다. 하지만 사회 주체들의 기본권은 여전히 삶의 여러 곳에서 미완으로 남아 있다. ‘촛불의 목소리’에 권력을 심판하는 주권자의 정언명령과 함께 향후 한국 사회의 방향이 담긴 이유다.한국 민주주의는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다. 그 중심은 ‘국가’와 ‘시장’이 아니다. 그 것은 사람이며, 권리를 누려야 할 모든 존재들이다. 경향신문은 신년기획 ‘민주주의는 목소리다’의 마지막에서 아직 민주주의의 주변부에서 기본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제 주권자들의 실질적 기본권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다.■나도 같은 인간이...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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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⑤‘괴물’이 되어버린 검찰…독점을 깨라
“이 나라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남긴 말이다. 2009년 검찰은 ‘죽은 권력’이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론몰이식 수사’를 벌이며 측근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 규명엔 상대적으로 무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은 “사실상 국가 전체 힘과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권력”(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으로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해 왔다.■ 괴물이 된 검찰, ‘민주화의 역설’검찰의 힘이 비대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다. 6월 항쟁 이후 태어난 노태우 정권은 다른 독재정권들처럼 정보기관을 통한 사찰·고문으로 공작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최소한의 합법성을 지닌 ‘힘의 도구’가 필요했다. 이때부터 검찰이 정권의 정적 제거, 사회통제 수단으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검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권운동을 해 온 김희수 변호사는 “검찰 세력은 민주화 이후 엄청나... -
2부 ④‘공정’의 이름으로 유권자 입 막는 선거법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이뤄진 후 광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6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평화롭게, 민주적으로 목소리를 낸 시민들이 최종적 승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헌재의 탄핵 선고 시점부터 시민들은 ‘책임자 처벌’ ‘탄핵 반대 정당 규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선거 이전 상당기간 특정 후보·정당의 지지 혹은 반대 표현을 제재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선거법) 조항 때문이다.탄핵이 결정된 순간부터 대통령 보궐선거 기간에 들어가기에 이 기간 게시된 표현들은 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다(선거법 90조). 또 선거기간 동안 선거 관련 각종 집회·연설 등을 막는 선거법(101조 등)으로부터 촛불집회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선거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보단 ‘공정’을 강조하는 현행 선거법은 ‘유권자의 입을 막는 법’으로 꾸준히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제1공화국 시절부터 금권·부정선거로 몸살을 알아온 탓에 굵직한 선거법 개정 국면마다 표현의 자유... -
2부 ④스위스 ‘국민발안’ 스페인 ‘온라인 정당’…대의제 한계 넘으려는 시도들
직접민주주의가 정당가입률·투표율 하락으로 상징되는 대의민주주의 위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적 선거제도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시민의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제의 한계가 촉발한 전 세계적 흐름이다. 인구와 영토의 제약을 뛰어넘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연 21세기적 현상이기도 하다. ‘전자민주주의’로 무장한 새 시대의 가능성에 정당 중심 대의민주주의의 종말까지 예언하기도 한다. ‘통치자와 피치자의 일치’라는 민주주의 본래 이념을 담은 ‘21세기 아고라(광장)’는 열릴 것인가.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 제도로는 국민·주민투표, 국민·주민발안, 국민·주민소환 등이 있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권력을 남용한 통치자로부터 주권을 되찾아오는 장치다.현재 이런 이상을 가장 앞서 실현하고 있는 국가는 스위스다. 전 세계 직접민주주의적 결정의 절반 가까이가 스위스에서 이뤄진다.1848년 스위스는 연방헌법에 5만명 이상의 유권자 서명으로 헌법 개정을 ... -
2부 ④인물만 남고 ‘정당’은 없는 정치…비례 중심 선거제로 바꿔야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치사에 등장한 정당은 120개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에 ‘정당’은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인물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선거용 정당’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정당의 3요소라 할 ‘당원·담론·정책’은 불완전하거나 없었다.집권 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여당은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다음 선거를 위해 유력 후보를 앞세워 신당을 차린다. 여당의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은 희석된다. 시민들의 정치 불신과 무관심은 커지고, 정치적 동원은 유력 차기 주자의 ‘팬덤’으로만 존재한다. 선거 때마다 시민의 대리인이 아닌 ‘왕’이 뽑히는 이유다. 결국 시민들은 정당을 외면하고 정당 밖 엘리트에 주목하거나 광장으로 나선다. 대의민주주의의 통로인 정당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위기다.■ 극복하지 못한 ‘재벌과 분단’민주주의는 “공동체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특정한 의견을 가진 시민들의 집합체로서 정당이 시민 다수의 지지를 얻고자 자유롭고 평등하게...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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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구 을지로동, 기계소리 야위었지만 “아직은 쟁쟁하다”는 가장들의 골목
서울 중구 을지로동은 개발바람이 불던 1960~197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공구, 조명, 목재, 타일도기, 페인트, 철물, 벽지 등 온갖 기계공구와 인테리어 자재들이 모여 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왔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자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인 세운상가 건너편에 있는 비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낯선 간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로구로’(도자, 목재, 금속 등의 표면을 가공하는 물레), ‘빠킹’(이음매 또는 틈새를 고무와 금속으로 새지 않게 하는 것), ‘빠우’(금속 소재 표면을 매끄럽게 광택내는 것) 등 한글도 아니고 외래어도 아닌 희한한 말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어와 영어를 변형시킨 이 동네의 기술용어였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는 마을이 바로 을지로입니다.” 중구 통장협의회 홍성준 회장(58)을 따라 1960~1970년대 지어진 4~5평 되는 철공소와 목공소를 둘러봤다. 어른 키...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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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는 젊다.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까지 록 공연이 펼쳐지고, 언더그라운드의 실험 무대가 올려지기도 한다. 홍대 문화를 만들어가는 뮤지션도, 홍대를 찾는 사람들도 젊다.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내려 지도검색을 해봤다. 과거에는 홍대 하면 서교동·동교동 정도를 떠올렸다. 요즘은 연남동과 망원동, 상암동까지를 ‘홍대권’으로 구분한다. 외국인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단다.평일 대낮인데도 골목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아기자기한 옷집부터 줄 서는 맛집까지 가게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바퀴 달린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우리끼리 인디문화를 즐기는데 외국인들이 같이 놀자고 찾아오는 곳이죠.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밌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홍대만의 자랑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어반우드 김동기 대표(41)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공유가 늘면서 지구촌 손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이방인들이 자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