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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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미디어]‘가르치려 드는' 언론이 싫다는 사람들
NGO 활동가 오성근씨(36)는 2004년부터 줄곧 진보정당을 지지했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여파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진보진영 위상이 매우 높아진 시기다. 오씨는 이후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현재는 녹색당원이다. 총선 정당투표에서 항상 진보정당을 찍었다.오씨는 지금 스스로를 ‘문빠’라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그는 문 대통령 ‘친구’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자신을 “진보 워너비(wanna be)였다”고 회상한다. 그 시절 즐겨본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같은 진보성향 매체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오씨는 “한·경·오는 1980년대 운동권 화석(化石)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한·경·오를 즐겨봤고 심지어 추종했죠. 동의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 훌륭한 얘기를 하는 분들이니까’하면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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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신문의 미래]“종이든 모바일이든 ‘진보’ 이름값 하는 좋은 콘텐츠가 답이다”
경향신문은 팔리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종로1가 가판대를 맴돌았다. 중년 남성과 노인이 신문을 1부씩 사갔다. 하루 3부 갖다놓는 경향신문은 그대로 남았다. 가판대 앞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여기 신문이 22종이나 있다는 걸 모르겠지. 사람들 눈은 스마트폰을 향한다.“경향신문 망할 것 같지 않아요?” 신문을 팔아서는 가판대 깔고 접는 수고비도 안 나온다는 주인 아저씨에게 자조 섞인 말투로 물었다. “에이, 망하지는 않지!” 3개월차 수습기자인 나를 위로한다. “인터넷으로, 휴대폰으로 읽잖아. 종이는 10년이면 거의 없어질 거야.” 주변 가판대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 1시간 동안 7명이 음료를, 2명이 각각 초콜릿과 껌을 사갔다. 주인 할머니는 냉장고 빈자리에 음료를 채워넣었다. 신문은 팔리지 않아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신문 1부 가격은 800원. 주인 할머니는 600원이 신문을 가져다주는 ‘박 서방’ 몫이라고 한...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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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특별 대담]“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남북관계 복원, 정부 선제적 역할 아쉬워”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계획한 한반도 정책구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상황관리에만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경향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원로이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분야 ‘멘토’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정세와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논하는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정 전 장관은 당초 포부를 펼치지 못하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반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겸하고 있는 문 교수는 정부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설명하며 옹호론을 폈다. 대담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사회로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할 만한 상황인가 아니면 과도한 우려인가.정세현 전 장관(이하 정) = 전쟁이라는 게 합리적 판단에 ... -
[창간 기획-여론조사]“공수처 설치 찬성” 81.9%로 압도적…3명 중 2명은 “공영방송 파업 정당”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찬성하는 견해가 10명 가운데 8명꼴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거주지역·이념성향을 막론하고 찬성 입장이 반대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KBS·MBC 등 공영방송 정상화와 현 경영진 퇴진에는 63.3%가 공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51.2%)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효과가 없을 것’(44.4%)이라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왔다.경향신문이 창간 7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 등 고위 공무원의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입장을 물은 결과 찬성 의견은 81.9%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14.9%에 그쳤다. 찬성 중에서도 ‘매우 찬성한다(48.9%)’가 ‘대체로 찬성한다(32.9%)’를 앞질렀다.검찰 등 권력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 -
[창간 기획-대담]문재인 정부, 한반도 정책을 논하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계획한 한반도 정책구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상황관리에만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경향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원로이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분야 ‘멘토’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정세와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논하는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정 전 장관은 당초 포부를 펼치지 못하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반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겸하고 있는 문 교수는 정부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설명하며 옹호론을 폈다. 대담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사회로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 국민들이 불안해할만한 상황인가 아니면 과도한 우려인가. 정세현 전 장관(이하 정)=전쟁이라는게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일어나는... -
[창간 기획-여론조사]‘샤이 보수·샤이 안철수’는 실재한다?
여론조사에서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보수 유권자, ‘샤이 보수’는 실제로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느 정도나 될까.경향신문 창간 71주년 여론조사에서는 ‘샤이 보수’ ‘샤이 안철수’ 현상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경향신문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5월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물었다.그 결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12.5%에 그쳤다. 실제 득표율 24.0%의 절반 수준이었다.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찍었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도 이와 비슷했다.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는 득표율 21.4%, 유 후보는 6.8%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10.0%, 3.7%만 ‘투표했다’고 밝혔다.홍·안·유 후보에 투표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는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 조사 문항에 ‘기타 ... -
[창간 기획-인구의 미래]서울시 올해 합계출산율 0.8명대…대한민국 앞날, 인구가 좌우
2002년부터 시작된 초저출산 현상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성 1명이 임신이 가능한 연령대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2.1명일 때가 인구의 현재 크기가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본다. 간단히 말해 남녀 둘이 만나서 두 명의 자녀를 가지면 인구의 크기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에 똑같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2년 1.17명을 기록한 이후 약간의 등락을 반복하다 2016년에 다시 1.17명이 되었다. 2006년부터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100조원 넘는 예산을 사용하여 가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자리가 되어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의 합계출산율은 1.05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정부로부터 나왔다. 1.05명은 남녀 두 명이 만나서 1명의 자녀만을 갖는다는 뜻이다. 도시지역에서, 특히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서울시의 출산율은 전국... -
[창간 기획-육아빠를 찾아서]육아 아빠 위한 ‘제도’는 있지만 권장하는 ‘문화’는 없다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불안정, 낙오에 대한 불안….초보 ‘육아빠’(육아 아빠)들이 가진 불안감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우리 사회에서 절대 소수라는 데서 나온다. 남과 다른 선택을 한 결과가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다행히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가파르게 늘면서 육아빠들은 소수자 지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다.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510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2.1%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4만4860명) 대비 남성 비율도 11.3%로 10%대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7.4%)와 비교하면 약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2003년 전체 육아휴직자(6816명)의 1.5%(104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13년 만에 규모와 비중 면에서 10배 가까이 성장하며 육아빠 대중화 시대의 가... -
[창간 기획-육아빠를 찾아서]남들 시선, 줄어든 수입, 경력 걱정 만만찮지만…그래도 난 육아 아빠
여기 세 명의 ‘아빠’가 있다. 대기업 유통계열사 직원인 김현우씨(35·가명), 중견 건설회사 대리 유현호씨(36), 그리고 지난 6월부터 건축설계사에서 구직자로 신분이 바뀐 고성원씨(41)다.세 사람은 모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서 살림을 하는 이른바 ‘육아빠’(육아 아빠)다. 걸레질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전형적인 ‘엄마 아들’인 이들에게 아이를 깨우고 먹이고 입히는 육아, 집안 살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경제력’과 이를 용인하는 ‘썩 괜찮은 직장’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과연 육아빠들도 같은 생각일까? 육아빠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언제까지 쉴 거니?” 발목 잡는 편견육아빠 3개월차인 고성원씨는 지난여름 육아빠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은행에서 일하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하면서 남편과 육아휴직 ‘바통 터치’를 기대했지만 회사에서... -
[창간 기획-여론조사]민주당·국민의당 연대 36.8%로 최고… ‘정당 간 연대는 필요 없다’도 28.2%
경향신문·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30일 여론조사에서 원내교섭단체 4개 정당 간 연대나 공조 필요성을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연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3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았다.여권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우호세력과 공조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연대·공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도 28.2%나 됐다.정치세력 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의 선호 조합을 살펴보면 ‘민주당·국민의당 연대’가 36.8%,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연대’가 11.9%로 나타났다. 옛 야권과 여권이 각각 뭉치는 연대다. 제3세력 연대를 의미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7%였다.지지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자는 52.0%가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치면서 국민의당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