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4
-
낙태죄 폐지 한 달…해결 못한 숙제가 많다
낙태죄가 사라졌다고 안전한 임신중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단 약물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임신중단 수술을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가 1년8개월 동안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형법상 낙태죄는 올 1월1일부터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대체 또는 보완 입법 없이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준비도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임신 몇 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형법상 낙태죄 논의가 발이 묶이면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이 때문에 낙태죄가 사라진 지금도 현장에서는 임신중단 ...
2021.01.01
-
“낙태,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낙태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새해를 한 시간 앞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1시. 서울, 울산, 광주, 김해, 수원, 익산, 부산, 제주 등 전국의 여성 200여명이 낙태죄 폐지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여성들이 모인 곳은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만든 카카오톡 ‘낙/태죄 없는 2021년 기념 오픈 채팅방’이다. 이들은 낙태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순간, 낙태죄 없는 2021년에 기대하는 변화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여성들은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소식을 전해듣던 순간, 2016년부터 이어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검은 시위’에서 서로 만났던 순간 등을 기억나는 장면으로 꼽았다. 대법원 앞, 국회 앞, 청와대 앞에서 수없이 열린 시위와 기자회견도 언급했다. 임신중단 수술이 끝나고 비타민 주사를 맞으며 눈물 흘리던 순간, 어머니가 임신중단 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
2020.12.29
-
낙태죄, 역사 속으로…자치경찰, 생활 속으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허용 임신 주수 놓고 논쟁구체적 입법까지 험로 예상2021년 1월1일 0시부터 낙태죄가 사라진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돼 교통사고나 가정폭력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한다. 혼인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원하는 내용만 담아 사생활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도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낙태죄 폐지가 시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부녀가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269조가 31일 자정을 지나면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연말로 법 개정시한을 정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낙태죄 폐지로 여성이나 의료인들이 임신중단을 하거나 도왔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입법공백으...
2020.12.22
-
낙태죄 사라지지만…‘임신중단 권리 논의’도 멈췄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제시한 대체입법 시한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낙태죄 관련 논의가 멈춰 있어 올해 대체입법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채 입법 시한이 지나면 낙태죄는 내년 1월1일부로 효력이 사라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법 개정보다 여성이 임신중단을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임신중단을 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임신중단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형법을 제정하면서 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이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올해 12월31일까지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그 후 1년8개월이 지났다.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낙태죄 개정안 관련 일정은 지난 8일 법제사법...
2020.12.08
-
낙태죄 개정 시한 다가오는데…국회는 ‘졸속 공청회’
낙태죄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열렸다. 대부분 낙태죄 존치론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청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로 야당 측이 모두 빠진 채 진행됐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는 국회가 개정 시한을 20여일 남기고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데 이어 편파적 전문가 선정으로 여론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는 전문가 8명이 각각 10분 내외로 주제발표를 한 뒤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수처 법안 처리 여파로 예정보다 1시간40분가량 늦게 시작됐고, 법사위원 18명 중 범여권 의원 7명만 참석했다.전문가들은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냈다. 정부안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는 허용하되 15~24주인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 일정 조건하에서 가능하도록 한다. 이 조건을 벗어나 낙태를 할 경우에는...
2020.11.30
-
인권위, 국회에 “낙태 ‘비범죄화’ 방향으로 개정안 마련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의장에게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존치한 정부의 ‘낙태죄’ 입법예고안(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낙태죄 비범죄화의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인권위는 이날 오후 제19차 임시전원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의결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의결 결과 인권위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의 존치는 낙태를 범죄화함으로써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의·의결 시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비범죄화의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표명을 하기로 했다.인권위는 “상담 의무화 등 낙태에 대한 새로운 장벽을 도입하는 방식이 아닌 여성이 임신·임신중단·출산 전 ...
2020.11.26
-
정부 낙태죄 개정안에 여가부 ‘개선 의견’ 반영 안 됐다
여성가족부가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성별영향평가 결과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정부 개정안은 여가부의 개선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성별영향평가는 법령 등 정부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성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해 모두가 평등하게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사실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26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받은 ‘낙태죄 관련 입법예고안 성별영향평가서’를 보면 여가부는 법무부의 낙태죄 관련 형법과 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각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해당 부처에 통보했다. 지난 10월7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형법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여성 본인의 의사만으로 임신중단을 할 수 있지만, 15~24주 내엔 사회·경제적 사유인 경우...
2020.11.24
-
여야 ‘낙태죄’ 논의 눈치보기…‘여성 인권 보호 제도화’ 미적
임신중단(낙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향후 국회의 낙태죄 논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들과 병합심사를 거치게 된다. 국회에 올라 있는 개정안은 낙태죄 전면 폐지(2건), 정부안보다 후퇴한 법안(1건) 등 세 건이다. 찬반 대립이 격렬하고 여야 모두 대안 마련에 소극적이어서 이번 회기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낙태죄 처벌 근거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부지리’ 결과를 얻는다 해도 여성 인권 보호를 제도화해야 할 정치권이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임신 후 14주까지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임신중단을 할 수 있고, 15~24주 내엔 임부의 건강이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조건... -
대한변협·여성변회 "정부 낙태죄 개정안 반대" 국회에 전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한국여성변호사회(여성변회)가 최근 정부의 낙태죄 형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임신 주수에 따라 임신중단(낙태)에 대한 처벌을 달리하지 말고 처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신 14주 이내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15~24주까지는 조건부로 가능케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변협은 최근 정부의 낙태죄 형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변협 관계자는 통화에서 “변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했다”며 “이 중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입장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지난달 7일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조만간 낙태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변협 등 법조계 의견을 검토해 정부안 수정 여부 등을 ...
2020.10.15
-
임신중단에 앞서 ‘생각하라’는 명령···낙태죄 개정안의 독소 조항들
입법예고된 낙태죄 개정안은 들여다볼수록 놀랍다. 각국의 입법 사례에서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제한을 다 끌어왔다. 외국에도 드문 사례인 ‘배우자 동의’, 하나만 빠졌다. 임신 기간 구분, 사유 제한 이외에도 독소 조항은 곳곳에 숨어 있다. 그중 네 가지만 이야기해본다.1.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는 조항은 ‘형법 개정안 270조의2 3항’이다. 임신을 중단하려는 여성에게 법이 제공하라는 정보는 ‘임신을 지속해서 출산·양육하는 것’과 관련된 사항이다. 어떻게든 출산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우선하는 태도이다. 더 당황스러운 문구는, 여성이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결정’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이 요건을 입증하려면 (‘숙려’기간인) 24시간 동안 굶었다거나. 잠을 못 잤다는 증거라도 제출해야 하나?‘숙고(熟考)’하라니.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지 말라’고 하고 협박죄는 ‘사람을 협박하지 말라’고 한다. 이 조문은 감히 수범자들에게 ‘생각하라’고 말...